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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보상비 빼먹는 '들러리 입찰' 제동

입력 : 2016-01-24 18:46:49 수정 : 2016-01-24 18:4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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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건설사에 전액 반환·배상 첫 판결 ‘들러리 입찰’ 사실을 숨긴 채 발주처에 ‘설계보상비’를 받은 포스코건설이 담합사실이 드러나 보상비를 돌려주게 됐다. 민사소송에서 들러리 업체가 발주처에 설계보상비 전액을 반환하게 된 첫 사례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6부(부장판사 윤강열)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포스코건설과 포스코엔지니어링(옛 대우엔지니어링)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들 회사는 LH에서 받은 설계보상비 3억2000만원을 모두 반환하고 연이율 5%로 2년여간 지연손해금을 물게 됐다.

사건은 LH가 2011년 5월 광주·전남 혁신도시 수질복원센터 시설공사의 입찰 공고를 내면서 시작됐다. 코오롱글로벌은 입찰에 대해 사전심사 신청을 냈지만 다른 신청자가 없어 유찰됐다. 그러자 코오롱글로벌은 포스코건설을 들러리 입찰자로 끌어들였다. 

포스코건설이 들러리 입찰에 가담하게 된 것은 ‘설계보상비’ 때문이었다. LH의 입찰공고에는 “(입찰)탈락자에게는 설계비 일부를 보상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입찰에서 탈락해도 보상을 받는 만큼 들러리로 참여해도 포스코건설에 미칠 손해는 없는 셈이었다.

포스코건설은 포스코엔지니어링과 함께 허술한 설계로 입찰에 참여해 79점을 받았다. 코오롱글로벌은 91점을 받아 공사를 낙찰받았다.

포스코건설은 이후 LH가 보상비를 주지 않으려 하자 들러리 입찰 사실을 숨긴 채 2012월 12월 설계보상비를 지급하라는 소송을 냈다. 이듬해 11월 승소해 보상비와 지연손해금 3억2000만원을 받아내기도 했다.

이들의 행각은 2014년 공정거래위원회가 들러리 입찰 사실을 적발하면서 드러났다. 공정위는 코오롱글로벌과 포스코건설에 각각 과징금 14억1000만원과 19억5900만원을 내라고 명령했다. LH도 이들 업체의 담합이 알려지자 포스코건설 측에 설계보상비를 반환하라며 소송을 냈다.

포스코건설은 “정상적 입찰자가 있었다고 해도 LH는 탈락자에게 설계보상비를 지급해야 했다”며 “손해가 발생하지 않은 만큼 배상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입찰자가 명백하게 1개사뿐이거나 재입찰 공고에도 낙찰자가 없는 경우 수의계약을 통해 공사를 수주할 수도 있다”며 포스코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입찰 담합과 설계보상비 지급 사이에는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어 공동행위로 봐야 한다”며 “포스코건설의 고의성이 인정되는 만큼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들러리로 입찰에 참여하고도 설계보상비를 지급받은 건설사에 그 전액 상당의 손해배상을 명한 최초의 사례”라며 “발주처가 이런 건설사들을 상대로 낸 소송이 상당수 있어 이번 판결이 중요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법무부는 전남지역 화양∼적금 3공구 공사 입찰에 담합한 대형건설사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 중이다.

소송에서 법무부는 공사를 따낸 현대산업개발 외에 입찰에 탈락한 대림산업, 대우건설, 포스코건설 3개사에 대해 설계보상비 25억원을 물어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판결이 대형건설사를 상대로 한 국가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지 여부가 주목된다.

정선형 기자 linea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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