국회 사무처는 14일 세비(歲費) 등 의원 지원이 많지 않음을 강조하기 위해 5개 선진국(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과 비교한 ‘국회의원 권한 및 지원에 대한 국내외 사례 비교’라는 핸드북 3000권을 이례적으로 발간해 배포했다. 그러나 책자는 역설적으로 우리 의원의 각종 특혜가 경제수준에 비해 지나침을 스스로 입증하고 있다.

세비는 절대 금액이 일본(2억3698만원), 미국(1억9488만원), 독일(1억4754만원)보다 적으나 프랑스(1억2695만원), 영국(1억1619만원) 보다는 많다.
5개 선진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국제통화기금·2012년 기준)이 모두 한국(2만3679달러)보다 1.6∼2.1배 많은 G7(주요 7개국)임을 감안하면 우리 의원 세비가 상대적으로 많은 셈이다. 보좌직원 보수총액은 절대 금액에서도 미국(10억9163만원)을 빼곤 독일(2억7857만원), 영국(런던 기준 2억5200만원), 일본(1억8533만원), 프랑스(1억6991만원)보다 많다.
국회 사무처는 이런 상황에서도 핸드북 서문에서 “일각에서는 ‘국회의원 특권 200가지’와 같은 제목으로 국회의원 권한을 비판하고 있다”며 “국회의원에게 많은 권한이 부여된다는 점을 부각하기 위한 표현이나 상당부분이 정치불신이라는 국민정서에 기댄 잘못된 비판”이라고 주장했다.
바른사회시민회의 김기린 정치팀장은 “선진국에서는 물가 등 객관적 수치를 토대로 세비가 정해진다면 우리는 투명한 절차 없이 의원 합의 아래 결정된다”고 정치권을 비판했다. 다른 시민단체 관계자는 “황당한 내용의 핸드북”이라며 “이번 핸드북 발간이 세비를 인상하기 위한 정지작업의 일환이 아니겠느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여야는 세비를 2011년 5.9%, 지난해 15.3% 올려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여야는 후폭풍을 우려한 듯 말을 아꼈다.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는 “핸드북이 부적절하게 보일 수 있다”며 “현재 세비 관련 당 입장은 없다”고 말했다. 국회 예결위 소속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대선에서) 의원 세비 삭감이 거론됐던 만큼 인상할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다”고 전했다.
김청중·김달중·김채연 기자 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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