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중단률, 약물 복용보다 장기 지속형 주사제가 36% 낮아”
“주사제, 한 달이나 세 달 주기로 1회만 투여하면 효과 지속돼”
심한 환청이나 환각, 망상, 행동이상 등이 나타나는 질환인 ‘조현병’. 과거 정신분열증으로 불리기도 했던 이 질환은 사고, 감정, 감각, 행동 등 인격 전반에 걸쳐 변화가 생기는 정신질환이다.
최근 조현병 환자들로 인한 범죄나 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해 위험한 질환이라는 사회적 편견이 자리 잡고 있지만, 이는 약을 제대로 먹지 않거나 중단하는 등 적절히 치료받지 않은 일부 환자들의 사례이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1~3달 간격으로 주사제를 투여해 치료하는 장기 지속형 주사제의 효과성을 입증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중선 교수와 주성우 전문의는 조현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항정신병 약물 치료 양상을 분석해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31일 밝혔다.
연구팀은 2009년부터 2016년까지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활용해 총 4만4396명의 조현병 환자를 대상으로 항정신병 약물의 종류에 따른 재발 위험률과 치료 중단율을 분석했다.
그 결과, 장기 지속형 주사제가 경구용 약물을 복용한 경우보다 치료 중단율이 약 36%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 지속형 주사제를 투여한 경우와 약물에 노출되지 않은 경우를 비교한 결과에서는 장기 지속형 주사제가 재발 위험률을 약 71% 낮췄다.
또한 두 가지 이상의 항정신병 약물을 이용한 병합 요법과 단독 요법을 비교한 결과, 병합 요법과 단독 요법의 치료 중단율에는 유의한 차이가 없었고 병합 요법이 단독 요법에 비해 재발 위험을 약 1.5배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부작용 발생 위험 증가와 약물 간 상호작용에 대한 우려로 병합 요법을 시행하는 것을 꺼려왔다. 하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병합 요법의 치료 중단율이 단독 요법에 비해 높지 않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주성우 전문의는 “장기 지속형 주사제는 한 달 혹은 세 달 주기로 1회만 투여하면 효과가 지속돼 매일 복용해야 하는 경구약의 불편함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중선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조현병 환자들의 진료 현장에 장기 지속형 주사제를 적극적으로 적용할 예정”이라며 “장기 지속형 주사제를 통해 조현병 치료의 성공률은 높이고 재발률은 낮춰서 환자와 가족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정신의학’(Psychological Medicine) 최신호에 게재됐다.
이승구 온라인 뉴스 기자 lee_ow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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