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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6·25 때 종교인 1700명 학살 첫 확인, 北에 사과 요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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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4-17 23:17:51 수정 : 2024-04-17 23: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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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 당시 종교인 약 1700명이 북한군 등에게 살해당한 사실이 처음으로 공식 확인됐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2022년 5월24일부터 1차로 전북지역을 중심으로 직권조사한 결과를 어제 발표했다. 조사 결과 1950년 7∼11월 전북 군산·김제·정읍 등 8개 지역 24개 교회에서 국내 1호 변호사 홍재기를 비롯해 104명이 살해된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군과 지방좌익, 빨치산 등 적대세력에 의해 종교인이 희생된 사실을 국가 기관에서 공식 조사해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민간인 학살의 진실 규명을 향한 첫걸음을 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지 않을 수 없다.

발표 내용을 보면 북한군이 저지른 만행에 차마 입을 다물 수가 없다. 군산에선 유엔군 인천상륙작전 직후 북한군이 퇴각하던 1950년 9월27~28일 신관, 원당, 해성 교회 기독교인 28명이 옥구군 미면 토굴 3곳에서 집단 희생됐다. 기독교인이 해방 후 우익 단체에서 활동하거나 대거 월남했다는 이유로 좌익에 비협조적 세력으로 규정된 것이다. 정읍의 두암, 정읍제일, 매계 교회에서 희생자 17명이 확인됐는데, 두암교회 희생자들은 우익 인사 가족과 같은 교회 교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빨치산에게 희생당했다. 빨치산은 교회와 교인 집에 방화하고 불길에서 빠져나오는 아이와 노인까지 죽창으로 찔러 살해했다. 어찌 동족 간에 이리 끔찍한 만행을 저지를 수 있단 말인가.

이번 조사 결과는 1952년 공보처 통계국이 작성한 6·25사변 피살자 명부와 교회·교단 기록 등을 토대로 한 것이라서 실제보다 적을 수 있다. 그동안 과거사 진상조사는 6·25전쟁 전후 미군과 군경에 의한 민간인 희생 사건을 중심으로 이뤄졌음을 부인할 수 없다. 진실화해위가 연구용역을 통해 종교인의 희생 사실을 파악하고 2022년 5월 직권조사를 결정한 건 천만다행한 일이다. 진실화해위는 앞으로 종교별·지역별로 나눠 순차적으로 조사 결과를 발표한다. 역사적 진실이 보다 분명히 드러나길 기대한다.

종교인 학살이 북한군에 의해 자행됐지만 국민을 지키지 못한 책임은 누가 뭐래도 국가에 있다. 진실화해위 권고대로 국가가 희생자와 유가족에게 사과하고 피해 회복과 추모사업 지원 등 조치를 서둘러야 한다. 더불어 북한 정권에 꾸준히 사과를 촉구하고 평화와 인권 교육도 강화해야 한다. 그것이 희생자와 유가족의 아픔과 한을 위로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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