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당한 오른쪽 무릎 부상은 생각보다 훨씬 심각했다. 부상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셔틀콕 여제’는 마음을 다쳤다. 그럼에도 운동화 끈을 조여매야 했다. 꿈이었던 올림픽 여자 단식 금메달을 위해서였다.
그렇게 뼈를 깎는 노력 끝에 금메달을 따냈고, 안세영은 대한배드민턴협회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현재 협회는 자유라는 이름으로 방임을 하고 있다. 이번 올림픽에서 저의 금메달 1개만 나온 것만 봐도 그렇다. 협회를 이런 상황을 돌아봐야 한다.”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은 5일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라샤펠 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세계 9위 허빙자오(중국)를 2-0(21-13 21-16)으로 꺾었다. 한국 배드민턴의 올림픽 단식 종목 우승은 남녀를 통틀어 1996 애틀랜타 대회 방수현 이후 역대 두 번째이자 28년 만이다. 이로써 한국 배드민턴은 2008 베이징 대회 혼합복식 이용대-이효정 이후 끊겼던올림픽 금맥을 16년 만에 되살렸다.
배드민턴이 1992년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래 한국의 7번째 금메달이다. 2021년에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8강에서는 ‘숙적’ 천위페이(중국)에게 패배의 쓴잔을 마셨던 안세영은 이번 올림픽에선 단 한번도 패배하지 않고 시상대의 가장 높은 곳에 섰다. 그야말로 ‘낭만엔딩’이었다.
격한 세리머니와 시상식을 마치고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 들어선 안세영은 “꿈을 이뤘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행복하다. 이제야 숨이 쉬어지는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꿈을 이룬 생애 최고의 날이지만, 안세영은 ‘핵폭탄‘ 발언으로 취재진을 놀라게 했다. 무릎 상태를 둘러싼 그간의 갈등과 서운함을 폭발시켰다. 그는 “지난해 아시안게임을 마치고 부상 때문에 몸 상태가 잘 올라오지 않아 트레이너 선생님과 코치님과 싸우고, 울고, 짜증냈던 순간들이 떠오른다. 그 순간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에 감사하다”면서도 “부상이 생각보다 훨씬 심각했다. 그럼에도 내 무릎 상태를 안일하게 생각한 대표팀에게 실망을 많이 했다. 이번 올림픽을 끝으로 현재의 대표팀과는 계속 가기 힘들다는 게 제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진 기자회견에서도 안세영의 핵폭탄급 발언은 계속 됐다. 그는 “저의 부상은 생각보다 낫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처음엔 오진이 나왔다. 그래도 계속 참으려 경기를 했다. 지난해 말에 다시 한 번 검진해보니 상황이 너무 좋지 않았다. 그래도 올림픽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참고 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꾹 참고 옆에서 트레이너 선생님께서 도와주셔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라고 그간의 과정을 설명했다.
대표팀에게 많이 실망했다는 안세영은 불만을 계속 토로했다. 그는 “부상을 겪는 과정에서 대표팀에 대해 너무나 많이 실망했다. 그 순간들을 잊을 수 없다”면서 “저는 계속 배드민턴 발전과 저의 기록을 위해서 계속 해나가고 싶지만, 협회에서 어떻게 해주실지는 잘 모르겠다. 앞으로 저는 배드민턴만 할 수 있다면 어떤 모든 상황을 견딜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성치 않은 무릎에도 올림픽을 제패할 수 있었던 것은 모든 것을 참고 견딘 안세영의 투혼이었다. 그는 “올림픽은 이변이 많은 대회라 변수나 사소한 것 하나까지도 통제하고 싶었다. 그래서 계속 경기를 쉬지 않았다. 어떠한 변수도 허용하고 싶지 않아서 하루도 운동을 쉬지 않았다. 새벽에도 운동을 해보고 모든 순간을 대비했다. 제 방법이 틀렸을 수도 있겠지만, 오늘 금메달로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고 설명했다.
현재의 대표팀과 함께 할 수 없다면 2028 LA 올림픽은 뛸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할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에 대해 안세영은 “대표팀을 나간다고 해서 올림픽을 못 뛰게 되는 것은 선수에게 야박하지 않나 싶다. 현재 대한배드민턴협회는 자유라는 이름으로 방임을 하고, 막고 있다. 이번 올림픽에서 저의 금메달 1개만 나온 것만 봐도 협회가 그간의 운영을 돌아봐야 할때임을의미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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