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 이후 해결이 시급한 핵심 국가 과제는 국민의 삶과 직결된 경제 살리기다. 여야는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대승적 차원에서 ‘발등의 불’인 민생·경제 살리기에 힘을 쏟아야 한다. 물가 안정과 민생 개선에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 우리 경제가 처한 현실은 암울하다. 미국·중국 등 강대국들의 자국 우선주의가 극에 달하면서 대외적인 수출 환경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대비 1.4% 성장에 그친 것이 단적인 예다. 1998년 외환위기 등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성장률 1%대는 초유의 일이다.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사협의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코스피 상장사 615곳의 영업이익, 순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24%, 40% 감소했다. 매출액은 2825조1607억원으로 0.34%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23조8332억원으로 24%가 줄었다. 순이익도 80조9074억원으로 39.96%나 급감했다.
올해도 별반 다르지 않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미·중 갈등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여전하다. 인플레이션 여파로 투자·소비도 침체되면서 경제 버팀목인 기업과 가계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 현상이 장기화하고, 국제유가마저 치솟으며 우리 경제의 숨통을 죄고 있다. 자칫 심각한 내수 부진이 기업 실적에 악영향을 미쳐 경기불황으로 이어지는 악순환마저 우려된다.
정부와 여야는 초당적 협력으로 재정을 위협하는 포퓰리즘 공약부터 걸러내야 한다. 재정준칙 법제화의 당위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정부는 선거 전에 언급했던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세제 혜택 등 재정에 부담을 주는 정책부터 접는 게 옳다. 경제 활성화를 위해 상반기 중 재정의 절반 이상을 푼다고 했는데 이는 근본 대책이 아닌 데다 오히려 물가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거대 야당도 오만해서는 안 된다. 국가 재정을 위협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 등 악법은 폐기하는 게 옳다. 영세 상공인들이 헌법소원 심판까지 청구한 중대재해처벌법 개정 등 민생입법에 적극 나서야 한다.
경제는 수출·내수·투자의 3개 축으로 지탱된다. 수출의 30%를 차지하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회복되고 있다지만 낙관은 금물이다. 기업 간 거래(B2B)인 반도체 수출 등은 내수 연관성이 낮다.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경제지표가 부풀려지는 착시효과를 경계해야 한다. 고금리 기조 속에 물가까지 들썩이며 내수 부진의 장기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반도체의 봄’ 온기가 생산과 투자, 내수로 이어지도록 하려면 정부·국회의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 여야가 선거운동 기간에 한목소리로 외쳤던 반도체 등 첨단산업 육성 공약이 말에 그쳐선 안 된다.
경제계는 22대 국회가 경제 활력을 살리는 민생국회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 오랫동안 기업을 감시나 규제의 대상으로 보는 국회의 잘못된 인식부터 고쳐야 한다. ‘대기업 특혜’라는 정치논리에서 벗어나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규제 완화·세제 개편 등 입법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 경제가 더는 정치의 볼모가 돼서는 안 될 것이다. 선심성 포퓰리즘과 반기업·친노조 정서에 편승한 정치는 경제를 망치는 지름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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