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노사정위) 노동시장구조개선특별위원회 전문가 그룹 간사인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연공서열식 호봉제 임금체계를 그대로 두고 정년 연장만 시행하면 정년 연장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할 수 있다”며 “임금체계를 개선해 합리적인 보수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호봉제 임금체계로 인해 장기 근속자들에 대한 인건비 부담이 커지다 보니 구조조정이나 명예퇴직 등 고용불안이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장인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 교수도 “호봉제 임금체계 하에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만 확대되고 일자리 창출은 저조하게 돼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고착화된다”며 “업종별 특성에 맞게 성과급적인 요소를 호봉제에 어떻게 더 반영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년 연장 시행으로 ‘유휴노동력’이 발생하지 않도록 인력을 활용할 방안을 강구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노사정위 노동시장구조개선특별위원회 공익 위원인 어수봉 한국기술교육대 산업경영학부 교수는 “사측은 정년 연장으로 늘어난 근무 기간만큼 직원들의 노동력을 활용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다양한 직무나 업무를 개발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사업장별로 정년 연장에 따른 임금체계 개선의 주요 방안으로 도입하거나 거론되는 임금피크제의 경우 그 자체로는 일자리 창출과 무관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 교수는 “임금체계를 개선하려면 노사 간 합의 등에 시간이 걸리는 만큼 우선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임금피크제 도입은 결과적으로 청년고용을 촉진한다기보다는 정년 연장이 신규 고용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막아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어 교수도 “임금피크제 도입은 임금체계를 개선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일 뿐으로 모든 분야에 걸쳐 일률적으로 적용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결국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경제 활성화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박 교수는 “정년 연장 시행 문제를 놓고 청년층과 고령층이 싸우는 형국으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며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고 미래지향적인 투자를 촉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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