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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한만 키우고 견제는 약해진 '불신의 지방의회'

입력 : 2015-10-05 20:56:29 수정 : 2015-10-05 20:5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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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현장] 유급에 겸직, 보좌진 채용 추진까지…
지방자치 20년… 구조적 개선 목소리
올해로 지방자치제도가 시행된 지 20년을 맞았다. 행정자치부가 지자체의 재정건전성 등에 대한 개선 방안을 강구하고 있고 학계에서도 지방자치제도 발전과 관련한 학회를 개최하고 있다. 그러나 민선 지방자치단체장이 선출되기 4년 전 ‘견제와 균형’의 논리로 1991년 출범한 지방의회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적은 상황이다. 일부 지방의원의 돌발행동, 범법행위 등으로 지방의회에 대한 신뢰는 바닥에 떨어졌고 그 역할마저 미미하다. 일각에서는 “지방의회의 문제점이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서 권한만 늘어나고 있다”며 “지방의회가 ‘리틀국회’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무급→유급→보좌관 요구까지…늘어난 권한


5일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는 243개 지방의회에 3692명의 의원이 활동하고 있다. 광역자치단체에 794명, 기초자치단체에 2898명이다. 지방의회 의원 정원은 1991년 출범 당시 5170명에 달했지만 이후 조금씩 줄어들었다. 무급명예직에서 유급으로 전환된 뒤에는 3626명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6∼7기에는 다시 정원이 늘어 3700명 수준까지 올라왔다. 국민 1만4000여명당 지방의회 의원 1명씩 있는 셈이다.

지방의회 의원들의 의정비(2015년 기준)는 의정활동비와 월정수당을 합쳐 시도의원의 경우 5450만원, 시군구 의원의 경우 3578만원에 이른다. 매달 시도의원은 454만원, 시군구의원은 298만원을 받는 것이다. 무급명예직 당시 만들어진 겸직 규정은 그대로 남았다. ‘적은 보수’가 그 이유다. 행자부가 발간한 지방의회 백서에 따르면 2005년 시도의원 의정비는 3120만원, 시군구 의원은 2120만원이었다. 10년 새 인상률이 각각 72.7%, 66.0%다.

여기에 시도의원 유급 보좌진을 두는 ‘지방자치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 중이다.

정청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 법안은 현재 상임위를 통과한 후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현재 지방자치제도의 권력이 지자체장에 집중된 만큼 의회의 역할 강화를 위해 의원들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법안이다. 의회의 ‘제대로 된 역할’을 위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있지만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당장 시도의원 1인당 보좌직원 한명을 둘 경우 5급 보좌관 기준으로 연 383억원의 국민세금이 들어가게 된다.

무보수 명예직을 거쳐, 유급과 겸직, 거기에 보좌진까지 채용하게 되면 지방의회는 ‘국회’에 버금가는 의회가 되는 셈이다. 

◆자율성 보장에 약한 견제장치… 효율화해야

국회법에 따라 겸직이 원칙적으로 금지된 국회의원과 달리 지방의회 의원은 지방자치법 35조에 따라 겸직이 가능하다. 임기 개시 후 1개월 내에 겸직 사항을 지방의회 의장에게 서면으로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겸직 신고는 부실한 현실이다. 바른사회시민회의가 지난해 지방의회 선거 이후 겸직 사항을 확인한 결과 겸직사항을 신고하지 않은 의원의 34.5%가 의회 의원 외에 또 다른 업무를 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원도는 43명의 미신고 의원 중 35명(81.4%)이 겸직했고, 울산시 17명 중 13명(76.5%)이, 광주 22명 중 17명(77.3%)이 겸직이었다. 의원이 상임위원회 등 의정활동과 직결되는 직업을 가지고도 겸직신고를 하지 않으면 이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 행자부는 겸직 신고 위반에 대한 정확한 정보도 갖고 있지 않다. 경상남도의회의 한 의원은 수산업과 관련된 일을 하면서 농해양수산위원회에서 활동한 바 있고, 충청남도의회의 한 의원은 농업에 종사하면서 농수산경제위원회에서 일하기도 했다. 신고 방법과 절차도 각 지역 조례에 따르는 만큼 일부 지방 의회에서는 보수까지 명시하는 반면 일부에서는 겸직신고 규정이 모호한 상황이다.

김도연 바른사회시민회의 팀장은 “겸직신고의 경우 각 지역적 특성을 따질 만한 일이 아닌데 이를 의회에서 결정하도록 한 것은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라고 꼬집었다. 김 팀장은 이어 “지방의회 사무처가 자치단체 소속인 만큼 그에 대한 견제가 가능하지만 자칫 억압, 탄압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어 의회 자율성 보장 차원에서 기능 발휘가 잘 되지 않는다”며 “각 지역의 특수성을 살리자는 취지이지만 ‘베끼기’ 조례도 난무하고 있는 만큼 효율성과 전문성을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최봉석 동국대 법학과 교수는 “미국의 경우 전일제 의원과 파트타임 의원에 따라 유급, 보좌관 유무가 결정된다”며 “지방의회 의원들의 전문성 강화 차원에서 보좌관제의 의미가 있겠지만 현재는 의원 인원이 너무 많은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정당추천에 반대하는 일본의 사례와 광역·기초단체 의원을 겸직하며 큰틀에서 의정활동을 하는 프랑스의 예를 들면서 “현재 지방의회가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구조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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