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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수의마음치유] 부러움이 나에게 알려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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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4-24 00:42:57 수정 : 2025-04-24 00:4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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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것이 없다면, 부러운 것을 떠올려보자
진짜 닮고 싶고, 원하는 것을 알 수 있지 않을까

“당신이 하고 싶은 것,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 어떤 사람이 되고 싶냐?”고 환자들에게 자주 묻곤 한다. 삶이든 자기 자신에게서든 바라는 것이 있을 때 치료 동기가 높아지고, 그걸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증상도 좋아지기 때문이다. 질문에 대한 답은 환자마다 제각각이지만 내가 가장 자주 듣는 말은 “하고 싶은 게 없어요. 원하는 게 없어요.”이다.

이럴 땐 “당신은 무엇에 부러움을 느끼나요?”라고 질문을 바꿔본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남을 부러워하지 마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자란다. 부러움을 느껴선 안 되는 나쁜 감정으로 취급해왔던 것이다. “부러우면 지는 거”라며 열패감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부러움은 억누르거나 부정해야 할 부끄러운 감정이 아니다. 부러움을 느꼈다는 것은 미처 깨닫지 못했던 자기 내면의 열망을 발견했다는 뜻이다. 욕망이 있다는 건 심리적으로 건강하다는 지표이기도 하다. 부러워하는 자신을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다.

김병수 정신건강전문의

학교 선배나 직장 동료, 혹은 신문에 실린 인물이나 SNS에 떠도는 인플루언서를 보고 “멋있다, 굉장하다!”고 감탄했다면 겉모습에만 현혹되지 말고 그 너머에 있는 진짜 이유를 들여다봐야 한다. 어떤 대상에게 끌리는 이유를 우리는 직관적으로는 알지만 의식적으로 인식하지는 못할 때가 많다. “무엇 때문에 좋아하는 거야?”라고 물으면 우물쭈물하며 “그냥 좋아”라며 얼버무리고 만다. 자신이 왜 부러워하는지를 타인뿐 아니라 자신에게 정확히 말로 설명하기 어려워하는 것이다.

이럴 땐 ‘그림 자서전’을 만들어 보자. 방법은 이렇다. 맘껏 찢어도 괜찮은 그림이나 사진이 들어있는 잡지를 꺼내 놓는다.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딱 봤을 때 “너무 멋져!”라고 감탄하고 “나도 저렇게 되고 싶어”라고 부러움을 느끼는 이미지를 찾았다면 오려서 모아둔다. 사진을 찍어도 된다. 단 한 사람이 아니라 다양한 대상들을 골라내야 한다. 적어도 30장 이상, 더 많으면 더 좋다. 충분히 모이면 큰 판 위에 보기 좋게 배열한다. 여러 이미지를 모아 콜라주를 만든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렇게 완성된 작품이 바로 당신의 ‘그림 자서전’이다. 이것을 출력해서 책상 앞, 침대 머리맡, 거울 옆처럼 눈에 잘 띄는 곳에 전시해둔다. 부러움의 대상에는 언제나 내 욕망의 조각들이 숨겨져 있다. 부러움을 걸러낸 뒤 그 조각들을 하나하나 모아보면 어렴풋했던 열망들이 그림처럼 선명하게 드러난다.

그러고 나서 이 모든 대상을 향해 본질적이고 생산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그들에게서 내가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하고 말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그들처럼 되고 싶다”가 아니라 겉으로 드러난 모습 이면에 있는 자질 중에서 ‘내가 진짜 닮고 싶은 것’을 가려내는 통찰이다. 예를 들어, 스타와 셀럽을 그저 선망하기보다는 “긍정적인 마음가짐, 쾌활함, 예술가적인 삶의 방식, 타인에게 베푸는 친절, 목표를 향한 열정, 사랑스러운 말투”처럼 내 것으로 만들고 싶은 개성을 찾아내는 것이다.

부러움에 짓눌려 좌절하기보다는 음미해야 한다. 부러움을 느끼면 ‘나는 나와 내 삶을 어떻게 그려나가고 싶은 것일까?’하고 자신에게 묻자. 이 질문을 끈질기게 파고들다 보면 결국 내가 원하는 내 모습이 그려진다. 그런데 이 그림을 마음속에서만 묵혀둬선 안 된다. 현실에서 이 그림을 끝까지 그려낼 끈기와 용기를 발휘해야 한다. 부러움이라는 감정은 그렇게 하라고 존재하는 것이다.

 

김병수 정신건강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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