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1호선 구로역에서 선로를 점검·보수하던 30대 작업자 2명이 숨진 사고가 발생한 현장은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최소한의 시스템조차 갖추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확보한 녹취록에 따르면 구로역 사고 당시인 9일 오전 2시14분쯤 선로 위에서 작업 중인 모터카가 있었는데도 제대로 소통이 이뤄지지 않아 반대편에 열차가 들어서면서 사고가 발생했다.
소방당국과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따르면 9일 오전 2시14분쯤 구로역 선로검측 열차가 옆 선로를 침범해 공중에 있던 작업대를 들이받으면서 작업자 3명이 추락, 이 중 2명이 숨졌다. 이들은 전원 코레일 직원으로 전철 모터카 작업대에 탑승해 5∼6m 높이의 절연구조물을 교체하고 있었다.
녹취록을 보면 사고는 선로점검열차가 금천구청역에서 구로역으로 출발한 지 6분만에 발생했다. 선로점검열차는 9일 오전 2시9분 금천구청역에 “구로(방면) 발차 가능한가요”라고 물었고, 금천구청역은 “네, 발차 가능합니다”라고 답했다. 선로점검열차는 1분 뒤인 2시10분 “네 바로 발차하겠습니다”라고 답하고 출발했다.
이로부터 6분이 지난 2시16분쯤, 사망자들이 작업하고 있던 전철 모터카로부터 구로역에 “저희들 사상사고 났습니다. 구급차 좀 불러주세요”, “9번선으로 사람 좀 보내주십시오”라는 구조 요청이 들어왔다.
수 초 뒤인 2시17분쯤 작업대와 충돌한 선로검측 열차도 구로역에 “전철모터카하고 저희 8070열차하고 접촉사고가 있었습니다”라고 전했다.
사고가 발생한 모터카는 작업대가 좌우로 넓게 이동할 수 있어 옆 선로를 침범할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정작 작업 현장이 겹치는 모터카와 선로검측 열차가 사전에 소통한 기록은 나타나지 않았다.
사고 당일 사망자들이 투입된 전철팀의 작업계획서에도 두 차량 간의 충돌 가능성을 고려한 내용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작업계획서에는 작업 중 위험요인으로서 ‘차량점검 시 모터카 상부 작업에 따른 추락 및 모터카 이동 시 시설물 접촉에 의한 부상 주의, 위험요인 지적확인 시행 철저’라고만 기재돼 있었다.
민주노총은 이날 성명문을 내고 “(구로역 사고는) 작업선 옆 선로를 차단하고, 다른 차량의 운행을 막았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사고”라며 “정부와 공사는 사고가 날 때마다 안전점검하고 대책을 마련한다는 말 대신 구조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비판했다.
9일 구로역에서 발생한 사고로 코레일 직원 정모(32)씨와 윤모(31)씨가 숨졌다. 함께 일하던 50대 직원은 오른쪽 다리가 골절돼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선로검측 열차를 운전한 40대 직원도 허벅지에 타박상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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