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0주년 광복절 기념식 광경을 전하는 신문과 방송은 정청래 여당 대표와 제1 야당 송언석 대표가 눈길도 주지 않고 인사도 나누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사람하고 악수한다’는 독설에 같은 말로 응전한 두 사람이지만 광복절이라는 특별한 날을 상기하면 인사는 나누어야 했다. 공당의 대표라면 어떤 경우라도 대화 자체는 유지해야 하는 것 아닌가. 어쨌든 무소불위의 의회 권력을 행사하고 있는 여당 대표가 먼저 인사하고 정국의 물꼬를 텄으면 좋았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지난 12일 여당 대표가 마련한 당 상임고문단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나온 쓴소리에 귀를 기울였으면 한다. 정 대표의 ‘당원 중심 정당’의 공약에 대해 전 국회의장 정세균 고문은 “국민은 당원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다. 당원이 아닌 국민의 뜻을 어떻게 수렴하고 받들 것인가에 대한 노력도 함께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정 고문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야당 대표를 만나는 데 1년 8개월이 걸렸다면서 그런 정치 실종이 윤 정권 파멸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임채정 전 의장은 ‘과격하지 말라’고, 박병석 전 의장은 “국민통합을 위해선 정치 복원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문희상 전 의장은 개혁에 동의하지만 “지나치면 안 된다며 ‘과유불급’을 잊지 말라”고 했다.
과유불급은 ‘논어’ ‘선진’편에 나오는 말로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는 의미이다. 뛰어난 자의 지나침이나 어리석은 자의 모자람이나 중도를 잃은 점에서 둘 다 모두 단점을 지닌다는 공자의 가르침이다. 민주당 고문들이 과유불급을 강조한 것은 과하지 말고 협치하라는 뜻이고, 지나친 언행은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경계하라는 것이다. 인간의 관계와 세상의 상황은 초나라 시인 ‘굴원’이 말했듯이 “한 치(3.03cm)보다 열 배나 긴 한 자(30.3cm)가 짧을 때도 있고, 한 자보다 열 배나 짧은 한 치가 길 때가 있다”(‘나를 세우는 옛 문장들’, 김영수).
인간의 태도와 행동의 변화를 주요 대상으로 하는 설득 커뮤니케이션 연구에서 ‘과유불급’을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는 많다. 상대에 대한 위협이나 공포심 야기(fear-arousing appeal)의 정도가 강한 메시지는 태도와 행동을 변화시키는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위협의 강도가 너무 강하면 사람들이 메시지를 외면하고 정보처리를 차단하기 때문이다. 태도 변화는 위협과 공포심 야기가 약하지도 않고 강하지도 않은 중간 정도일 때 가장 컸다(‘Effects of fear-arousing communications’, Janis & Feshbach). 위협 메시지를 오용하거나 남용하는 모든 권력이 명심해야 할 지혜이다.
김정기 한양대 명예교수·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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