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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읽는 마음] ② 자존감이 무너진 아이

입력 : 2014-04-13 19:38:36 수정 : 2014-04-13 19:3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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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목고 진학 후 성적 떨어져 방황하던 아이
가족의 변함없는 지지·독려에 마음잡아
세상의 모든 부모는 자신의 자녀가 공부를 잘하기를 원한다. 학력 중심의 사회인 우리나라의 경우 자녀가 40∼50대에 행복하려면 어려서 공부를 잘해야 한다고 믿는다. 자녀가 공부를 잘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중간고사 시즌이 다가오면 부모의 마음은 긴장되고 자녀의 일거수일투족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대개 공부를 잘하는 학생, 시험을 잘 보는 학생은 자기관리를 잘하는 학생이다. 가령 내일이 시험인데 옆 학교 친구가 오늘 저녁 “좋아하는 아이돌스타의 공연에 함께 가자!”고 했을 때 자기관리를 잘하는 학생은 “아니, 나 내일 시험이야”라고 단호하게 거절할 줄 안다. 이에 비해 자기 관리가 미흡한 학생은 휩쓸려 공연에 가게 되고 시험을 망치게 된다. 그런데 자기 관리를 완벽하게 하며 공부를 잘하던 학생도 자신이 해결할 수 없는 상황과 마주치면 자존감을 잃고 심한 무기력증에 빠져 성적이 곤두박질치는 경우가 생긴다. 우영(가명)이가 그랬다.


우영이는 중학교 때 석차가 전교 1등이었는데, 우수한 학생들만 모이는 특목고에 진학한 이후 상황이 변했다. 첫 시험에서 석차가 꼴찌에서 두 번째로 나온 것이다. 그 다음 시험에도 석차가 계속 바닥권에 머무르자 우영이는 모든 면에서 위축되기 시작했다. 특목고에 들어와서는 친구도 사귀지 못하고, 좋아하던 과학과 수학 과목에도 흥미를 잃어 전혀 공부를 하지 않았다. 대신 게임에 빠져들었다.

우영이는 그런 모습을 보다 못한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상담을 받게 됐다. 우영이는 무너진 자존감을 회복하는 게 관건이었다. 우영이에게 “특목고에 진학한 것만으로도 이미 우수한 것이며, 특목고에서 꼴찌를 한다고 해서 낙담할 필요는 없다”고 말해줬다. 학교에서의 1등이 사회에서의 1등은 아니므로 학교 성적이 나쁘다 해서 낙심할 필요는 없고, 계속 흥미있게 과학과 수학 공부에 매진하라고 격려했다.

그리고 리(Robert E. Lee) 장군과 그랜트(Ulysses S. Grant) 장군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미국 남북전쟁의 영웅인 그랜트 장군은 미 육군사관학교에서 졸업성적이 나빴지만 수석으로 졸업을 한 남군사령관 리 장군과의 전투에서 승리를 했다는 내용이었다. 

이상은 서울시교육청 마음건강 원스톱지원센터 센터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이야기를 들은 우영이의 표정이 밝아졌다. 우영이의 부모에게는 자녀의 성적이 갑자기 떨어져 실망도 크겠지만, 태도를 바꿔 우영이에게 성적을 올려야 한다는 부담을 주지 말도록 부탁했다. 대신 우영이가 자신감을 갖고 공부에 임하도록 격려해달라고 했다.

상담이 끝난 후에도 우영이의 성적이 급격히 오르지는 않았다. 하지만 자신의 페이스대로 공부를 하기 시작해 점차 만회해나갔고 원하는 대학에도 진학했다.

성적이 좋던 학생도 자존감을 잃게 되면 자기 관리가 느슨해지면서 식사·수면습관이 불규칙해지고 게임에 빠지는 등 비효율적인 생활 방식에 물들기 쉽다. 이럴 때 가족은 손상된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도록 지지와 격려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아버지·어머니들이 직장에 출근해 온갖 스트레스를 이겨가며 일하는 것은 가족의 확고부동한 지지와 격려가 있기 때문이다. 학생도 가족에게서 적절한 지지와 격려를 받아야만 효율적으로 공부를 할 수가 있다.

건강한 가족에게서 얻는 진정한 위로를 통해 잃었던 자존감을 회복해야 성적도 오를 수 있다. 건강한 방법으로 소통하고 배려하며, 편안한 마음으로 기다려줄 줄 아는 집안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가족의 역할이다.

이상은 서울시교육청 마음건강 원스톱지원센터 센터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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