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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 최저임금 240원 올리면 나라 망한다고?" [김현주의 일상 톡톡]

입력 : 2019-07-12 23:00:00 수정 : 2019-07-12 19: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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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기본 생계·삶의 수준 보장해주는 일종의 사회안전망…사업주 입장에선 비용 인상 부담으로 다가오는 양날의 칼 /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 우여곡절 끝에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결정…어려운 경기상황에 대한 공익위원들의 공감대 작용했다는 분석 / 최근 2년간 30% 가량의 최저임금 인상 부작용 적지 않아…취약계층 고용 어려움 겪으며 가계소득 양극화 심화 / 노동계 설득하는 과제 남아…총파업 등 강경 투쟁 예고

최저임금은 사업주에게 그 이상의 임금을 주도록 강제해 기본 생계와 삶의 수준을 보장해주려는 일종의 사회안전망이다. 이런 좋은 취지에도 임금을 주는 사용자 입장에서 볼 때는 비용 인상의 부담으로 다가와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양날의 칼이다.

 

내년에 적용할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2.9% 오른 시간당 8590원으로 정해졌다.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은 2010년 적용 인상률(2.8%) 이후 가장 낮고 근로자위원 안과도 격차가 커서 노동계의 반발이 예상된다.

 

최저임금 인상률이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결정된 것은 최근 어려운 경제 현실에 대한 공익위원들의 공감대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런 공감대는 공익위원 9명 가운데 6명이 사용자 안에 손을 들어 준 데서 잘 확인된다.

 

의사결정의 키를 쥐고 있는 공익위원들은 이번 심의 과정에서 실물경기가 심각한 하강국면에 접어든 데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마찰, 한국의 첨단산업을 겨냥한 일본의 보복성 수출규제로 우리 기업들의 어려움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사용자 측의 주장에 공감의 폭을 넓힌 것으로 보인다.

 

최근 2년간 30% 가까운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이 예상외로 컸다는 사회적 인식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고용 취약계층을 고용시장에서 밀어냈고 이것이 가계소득 양극화로 이어지면서 우리 경제에 주름살을 만든 것은 여러 통계에서도 확인됐다.

 

아무리 취지가 좋아도 시장의 수용성을 넘어서는 최저임금 인상이 순작용보다 부작용이 크다면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반영되는 것은 당연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미 시간당 최저임금 1만원 2020년 달성 공약 이행이 어렵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이제 최저임금이 결정된 만큼 노동계를 설득하는 일이 중요하다. 노동계는 내년 최저임금은 실질임금의 감소를 의미하는 '참사'라며 총파업 등 전면 투쟁을 예고했다. 내년 최저임금에 영향을 받는 노동자가 415만명에 달한다니 노동계의 이런 반발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전문가들은 그간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상승해 중위임금의 60% 수준에 가 있는 만큼 그리 낮은 수준은 아니다라며 경제가 어려울 때는 양보하고 나아지면 이를 반영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말한다.

내년에 적용될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2.9% 오른 시간당 8590원으로 결정됐다.

 

이는 역대 3번째로 낮은 인상률로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이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13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시급 기준 8590원으로 의결했다. 올해 최저임금(8350원)보다 240원(2.9%) 오른 금액이다. 사용자안(8590원)과 근로자안(8880원)이 표결에 부쳐져 사용자안 15표, 근로자안 11표, 기권 1표로 사용자안이 채택됐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은 문재인 정부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이다. 현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 최저임금위원회가 의결한 2018년 최저임금(7530원)은 인상률이 16.4%였고 올해 최저임금은 인상률이 10.9%였다.

 

최저임금 인상률이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으로 한 자릿수로 떨어진 것이다. 정부 여당에서 여러 차례 제기된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론이 현실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은 2010년 적용 최저임금(2.8%) 이후 1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국내에서 최저임금제도를 처음 시행한 1988년 이후 1998년 9월∼1999년 8월 적용 최저임금(2.7%)과 2010년 적용 최저임금(2.8%)에 이어 역대 세번째로 낮은 인상률이기도 하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실현한다는 현 정부의 공약은 물거품이 됐다. 현 정부 임기 마지막 해인 2022년까지도 최저임금 1만원의 실현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 10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

 

지난해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떨어뜨린 데 이어 속도 조절까지 현실화한 만큼, 노동계의 강한 반발을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이날 대변인 논평을 통해 "최저임금 참사가 일어났다"며 "노동존중 정책, 최저임금 1만원 실현, 양극화 해소는 완전 거짓 구호가 됐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반면 경영계는 사용자안이 채택된 데 대해 환영하는 입장을 내놨다.

 

사용자위원들은 입장문에서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인상될 경우 초래할 각종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며 "경제 활력을 제고하고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다소나마 줄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최저임금위가 진통 끝에 내년도 최저임금을 시간당 8590원으로 의결했지만, 최저임금이 최종적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

 

현행 최저임금법은 최저임금위원회가 최저임금을 의결하면 이를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제출하고 노동부 장관은 8월 5일까지 최저임금을 확정해 고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가 이날 의결한 내년도 최저임금이 고시되기까지 아직 24일이 남아 있다는 얘기다.

 

이 기간 내년도 최저임금에 대해 불만을 가진 노사 단체는 노동부 장관에게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이의 제기를 할 수 있는 것은 전국적 규모의 노사 단체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중소기업중앙회(중기중앙회) 등이 있다.

 

노동부 장관은 이의 제기에 이유가 있다고 인정될 경우 최저임금위원회에 재심의를 요청할 수 있다.

 

국내에서 최저임금제도를 처음 시행한 1988년 이후 최저임금위원회가 의결한 최저임금에 대해 노사 양측이 이의를 제기한 적은 많지만, 재심의를 한 적은 없다.

 

◆뿔난 노동계 이의 제기 나설 듯

 

지난해에도 경영계가 올해 적용 최저임금(8350원)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으나 노동부는 최저임금위원회에 재심의를 요청하지 않았다. 이에 소상공인 단체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대규모 집회를 여는 등 거세게 반발했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노동계의 기대 수준에 크게 못 미치는 만큼, 올해는 노동계가 이의 제기에 나설 전망이다.

 

강훈중 한국노총 대변인은 "오늘 최저임금위원회가 의결한 내년도 최저임금은 합리성과 객관성이 결여돼 있다"며 "당연히 이의 제기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부 장관이 내년도 최저임금을 확정해 고시하면 내년 1월 1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최저임금의 적용을 받는 사업장의 사용자는 최저임금을 노동자가 잘 볼 수 있는 곳에 게시하는 등 널리 알려야 한다.

 

현행 최저임금법상 최저임금은 규모와 상관없이 모든 사업장에 적용되지만, 가사(家事) 노동자와 선원법의 적용을 받는 선원 등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최저임금위원장 "어려운 경제여건에 대한 정직한 성찰의 결과"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을 비롯한 공익위원들은 이번 결정에 대해 나쁜 경제 여건을 고려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이날 내년도 최저임금 의결 직후 브리핑에서 "대한민국 경제 형편이 여러 가지로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의결에) 굳이 의미를 부여한다면 최근 어려운 경제 여건에 대한 정직한 성찰의 결과"라고 밝혔다.

 

그러나 박 위원장도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이 '의외로' 낮은 수준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그는 "(내년도 최저임금이) 제 생각보다 다소 낮게 결정이 돼 저로서는 개인적으로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고 털어놨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이 문재인 정부의 기조에 어울리지 않게 낮은 수준으로 정해진 것은 의결 방식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심의에서 특징적인 것은 사용자안과 근로자안이 표결에 부쳐진 점이다.

 

해마다 최저임금 심의에서는 노사 양측의 입장 차이가 워낙 커 합의보다는 표결로 의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용자안은 최저임금의 적정 수준보다 낮을 가능성이 크고 근로자안은 높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양자택일은 저임금 노동자와 소상공인 중 어느 한쪽에 피해를 줄 수 있다.

 

이 때문에 역대 최저임금 심의에서는 근로자안보다는 낮고 사용자안보다는 높은 공익위원안이 표결에 부쳐지는 경우가 많았다. 공익위원안이 표결에 부쳐지면 거의 항상 공익위원안이 채택됐다.

 

노사 대립 구도 속에서 공익위원이 캐스팅보트를 쥐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노·사·공익위원 각 9명씩 모두 27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며 위원장은 공익위원이 맡는다.

 

◆자영업들 사이에선 '아쉬움' '안도감' 교차

 

가장 최근에 사용자안이 표결에 부쳐져 채택된 것은 2017년 적용 최저임금을 의결한 2016년 심의다.

 

그러나 당시 표결은 노동계가 불참한 상태에서 진행됐고 사용자안도 공익위원이 제시한 구간 안에서 제시됐다. 그만큼 사용자안에 공익위원의 입장이 반영됐다는 얘기다.

 

이번 심의에서도 공익위원들은 사실상 내년도 최저임금의 인상 가능 구간을 제시했다.

 

지난 10일 제11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수정안으로 9천570원(14.6% 인상)을 제시한 노동계와 8천185원(2.0% 삭감)을 제시한 경영계에 한 자릿수 인상률의 2차 수정안을 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그러나 이때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0∼10%의 구간은 범위가 넓어 공익위원들의 시각이 반영된 유의미한 제한으로 보기는 어렵다. 공익위원들도 한 자릿수 인상률 요청이 공식적으로 심의 촉진 구간을 제시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번 심의에서 공익위원들은 한 자릿수 인상률을 요청한 것 외에는 노사 양측의 입장 차이를 좁히기 위한 별다른 시도를 하지 않았다.

 

공익위원들은 한 자릿수 인상률을 요청한 바로 다음 날인 11일 제12차 전원회의에서 노사 양측에 표결에 부칠 '최종안'을 내라고 최후통첩 식으로 요청했다.

 

당시 노사 양측은 공익위원들의 요청에 적잖이 당황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익위원들의 주도로 입장 차이를 좁히는 과정이 더 있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갑자기 최종안을 내라는 요청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가 마지노선인 오는 15일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일각의 예상을 깨고 노사 양측이 내놓은 최종안이 표결에 부쳐져 이날 새벽 내년도 최저임금이 의결됐다.

 

일각에서는 공익위원들이 좀 더 시간을 들여서라도 노사 양측의 입장을 좁힌 다음, 사용자안과 근로자안을 표결에 부치거나 공익위원안을 표결에 부쳤더라면 내년도 최저임금의 수용성을 높였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알바생 "최저임금 1만원 공약 안 지켜져 실망"

 

내년에 적용될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2.9% 오른 시간당 8590원으로 결정, 자영업 현장에서는 아쉬움과 안도감이 교차했다.

 

최저임금위원회가 제13차 전원회의를 열어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한 12일 자영업자들은 소폭 증가에 안도하면서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일부 자영업자들은 최저임금이 인하되거나 동결되지 않은 것에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기대했던 것보다 적은 인상 폭에 실망감을 표현하며 1만원 인상을 촉구하는 청년들도 있었다.

 

한 알바생은 "최저임금 1만원은 청년들이 미래를 준비할 수 있게 하는 최소한의 돈"이라며 "1만원은 돼야 최소한 먹고 사는 걱정하지 않으며 취업 준비를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알바생도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이 안 지켜질 가능성이 커 실망"이라며 "9000원은 넘어야 생활이 가능할 것 같다. 지금은 저축할 돈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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