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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피해 막으려 ‘의도적 수직 추락’ 정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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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7-18 20:26:31 수정 : 2014-07-19 00:0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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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광주에서 발생한 헬기 추락 사고로 순직한 강원도소방본부 조종사 정성철(52) 소방경이 추락 순간까지 대참사를 피하기 위해 조종간을 놓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던 정황이 속속 나오고 있다.

강원소방본부 헬기 운용 관계자는 18일 세계일보 기자를 만나 추락 당시 상황을 담은 폐쇄회로(CC)TV를 통해 이런 내용을 절절히 확인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통상 헬기가 비행 이상으로 추락할 위기에 몰리면 조종사들은 조종간을 올려 일단 기수를 높인 다음 꼬리 추락을 시도해 급추락을 피한다고 했다. 엔진이 멈추더라도 날아가는 관성으로 인해 날개가 회전하면서 몇 분 동안 비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미끄러지듯 추락하도록 교육을 받는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조종사와 탑승자를 보호하기 위해 직하 추락을 피한다는 것.

소방서와 경찰 관계자들이 18일 강원 춘천시 동내면 효장례식장에 마련된 광주 헬기 추락사고로 순직한 강원도소방본부 소속 소방공무원 5명의 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춘천=연합뉴스
그러나 CCTV 화면을 통해 헬기가 추락한 상황을 분석해보면 정 소방경은 조종간을 치켜올리지 않고 도로 바닥에 그대로 곤두박질하도록 조종간을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만일 탑승자 자신들이 훈련받은 대로 미끄러지듯 추락을 시도했다면, 초등학교와 아파트 단지, 상가가 밀집한 도심 한가운데인 점을 고려할 때 무슨 참사가 벌어졌을지 상상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그는 “정 소방경과 박인돈(50) 소방위는 주변 동료들의 어려움을 도맡아 챙겨 온 평소 근무 습관으로 미뤄 2차, 3차 사고를 막고자 안간힘을 썼던 정황을 화면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며 애석해했다.

순직한 안병국(38) 소방장은 15년 전 헬기사고 때도 살아나온 사연이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1999년 6월7일 충남 아산에서 발생한 공군 헬기 불시착 사고 당시였다. 공군 6전대에서 중사로 근무하던 안 소방장은 구조훈련 등을 위해 충주를 떠나 수원 쪽으로 향하는 CH-47D 치누크 헬기에 타고 있었다.

그러나 운항 중이던 헬기 내에서 불이 나 논으로 불시착했다. 당시 헬기에는 7명이 타고 있었는데, 이 중 안 소방장 등 4명이 온몸에 2도 화상을 입고 생명을 건졌다.

강원도는 순직 소방공무원 5명의 합동영결식을 22일 오전 9시 도청 별관 앞에서 강원도장(葬)으로 거행하기로 했다. 아울러 18일 오후 춘천 효장례식장에 분향소를 마련했으며, 밤늦도록 공무원 및 일반 시민들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정부는 순직한 소방공무원들에 대해 17일자로 1계급 추서했으며, 전원 훈장을 수여하기로 했다.

한편 사고헬기의 블랙박스 회로판이 손상돼 프랑스에서 복구작업을 하기로 했다. 정확한 사고 원인을 밝히는 데는 6개월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춘천=정승욱 기자 jswook @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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