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청 실무협의도 진전 없어
정작 印尼는 佛 전투기 입질
한국과 공동개발 이탈 움직임
한국형전투기(KF-X) 공동개발국인 인도네시아가 2016년 이후 지금까지 분담금을 제대로 납부한 적이 한 번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거액의 분담금을 연체한 인도네시아는 프랑스산 라팔 전투기 도입을 추진 중이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강대식 의원이 23일 방위사업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의 KF-X 분담금 미납액 규모는 이달 기준 6044억원에 달한다. 2016~2020년 지급하기로 계획된 분담금 8316억원 중에서 4분의 1 수준인 2272억원만 지불됐다.
인도네시아는 2016년 분담금으로 할당돼 있던 500억원을 전액 납부했다. 하지만 2017년엔 1841억원 중 452억원만 냈다. 2018년엔 1987억원 전액을 연체했다. 지난해는 1907억원 가운데 1320억원을 지급했으나, 올해 납부해야 할 2018억원은 전액 미납했다.
분담금 미납이 거듭되자 방위사업청은 지난 9월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실무협의를 진행했다. 하지만 “상당 부분 의견접근이 이뤄졌다”는 것 외에는 인도네시아의 요청을 이유로 협의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다. 군 소식통은 “인도네시아 내부 사정이 생각보다 복잡해 분담금을 한국에 송금할 상황이 아닌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내년 이후 인도네시아가 내야 할 금액이 9000억원이 넘는 상황에서 분담금 미납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KF-X 개발 과정에서 한국의 부담이 커진다.
한국과 인도네시아는 2015년부터 8조7000억원의 사업비를 공동 부담, 2026년까지 차세대 전투기를 개발해 양산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인도네시아는 사업비의 20%인 1조7000억원을 투자하고, 시제기 1대와 기술 자료를 이전받아 48대를 현지 생산할 계획이었으나 경제 사정을 이유로 개발분담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
KF-X에 대한 인도네시아의 정책기조가 흔들리자 동남아 방산시장 공략을 추진하던 프랑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거래 과정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인도네시아 시장을 선점, 한국 등 방위산업 경쟁국들을 밀어내겠다는 의도라는 해석이다.
인도네시아와 라팔 전투기 판매 협상을 진행 중인 프랑스는 이르면 다음 달 라팔과 더불어 첨단 항공유도무기, 잠수함, 초계함 등을 판매하고, 관련 기술이전과 금융지원을 추가한 대규모 ‘패키지 딜’에 합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합의가 성사되면 인도네시아는 재정 부담 없이 첨단무기와 기술을 확보하게 된다. 프랑스 측은 플로랑스 파를리 국방부 장관이 현지 TV에 출연, “아직 서명은 하지 않았으나 많은 작업을 수행했고, 거래도 잘 진행됐다”고 밝히는 등 합의 성사를 기정사실화하는 모양새다.
인도네시아의 이탈 움직임이 가속화하고 있지만 방사청은 “인도네시아의 타국 전투기 구매 검토는 KF-X 공동개발과는 별개로 진행되는 전력 보강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낙관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반면 방산업계에서는 “인도네시아는 고가의 라팔 도입과 KF-X 공동개발을 함께 추진할 여력이 없다”며 KF-X 이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일각에서 범정부 차원의 정책적 대안을 마련해 인도네시아를 설득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강 의원은 “인도네시아가 분담금을 제대로 부담하지 않았고 향후에도 그럴 가능성이 높은데도 정부는 지금까지 분담금을 낼 수 있다며 사업을 추진해 왔다”며 명확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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