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선제 대응 위해 국제 비상사태 선언
초기 감기 증상서 얼굴·생식기 등 발진으로
대부분 자연 회복…국내 백신 도입 추진 중
세계보건기구(WHO)가 세계적으로 확산 중인 ‘원숭이두창’에 대해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언했다.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 A(H1N1)에 대해 처음 PHEIC를 선언한 뒤 7번째다. 국내에서 원숭이두창은 지난달 22일 첫 확진자 발생 이후 추가 감염이 보고되지 않았지만 정부는 만일을 대비해 두창 백신 추가 도입을 추진 중이다.
◆치명률 낮지만 급증세…대응 필요
22일(현지시간) WHO가 발표한 원숭이두창 발생 현황에 따르면 21일까지 전 세계 75개국에서 1만5734명의 감염이 확인됐다. 5월 13일부터 6월 30일까지 7주 동안 58개국 5322명의 환자가 발생했던 것에 비춰보면, 최근 3주 만에 1만명 이상 급증하며 빠르게 확산하는 추세다.
전체 환자 중 74%가 유럽에서, 24%가 미주에서, 2%가 아프리카에서 발생했다. 환자의 99%는 남성이며 79%가 25∼45세 사이로 조사됐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원숭이두창에 대해 PHEIC를 선언한다고 밝혔다. PHEIC는 WHO가 내릴 수 있는 최고 수준의 공중 보건 경계 선언이다. PHEIC가 선언되면 WHO가 질병 억제를 위한 연구와 자금 지원, 국제적 보건 조치 등을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다.
WHO는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 A(H1N1)에 PHEIC를 처음 선언했으며 2014년 에볼라 바이러스 등 과거 총 6차례 걸쳐 PHEIC를 발령했다. 마지막 발령은 코로나19였다. 현재는 코로나19와 소아마비에 대해서만 유지되고 있다.
이번 발표에 앞서 국제 보건 긴급위원회는 지난 21일 원숭이 두창에 대한 PHEIC선언 여부를 놓고 회의를 열었다.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은 긴급위원회 전원의 찬성을 얻지 않은 상태에서 이례적으로 PHEIC를 선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15명의 위원 가운데 6명은 비상사태 선포에 찬성했지만 9명은 부정적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위원들의 관점이 엇갈렸던 점을 알고 있고, 쉽고 간단하게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었던 점도 안다”면서도 “원숭이 두창은 우리가 잘 모르는 새로운 전파 방식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원숭이 두창의 확산 정도나 치명률 등이 PHEIC를 선언할 요건을 갖췄는지를 두고는 여전히 논란이 있지만, 더 많은 국가로 확산하기 전에 전 세계가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는 질병이라고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이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징그럽지만 치명적이진 않아”…의심시 신고해야
원숭이두창은 원래 중서부 아프리카 지역에서 발견되던 풍토병이다. 1958년 원숭이에서 바이러스가 처음 발견되면서 원숭이두창이란 이름이 붙었다.
초기 증상은 발열, 두통, 근육통, 임파선염, 오한, 피로감 등 감기와 비슷하다. 이후 발진이 나타나는데 보통 얼굴부터 시작해 생식기 등 다른 신체 부위로 퍼진다. 동그란 붉은 반점 같은 구진성 발진(경계가 뚜렷하고 언덕과 같이 조직이 융기된 발진의 증상)에서 수포(물집)→농포(고름이 차는 포진)→가피(마르면서 굳은 딱지) 등 단계로 진행된다.
전문가들은 밀접접촉을 통해 누구나 원숭이두창에 걸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사람간의 전염은 주로 밀접접촉에서 호흡기 분비물을 통해 발생하거나 발진이나 오염된 의류를 직접 만지는 경로로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원숭이두창은 대부분 특별한 전용 치료 없이도 회복된다. 원숭이두창의 주요 변이로는 증상이 비교적 가벼운 서아프리카 변이와 좀 더심한 콩고 변이가 있는데, 가디언은 현재 사태는 서아프리카 변이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미국 밴더필드 의대의 윌리엄 섀프너 교수는 “대부분의 경우 비교적 경미하게 지나가고 징그러울 순 있지만 저절로 낫는다. 시간은 좀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면역력이 약한 사람이나 임산부 등 취약층에선 주의할 필요가 있다. 실제 중증 환자가 늘고 있다는 점을 각국 보건당국은 우려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지난달 22일 독일에서 입국한 내국인이 원숭이두창 확진 판정을 받은 이후 추가 감염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원숭이두창이 의심되는 피부 병변이 나타나면 가까운 의료기관을 찾아 감염 의심 보고를 해야 한다. 겉으로 보기에 헤르페스나 매독 등 일반 성병과 증상이 비슷해 그냥 지나칠 위험이 있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PCR(유전자증폭) 검사를 받아야 하며, 확진 시 전파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타인과 밀접접촉을 피해야 한다.
고위험군에는 원숭이두창 치료를 위한 항바이러스제 ‘테코비리마트’를 사용할 수 있다. 한국에는 이달 504명분이 도입됐다.
CDC는 의료진이나 실험실 직원 등 원숭이두창 환자와 밀접접촉할 가능성이 높은 사람에게는 백신 접종을 권고한다. 이미 바이러스에 노출된 이후에 맞아도 유효하다. 노출된 지 4일 안에 접종이 권고되며 4~14일 안으로 맞아도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는 게 CDC 설명이다.
우리 정부는 현재 원숭이두창 예방 효과가 있는 3세대 두창 백신 ‘진네오스’ 5000명분을 들여오기 위한 계약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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