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랑협회, 24일부터 전시, 26일 경매
양대 경매사 겨냥 “문제 제기”
일반인은 화랑 통해 예약해야
미술계의 ‘매의 눈’들이 모여 미술품 경매를 한다면 어떤 광경이 벌어질까? 미술품 유통을 ‘업’으로 하는 화랑인들끼리의 이색 경매가 오는 26일 펼쳐진다.
한국화랑협회는 회원 화랑 옥션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오는 26일 개최한다. 경매에 앞서 프리뷰 전시는 24일 시작돼 경매일까지 출품작을 관람할 수 있다. 협회 회원 화랑과 화랑 동반자는 자유 입장, 일반 관람객은 회원 화랑을 통해 사전 예약시 무료로 관람이 가능하다.
출품작은 한국 근현대 대표 작가들의 작품 중에서도 최상급의 작품을 내놓는다. 박수근, 박서보, 이우환, 손상기, 김기창, 김창열, 김호득, 이인성, 이응노, 정창섭, 윤명로, 윤형근, 남관, 서용선, 이동엽, 남춘모 등 총 100여명의 작가 작품 약 120점이 나온다.
화랑협회는 “화랑계의 안목으로 선정한 실력 있는 작가들의 작품을 스토리텔링형으로 선보이는 프리뷰 전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수근 유작전 출품작 등 희귀작품 나와
이번 경매 행사에는 박수근의 1964년작 ‘작품A’가 나온다. 평생을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린 박수근은 생존 당시 1962년 단 1회의 개인전을 개최했는데, 그 장소는 미술관이나 갤러리가 아닌 오산의 주한미공군사령부에 있는 도서관이었다. 1965년 5월 갑작스럽게 타계한 후 유족이 그의 작품 79점을 모아 1965년 10월 중앙공보도서관 화랑에서 유작전을 열었는데, 이 전시가 본격적인 첫 개인전이라 할 수 있다고 한다. ‘작품A’는 이 유작전에 출품되었던 작품으로, 당시 국립중앙박물관 최순우 관장이 박수근의 창신동 자택을 국내 저명한 컬렉터와 동행 및 추천해 소장하게 된 작품이다. 기존의 서민 생활을 주제로 한 구상화와는 달리, 사물의 형태들이 흩어지고 거친 질감과 선적인 요소들이 강조된 드문 작품으로 구상화가로 유명한 박수근이 시도했던 몇 안 되는 추상화 중의 한 점이며, 또한 그중에서 가장 수작이라는 평가다.
JTBC에서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공작도시’에 등장하는 손상기 작품도 나온다. 출품되는 작품은 ‘공작도시-이른 봄’으로 1987년 작품이다. ‘그림을 그리는 것은…. 단 혼자만의 고독한 노동이며 천형을 입은 천재의 고통인 것’이라는 작가노트를 남긴 그는 BTS의 RM이 사랑한 작가, 한국의 툴르즈 로트렉으로 불리는 천재 요절화가로도 알려져 있다. 장애와 가난, 고독에 얽혀 39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고, 산업혁명을 거쳐 현대에 들어선 한국도시의 무정하고 냉혹한 이면을 다룬 시리즈로 유명하다.
조선의 고갱이라 불린 이인성의 사과가 있는 정물도 나온다. 서양의 인상주의 기법에 기반을 두어 우리의 향토적 주제와 감성을 담아낸 ‘향토적 서정주의’의 한 전형을 이룬 것으로 평가받는 그는 대구에서 작업하며 유독 사과나무와 사과를 많이 등장시켰다. 행사 출품작은 소박한 구도하에 녹색과 적색의 보색대비가 인상 깊은 작품이다.
◆화랑이 왜 경매를?
이번 이색 경매 행사 배경에는 화랑가의 미술품 경매사를 향한 문제 제기가 깔려있다. 미술 시장은 1차 시장인 화랑, 2차 리세일 시장인 경매 시장으로 나뉜다. 화랑협회는 최근 서울옥션 및 케이옥션 양대 경매사가 판매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작품을 유통하거나 잦은 경매, 신인 작가들에게 직접 작품을 받아 경매에 부치는 직거래 영업 등의 행태가 미술 시장 질서를 해치는 과열 영업이라고 비판해왔다. 이번 경매는 경매사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이상적인 경매 현장을 직접 보여주겠다는 취지로 기획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낙찰 수수료 없이, 근년작 출품 제한 등의 기준을 내세워 경매를 진행한다.
협회 측은 “옥션이라는 초강수를 둘 수밖에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옥션사들과의 협의 부재”라고 밝혔다. 협회는 “과도한 옥션 개최 지양, 옥션의 작가 직거래 금지를 골조로 하는 신사협약이 2007년도에 체결됐지만, 다시 옥션사들은 시장 논리만을 강조하며 이행을 하지 않고 있다”며 “미술 시장 질서를 위해 지속해서 양대 옥션사에 협조를 요청하고 면담을 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으나 귀담아듣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협회 측은 “지금 미술 시장은 미래를 내다보는 바른 성장이 필요하다”며 “1차 시장과 2차 시장의 역할 공존, 유통구조 건전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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