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강력범 엄벌, 시위자 억압 양면” 2024년 사형집행 1518건…8년만 최다

관련이슈 디지털기획

입력 : 2025-04-08 13:39:52 수정 : 2025-04-08 13:39:51

인쇄 메일 url 공유 - +

지난해 확인된 전 세계 사형 집행 건수가 8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국제앰네스티는 8일 공개된 ’2024년 전 세계 연례 사형 현황 보고서(Death Sentences and Executions 2024)’에서 2024년 확인된 사형 집행 건수가 1518건으로 2015년 이후 가장 많았다고 밝혔다. 

사형이 집행된 대부분의 지역은 중동이었다. 다만 이 수치는 중국, 북한, 베트남 등 사형제를 광범위하게 시행한다고 알려진 나라들에서 비공식적으로 집계된 수천 건의 사형이 제외된 수치다. 팔레스타인 점령지역과 시리아에서도 지속적인 위기 상황으로 인해 관련 수치를 확인할 수 없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사형 집행국 수는 15개국으로 2년 연속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아녜스 칼라마르(Agnès Callamard) 국제앰네스티 사무총장은 “사형은 오늘날 세계에서 용납될 수 없는 잔혹한 관행”이라면서도 지난해 사형을 집행한 국가가 15국에 그치며 2년 연속 최저치를 경신했다는 점은 “세계가 이토록 잔인하고 비인도적이며 굴욕적인 형벌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신호”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지난해 중국에서 수천 명의 사형 집행이 이뤄진 것으로 추측되는 것을 비롯해 이란(972명 이상), 사우디아라비아(345명 이상), 이라크(63명 이상), 예멘(38명 이상) 순으로 사형이 많이 이뤄졌다고 파악했다.

 

한국의 경우 지난해 사형제 존폐에 대한 찬반 여론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강력 범죄자에 대한 엄벌을 요구하는 여론이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사형제 폐지를 향한 움직임들이 시민사회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전개됐다.

 

지난해 11월29일 야당 국회의원 65명이 주도해 제출한 ‘사형폐지에 관한 특별법안’은 결국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1999년부터 매 국회마다 발의돼 10번째로 발의된 것이었으며, 사형제 폐지 압박을 지속했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

 

장박가람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캠페인본부장은 “전 세계 국가 4곳 중 1곳은 국가가 법률상 또는 사실상 사형제도를 폐지했다”며 “사형 집행 국가는 시간이 갈수록 계속 줄어들고 있기에 사형제 폐지는 거스를 수 없는 국제적 흐름”이라고 강조했다.

 

사형제 대안으로 일부에서 논의되고 있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에 대해서는 “사형제의 대안으로서 제시되는 형벌 또한 어떠한 경우에도 인간의 존엄을 훼손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한국은 1997년을 마지막으로 현재까지 사형을 집행하지 않음으로써 국제앰네스티에 의해 ‘실질적 사형 폐지국’으로 분류되고 있다.

 

한편, 2024년 한 해 동안 전 세계에서 많은 지도자가 사형제도를 무기화하기도 했다. 엠네스티는 이런 지도자들이 “사형제가 공공 안전을 개선한다는 거짓 명분을 내세우거나 대중들에게 공포를 심기 위해” 이렇게 조치했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종식된 이후 사형 집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데, 지난해에는 25명이 사형에 처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과 함께 “폭력적인 강간범, 살인자, 괴물로부터 국민을 지키는 수단”으로 사형제를 반복해서 언급한 바 있다. 앰네스티는 “사형제가 특별한 범죄 억제 효과가 있다는 잘못된 논리를 확산시키는 데 일조했다“고 이를 비판했다.

 

중동 지역의 일부 국가에서는 인권 옹호자, 반체제 인사, 시위자, 정치적 반대자, 소수 민족을 억압하기 위해 사형제가 사용되고 있다. 이 지역에서만 1442건의 사형이 집행돼 전년 대비 34%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프리카에서도 콩고민주공화국이 사형 집행 재개 계획을 발표했고, 부르키나파소 군정당국은 일반 범죄에 대한 사형제도를 다시 도입하겠다고 선언했다.

 

아녜스 칼라마르 국제앰네스티 사무총장은 “권력에 도전한 이들은 가장 잔인한 형벌에 처해졌다. 사형제는 용기있게 목소리를 낸 사람들을 침묵시키기 위해 사용되었다”고 말했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조이현 '청순 매력의 정석'
  • 조이현 '청순 매력의 정석'
  • 에스파 지젤 '반가운 손인사'
  • VVS 지우 '해맑은 미소'
  • 김지연 '청순 볼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