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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라는 말도 기억에서 사라져…英 소녀의 안타까운 사연 [김동환의 월드줌人]

입력 : 2020-01-28 14:02:49 수정 : 2020-01-29 16: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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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다섯 살 소녀, 유전 형질로 기억력 등 점차 쇠퇴
유전 형질 탓에 기억력이 점차 쇠퇴하는 다섯 살 영국인 소녀의 사연이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소녀의 부모는 “엄마”라는 말도 언젠가는 딸의 머릿속에서 사라질 것이라며, 아이의 기억이 온전히 남아있는 한은 무엇이든 해주겠다고 의지를 다진다. 안타까운 소녀의 사연은 영국의 모금 사이트인 ‘virginmoneygiving’에도 게재됐다. virginmoneygiving 홈페이지 캡처

 

유전 형질 탓에 기억력이 점차 쇠퇴하는 다섯 살 영국인 소녀의 사연이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소녀의 부모는 “엄마”라는 단어도 언젠가는 딸의 머릿속에서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며, 아이의 기억이 온전히 남아있는 한 무엇이든 해주겠다고 의지를 다진다.

 

27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 등 외신들에 따르면 영국 웨스트 미들랜즈주에 사는 페니 밀스(5)는 유전 형질 중 하나인 ‘제3형 점액다당류증’을 앓고 있다.

 

‘산필리포 증후군(Sanfilippo syndrome)’으로도 불리는 이 질환은 5세 전후 정신·신체적 발달 지연이 나타나고 지능·운동능력이 떨어지며, 신경계 증상으로는 치매·공격적인 행동 등을 보인다. 의학계에 따르면 치료법은 현재 연구·개발 단계여서 증상 완화를 목표로 하는 대증요법과 부작용·합병증을 조절 및 완화하는 지지요법이 주로 쓰인다.

 

페니의 엄마 켈리(40)는 딸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 처음에 150개 내외였던 아이의 어휘가 질환 악화로 10개 내외 수준으로 떨어져, 현재는 말하고 표현하는 능력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홀로 신발을 신거나 포크도 쓸 수 있었지만 그마저도 하지 못할 만큼 상태가 나빠졌다.

 

켈리는 “딸이 언제 마지막으로 ‘엄마’라 말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며 “우리를 보는 딸의 눈빛이 초롱초롱하니 아직 우리를 기억하는 건 맞지만, ‘최악의 공포’가 될 수도 있는 그 날이 언제든 올 수 있다는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다”고 말했다.

 

생후 6개월부터 콧물을 자주 흘리는 등의 증세가 나타난 페니는 세월이 흘러 또래가 입을 떼는 무렵에도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단지 아이의 발달이 느리다 여겼던 부부는 배변을 제대로 가리지 못하는 딸의 모습에 심각성을 느끼고 2018년 9월 병원을 찾았다가 생각지도 못한 진단을 받았다.

 

켈리는 “엄청난 충격이었다”며 “이 병을 앓으면 평균 15살까지만 살 수 있다고 했다”고 끔찍했던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하루가 지날 때마다 그 순간이 다가오는 것 같다”며 “어떠한 것도 아이의 인생을 보장해주지 못하는 것을 안다”고 슬퍼했다.

 

페니의 투병이 이들 부부에게 더욱 안타까운 건, 두 사람이 2013년 페니의 언니인 또 다른 아기를 유산한 뒤 얻은 딸이어서다.

 

현재 페니의 상태는 점점 악화하고 있어서 초콜릿이나 치즈와 같은 원래 알던 단어조차도 입에 담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크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해 이제는 일부 음식은 손으로 집어 먹는다.

 

켈리는 “우리 딸은 장난감도 제대로 갖고 놀지 못한다”며 “양말이나 신발의 짝도 맞추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는 그럴 때마다 혼란스러워한다”며 “언제 다시 정상으로 되돌아갈 수 있을지는 우리는 알지 못한다”고도 했다.

 

켈리는 “딸이 지금까지 만났던 사람들의 얼굴을 잊지 않도록 돕기 위해 그동안 찍었던 사진들을 매일 보여주고 있다”며 “가능한 많은 기억을 아이에게 심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언젠가 페니의 기억이 모두 사라지는 날이 오겠지만, 모든 순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겠다고 부부는 입을 모았다.

 

켈리는 “딸의 웃음만으로도 우리 집 분위기가 한층 밝아진다”며 “아이는 춤추기 좋아하는 아주 행복한 소녀고, 우리는 할 수 있는 데까지 딸에게 힘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페니의 안타까운 사연은 켈리 부부의 한 지인이 영국의 모금 사이트인 ‘virginmoneygiving’에도 게재했으며, 28일 오후 2시 기준으로 목표액인 3000파운드(약 460만원)의 절반이 넘는 약 1700파운드(약 261만원)가 모였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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