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직후 주민들 ‘희망의 공간’
강원 최초 道 등록유산 등재
“6·25 전쟁으로 삶의 터전이 무너진 사람들이 위로받을 공간이 필요했습니다.”
고 윤예원(토마스) 신부(1886∼1969)는 6·25전쟁 직후인 1953년 강릉 주문진성당에 부임했다. 당시 성당 인근 마을은 폐허가 됐고 삶의 터전을 잃은 마을 사람들은 망연자실 하늘만 바라보고 있었다. 성당도 제 모습은 아니었다. 1923년 전통 한옥 양식을 차용해 처음 건립됐으나 1929년 화재로 건물 대부분이 소실된 상태였다. 윤 신부는 성당 재건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기록에 따르면 그는 “무너진 마을을 다시 세우고 사람들에게 살아갈 희망을 주기 위해서는 이들이 함께 모여 위로받을 공간이 필요하다. 지역 공동체 신앙도 다시 세워야 한다”며 “성당 재건이 필요하다”고 했다. 윤 신부는 부임 이듬해인 1954년 주문진성당 재건에 나섰다.

성당은 1년 만인 1955년 330㎡ 규모 시멘트 콘크리트 건물로 지어졌다. 고대 로마를 대표하는 십자형 바실리카 건축양식을 도입, 웅장함과 화려함을 동시에 갖추도록 했다. 윤 신부는 성당을 단순한 예배공간이 아닌 척박한 삶을 견뎌내고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했다. 실제 그는 성당을 찾아온 사람들에게 먹거리를 나눠줬고 아이들에게는 글자를 가르쳤다.
충남 부여에서 태어난 윤 신부는 13세가 되던 1898년 서울 용산 예수성심신학교에 입학하면서 성직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1914년 한국인으로는 23번째로 사제 서품을 받았다. 윤 신부는 일제 강점기 군자금을 모집하고 3·1운동에 참여해 옥고를 치르는 등 항일운동에 적극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다.
주문진성당은 최근 강원도 등록문화유산에 이름을 올렸다. 2019년 문화유산 조례 개정으로 도 등록문화유산 제도가 시행된 이후 첫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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