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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빅뱅 시작됐다] 파국 부른 계파정치의 실태와 병폐

입력 : 2015-12-14 18:31:57 수정 : 2015-12-14 22: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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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권 잡으면 요직 독식… 인적 역동성 사라지고 결국 곪아 “이번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민주연합 탈당이 혁신경쟁 과정의 노선 차이로 포장되고 있지만 그 본질은 계파 간 공천권 다툼임을 우리 국민들은 잘 알고 있습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14일 상무위원회에서 안 의원 탈당에 대해 꼬집은 말이다. 안 의원 탈당이 야당에 만연한 계파주의 탓에 발생했다는 얘기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가 안철수 의원의 탈당 선언 다음날인 14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앞자리에 홀로 앉아 있다. 투톱인 문재인 대표는 이날 휴식차 부산을 방문했다.
남정탁 기자
안 의원도 전날 탈당 회견에서 “더 큰 혁신은 배척당하고 얼마 되지 않는 기득권 지키기에 빠져 있다”며 새정치민주연합이 계파주의에 기초한 기득권에 빠져 있다고 비판했다.

야권의 주요 대권 후보인 안 의원의 탈당 사태로 제1야당인 새정치연합에 만연된 계파주의 정치의 병폐가 새삼 부각되고 있다. “계파가 다르면 밥도 같이 안 먹는다”는 자조가 나올 정도로 새정치연합은 끝모를 계파주의로 신음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탈당을 선언한 안철수 의원이 14일 오전 첫 일정으로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10단지아파트 경로당에서 열린 `효사랑나눔축제`에 참석해 어르신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의원들 “당보다 계파가 우선” 공개 거론

주류 의원들은 지난 4·29 재보선 참패 후 당의 통합과 단합을 외쳤다. 문재인 대표에 대한 비주류 진영의 퇴진 공세가 지나치다며 문 대표 방어를 위해 내세운 명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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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주류 의원들도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 시절 당의 각종 방침에 각을 세우며 공격했다고 비주류 의원들은 주장한다. 한 비주류 수도권 의원은 기자와 만나 “그들이 비주류였을 때 얼마나 김 전 대표를 흔들었는지 아는 사람들은 다 안다”고 토로했다.

당을 떠났던 천정배, 박주선 의원 등도 하나 같이 계파주의, 특히 ‘친문(친문재인)·친노(친노무현) 계파주의’에 이를 갈았다. 박 의원은 탈당 과정에서 “친노 패권주의와 혁신은 양립할 수 없다, 함께 동거할 수 없다”고 목청을 높였다.

안 의원 탈당에도 계파주의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통화에서 “계파주의가 당내에 횡행하면서 정치적 활동 공간이 제한되고 특정 계파나 인물, 이념성향 쪽에 매몰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면서 중원 전략이 원활하지 못하게 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14일 낮 부산 김해공항에 도착, 운전석에 올라타 직접 차를 몰고 이동하고 있다.
연합
특히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참여정부 시절에는 ‘친노 계파주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친노 세력이 개혁과 도덕적 정당성을 강조했지만 자기들끼리만 이해를 나눠 가졌다는 거다.

비주류 의원들도 계파주의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탈당을 예고한 문병호 의원은 지난 10월 “친노가 어떻게든 힘을 가질 이 당에서 100석을 갖느니 차라리 친노와 비노가 나눠진 뒤 (합쳐) 80석을 갖는 게 낫다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당의 의석 수가 줄더라도 분당하는 게 낫다는 의미로 해석될 발언이어서 비주류의 계파주의 인식을 여실히 보여준다는 지적을 낳았다.

14일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비주류 의원모임에 참석한 최원식(왼쪽), 김영환 의원이 다른 의원들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끝없는 이합집산에 따른 폐해

제1야당에 계파주의가 만연하게 된 건 당이 끊임 없이 분열과 통합을 거듭해 구성 인사들이 이질적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 정치평론가는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승리만을 위해 ‘헤쳐모여’ 식으로 당을 급조해 다양한 그룹이 모이면서 수많은 계파가 만들어졌다”고 진단했다.

새정치연합은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기존 민주당 출신과 노무현 대통령 집권시절 만들어진 열린우리당 출신, 김근태 전 의장 등 민주화운동과 운동권 출신 그룹인 86그룹 등 수많은 정파로 구성돼 있다. 정리하기조차 쉽지 않을 정도다.

문제는 계파가 정당 권력구조에 따라 기득권화하면서 계파주의로 변질된다는 점이다. 즉 특정 계파에서 당 대표가 나오면 당권을 독식하고 다른 계파를 배제되는 시스템이 작동한다는 거다. 한 핵심 당직자는 “계파가 정치적 견해와 대의 명분의 차이를 가지고 경쟁하면 좋겠지만, 그것은 사장되고 오직 이해와 득실만을 따지는 계파주의로 전락한 게 현실”이라고 개탄했다.

계파가 기득권에 안주하면서 당내 민주주의와 승복의 문화도 사라졌다. 새정치연합 역사는 ‘특정 계파의 당권 장악→다른 계파(비주류)의 지도부 흔들기→선거 등 패배→비대위 구성→비주류의 당권 장악’의 악순환을 되풀이했다. 전병헌 최고위원이 “언제부터인가 우리 당에 승복의 문화가 사라졌다”고 통탄한 이유다.

만연된 계파주의는 당의 미래를 갉아먹고 있다. 배 본부장은 “계파주의는 결과적으로 당내 다양성의 부족으로 이어지고, 이에 따라 당내의 여러 정치적 경쟁을 할 수 있는 인적 역동성이 사라지게 된다”고 분석했다.

김용출 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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