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품질 좋지만 공급 불안정
농지 정비·기술개발 병행 필요
앙금은 팥을 삶고 으깨고 설탕 등 여러 가지 첨가제를 섞어 만든다. 이 복잡한 공정을 국내 모든 제과업체나 제과점이 직접 하는 것은 아니다. 앙금만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독보적인 기업이 있기 때문이다.
‘대두식품’은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으로 알려진 전북 군산 이성당의 3대 대표 조천형씨의 아들인 조성용(사진) 대표가 1983년 설립했다. 콩·팥·녹두 등을 재료로 다양한 앙금을 만들어 국내 앙금제조의 산업화는 물론 베이커리 업계의 성장을 이끌었다. 한국에서 소비되는 앙금의 80% 이상을 대두식품에서 만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미국, 일본, 중국, 호주 등 해외에도 앙금을 수출하고 있다.
대두식품은 지난해 기준 4514t의 팥을 사용했다. 중국산 4300t, 국내산 214t으로 국산 비율이 4.7% 정도다. 대두식품은 “중국산은 묵은 팥일 가능성이 높고, 국산 팥은 계약재배로 당해 수확된 팥을 제공받기 때문에 품질에서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국산 사용 비율이 낮은 이유는 국내 팥 공급이 불안정해서다. 조 대표는 가장 큰 문제는 ‘농지’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량생산을 하려면 반듯하게 정리된 농지에 심어 기계수확해야 하는데 국내엔 밭작물을 대량으로 재배할 정비된 땅이 별로 없다”며 “좋은 품종을 개발해도 대량생산체계를 뒷받침할 만한 재배환경이 갖춰지지 못해 생산량을 늘릴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또 “최근 좋은 팥 품종이 탄생한 것은 고무적이지만 전문 연구인력 자체가 적어 육종 및 관련 기술 개발 속도가 더딘 것도 이유”라고 덧붙였다.
결국 국산 팥 자급률을 높이려면 인력과 예산을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조 대표는 “팥 경작 기계화율을 높이면 국산 팥 단가를 낮춰 시장 경쟁력도 높일 수 있다”며 “이를 위해 정부는 농지를 정비하고, 학교나 연구소는 팥 재배환경에 맞는 품종과 기술을 적극 개발·보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대표는 다양한 품종 개발을 통한 국산 팥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금은 ‘팥’이라고 하면 붉은 팥만 떠올리지만 예전에는 흰 팥이 있었다. 일본에서는 ‘단파팥’이라는 종자가 개발돼 인기를 얻는 등 다양한 종자가 개발되고 있다”며 “국산 팥도 이처럼 다양한 품종이 개발되어 각각의 장점과 특징에 맞게 사랑을 받게 된다면 국산 팥 수요와 시장의 규모도 이에 맞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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