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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십자-한국혈우재단, 국내 혈우병 시장 '좌지우지'

입력 : 2015-03-17 08:00:00 수정 : 2015-03-17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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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우재단, 혈우병 환자 대다수가 이용하지만...
혈우재단 산하의원, 90%가 녹십자 제품
혈우병A 환자, 치료제 접근 제한에 ‘분통’

#. 40여년 넘게 혈우병을 앓아온 김영호(가명)씨. 그는 인천에서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한 병원으로 일주일에 두세 차례 왕래한다. 혈우병A 치료를 위해서다. 김씨가 치료를 위해 투자해야 하는 시간은 대략 4~5시간으로 반나절을 꼬박 소비해야만 한다. 인천에는 현재 그에게 적합한 혈액응고인자제제를 취급하는 병원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 군산에 거주 중인 한유철(가명)씨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는 혈우병A 치료제 진타를 처방받기를 원한다. 진타가 타 제제와 달리 본인에게 잘 맞고 편의성이 더욱 뛰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씨는 결국 진타를 맞기를 포기했다. 진타를 맞기 위해서는 서울까지 올라와야 했기 때문이다.

한국혈우재단이 혈우병A 치료제의 투약 접근권을 제한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환자들은 혈액응고인자제제의 선택폭을 늘려달라고 하지만 재단 측이 녹십자 제품 외의 처방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한국혈우재단과 복수의 혈우병A 환자 등에 따르면 혈우재단 산하 의원 3곳(서울, 부산, 광주)은 국내 혈우병A 환자의 대다수가 이용하는 시설들로 전체의 약 70%를 차지한다.

혈우병은 상처가 났을 때 지혈이 되지 않아 출혈이 지속적으로 생기는 병으로 피를 굳게 하는 응고인자가 없거나 부족해서 발병된다.  의학적으로는 선천적인 질병으로 분류하고 있다.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한국혈우재단 전경.

혈우병의 가장 흔한 종류는 Ⅷ번 응고인자(Factor Ⅷ)가 부족한 혈우병A로 전체 혈우병 환자의 80~85%를 차지한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을 받아 환자에게 투여할 수 있는 혈우병A 치료제는 ▲그린모노, 그린진F(녹십자) ▲애드베이트(박스터) ▲모노클레이트-P(한독) ▲코지네이트FS(바이엘) ▲진타(화이자) 등 총 5개사 6개 제품이다.

혈우병A 치료제의 연 매출액은 약 850억(2013년 기준)으로 추산되며 이 중 에드베이트와 그린모노, 그린진F가 전체시장의 약 90%를 점유하고 있다.

하지만 혈우병A 환자들은 이를 따가운 시선으로 보고 있다. 녹십자 제품 외에는 재단산하 의원 의료진이 다른 제품의 처방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자세히 살펴보면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1991년 고(故) 허영섭 녹십자 회장은 혈우병 환자들을 위한 치료약품의 확보와 안전성을 위해 한국혈우재단을 설립했다. 경제사정이 어려운 의료급여 환자와 건강보험 환자에게 의료비 지원을 위해서도 필요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설립 이후 녹십자는 이 재단에 매년 20억 가량을 후원하며 혈우병 관련 연구비와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불가능한 환자들의 취업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또 혈우재단은 한국혈우재단의원을 비롯한 3개의 산하병원을 만들고 환자들의 치료를 돕고 있다.

문제는 혈우재단에서 취급하고 있는 의약품이 전부 녹십자와 관련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전체 혈우병A 시장의 55%를 차지하고 있는 애드베이트 역시 녹십자가 박스터와 공동판매를 하고 있어 이들 제품으로 분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혈우병A 환자의 70%가 이용하는 혈우재단이 특정 제품 외에도 처방을 확대해야 한다고 환자들은 주장했다.

혈우병A를 앓고 있는 B씨는 “진타도 처방될 수 있도록 재단에 여러 번 요청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아직까지 없었다”면서 “단순히 공익법인이라는 간판을 내걸고만 있으면 안 된다. 혈우재단이라는 취지에 맞게 환자를 위한 사회공익 재단으로서 역할이 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헬스팀 최성훈 기자 csho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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