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스타전을 마치고 휴식 기간이던 지난 24일 현대건설 홈구장 수원실내체육관에서 훈련을 마친 이다영은 안마 의자에서 몸을 풀며 “팀의 공격 템포를 빠르게 가져가기 위한 훈련을 집중적으로 하고 있다”며 “피곤해서 죽을 지경이다. 올스타전 끝나고 쉬지도 못했다”고 울상을 지었다. 하지만 그는 압도적인 세리머니의 비결에 대해 묻자 “한번 흥이 터지면 주체를 못하는 성격이라서 나름 자제했는데 좋게 봐주신 것 같다. 고등학교 때도 축제 때는 빼놓지 않고 춤 공연을 선보였다”며 활짝 웃었다.
이다영(현대건설)이 22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올스타전에서 웨이브 댄스 세리머니를 선보이고 있다. 천안=연합뉴스 |
이다영은 언니 이재영과 함께 진주 선명여고 시절부터 한국 여자 배구의 미래를 이끌 재목으로 이름을 날렸다. 2013 아시아 여자배구 선수권대회에 이어 2014 그랑프리 세계여자배구대회 국가대표로 선발되며 굵직한 국제대회를 누빈 자매는 2014~15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나란히 전체 1, 2순위로 프로에 입성했다. 깜찍한 외모와 함께 월등한 실력까지 갖춘 자매는 데뷔 첫해부터 올스타전에 나서며 배구 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이다영은 “나를 응원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너무 행복하다. 운동이 힘들 때마다 팬들을 생각하면 없던 힘이 생긴다”고 말했다.
일부 팬들의 인신공격성 SNS 쪽지도 자주 상처를 준다. 이다영은 팀 내 주전 염혜선에 밀려 백업 세터를 담당하고 있다. 아직까지 토스의 안정감은 염혜선이 낫지만 키가 180㎝인 이다영은 뛰어난 공격력과 함께 날개 공격수에게도 뒤지지 않는 블로킹 높이를 앞세워 출전시간을 늘려가고 있다.
그러나 이다영은 이번 올스타전을 앞두고 팬으로부터 “올스타전에 나오는 대신 운동이나 열심히 하라”는 장문의 SNS 쪽지를 받은 뒤 운동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마음이 상했다. 이다영은 “아직까지 토스가 많이 부족하다. 내가 조급해한다고 나아질 것이 없고 세터는 경험을 통해서 많이 달라진다고 생각한다”고 자평한 뒤 “팀 선배인 혜선 언니의 토스를 많이 연구해서 보다 안정적인 경기력을 선보이겠다. 내 강점인 공격력을 살려 팀 승리에도 기여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현재 시즌 순위 3위(승점34·12승8패)에 올라 있는 현대건설은 27일 IBK기업은행과의 홈경기를 시작으로 후반기 5, 6라운드에 돌입한다. 현대건설이 순위를 유지한다면 여자부 3위까지 주어지는 포스트시즌 진출권을 획득해 이재영이 버티고 있는 1위 흥국생명(승점43·15승5패)과 토너먼트에서 맞붙게 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흥국생명의 에이스 이재영은 지난 20일 김천 도로공사전에서 왼쪽 발목을 다쳐 전치 2주의 부상을 당해 재활 중이다.
이다영은 언니를 향한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다. 평소 이들 자매는 티격태격하면서도 우애가 두텁기로 유명하다. 이다영은 “재영이가 부상을 당해 마음이 아프다. 물론 나보다는 재영이가 훨씬 힘들 것이다. 코트에서 맞붙게 되더라도 재영이가 잘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후반기 목표에 대해 “올 시즌은 집중력이 떨어져 패한 경기가 많았다. 지난 경기에 연연하지 않겠다. 단점을 분석해서 보완하고 남은 경기를 잘 치르겠다”고 당차게 각오를 다졌다.
안병수 기자 r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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