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공천 작업이 거의 마무리된 가운데 양문석 후보(경기 안산갑)의 과거 막말을 둘러싼 논란이 막판 변수로 떠올랐다. 공천 취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당내에서도 크지만 이재명 대표는 요지부동이다. 강성 친명(친이재명)인 양 후보를 이 대표가 감싸고 돈다고밖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으니 딱하다.
양 후보는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던 2008년 광우병 파동이 일어나자 노무현 전 대통령을 “불량품”이라고 비난했다. ‘미친 미국 소 수입의 원조는 노무현’이란 표현도 썼다. 노무현정부의 주된 업적으로 통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폄훼하고 그 성과를 왜곡한 것이다. 이런 양 후보가 민주당 공천으로 국회의원이 된다면 당 정체성을 뒤흔드는 심각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민주당은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세 전직 대통령의 정신을 계승하는 정당이라고 자처하지 않았던가.
급기야 당 원로인 정세균 전 국회의장이 나서 지도부에 “노무현 정신을 부정하는 사람을 후보로 공천하는 것을 좌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당 공동선대위원장인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직접 양 후보와 만나 ‘결단’을 촉구했다. 양 후보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수많은 반성과 사죄의 시간을 가져왔다”고 용서를 구하면서도 거취에는 말을 아꼈다. 이 대표는 그제 기자회견에서 “정치인에 대한 비판은 표현의 자유”라는 말로 되레 양 후보를 엄호했다. 이 대표의 속셈은 뻔하다. 친노(친노무현)와 친문(친문재인), 중도 진영 표를 일부 잃는 한이 있더라도 친명 후보만큼은 확실히 챙기겠다는 것 아닌가.
민주당 공천에서 드러난 비상식적 행태는 그뿐이 아니다. 역시 막말 논란에 휩싸인 친명 정봉주 후보가 낙마하며 공석이 된 서울 강북을 지역구는 다른 후보(조수진 변호사)를 참여시켜 또 경선을 치르기로 했다. 순리대로라면 앞선 대결에서 2위를 한 비명(비이재명) 박용진 후보의 공천이 해법일 것이다. 그러나 이 대표는 “어떤 경기에서도 차점자가 우승자가 되지는 않는다”며 재경선을 관철시켰다. 마지막까지도 ‘비명횡사’ 공천을 이어갈 모양이다.
엊그제 민주당은 총선에서 원내 1당을 넘어 153석 확보를 자신했다. 선거까지 20여일 남았는데 지나친 오만이 아닐 수 없다. 민주당이 지금처럼 이 대표 독단에 휘둘리며 막말 후보를 두둔하고 상식을 어긴다면 과반 의석은커녕 국민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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