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에 결박한 뒤 방치 예사
“밥투정 하지 말라” 꼬집기도
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3년 말 기준 노인 생활시설은 요양시설 2497곳, 양로시설 285곳 등 5020곳으로 수용 인원은 15만9000명에 달한다. 2008년 질병 등으로 일상생활을 혼자 수행하기 어려운 노인들의 시설 입소 등을 돕는 ‘장기요양보험’이 도입되면서 노인 요양시설은 3배 가까이 늘었다.
문제는 시설이 급증하는 만큼 학대 피해도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2013년 전국 노인보호전문기관에 접수된 생활시설의 노인학대는 251건으로, 2005년(46건)에 비해 5배 이상 늘었다. 전체 노인학대 신고 건수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같은 기간 2.3%에서 7.1%로 증가했다. 특히 학대가 일회성인 경우는 22.3%(56건)에 그쳐 대부분 지속적으로 학대를 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일 학대를 당했다는 비율도 28.7%였다.
전문가들은 현재 신고가 접수된 사례는 일부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 시설에 입소한 노인들은 의사소통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보호자들이 한달에 한번 정도만 찾아가 학대 사실을 발견하기 어려운 탓이다.
요양보호사로 일했던 최모(48·여)씨는 “움직이다 다치면 곤란해진다며 억제제를 주사해서 못 움직이게 하거나 식사를 제대로 주지 않는 곳도 있다”며 “가족이 학대 사실을 알더라도 맡길 곳이 없어 그냥 넘어가기도 한다”고 폭로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부터 노인요양시설의 학대행위를 신고하면 최고 100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하고, 시설에 학대 여부를 감시하는 인력을 배치하겠다고 밝혔지만 후속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더욱이 학대가 드러나 처벌을 받은 요양원이 정부 평가에서는 최우수 등급을 받기도 했다.
노인보호전문기관의 한 관계자는 “요양시설 설립에 대한 자격 요건을 강화하고, 외부인이 시설을 수시로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유나 기자 yoo@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