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산업생산 4년 만에 최대 낙폭
저성장 막을 저출산 해법 찾아야
지난해 한국 경제규모가 1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인 세계 14위로 추락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1조7128억달러로 1년 전보다 2.3% 늘어났지만 멕시코에 추월당해 순위가 한 단계 떨어졌다. 국제통화기금(IMF) 전망에 따르면 한국의 GDP 순위가 5년 뒤에 인도네시아에도 따라잡힐 수 있다고 한다. 2020년 10위를 기록한 이후 3년 내리 뒷걸음질치고 있어 심히 우려스럽다. 얼마 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도 국가주도성장모델의 한계와 저출산·고령화 등을 문제 삼아 한국의 경제 기적은 끝날 수 있다고 경고하지 않았나.
올 1분기 성장률은 1.3%로 2년3개월 만에 최고치였다. 정부는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할 움직임을 보이지만 긴장을 늦출 때가 아니다. 어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전산업 생산은 전월보다 2.1% 줄었는데 감소 폭이 4년1개월 만에 가장 컸다. 설비투자도 6.6%나 급감했고 현재와 향후 경기를 가늠하는 지표 역시 하락세를 보였다. 정부는 “기저효과에 따른 일시 조정”이라고 했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경제 안팎에서 악재가 즐비하다. 중국의 경기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마저 고물가 속 성장이 둔화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징후가 감지된다. 미국은 1분기 기준 한국의 수출 비중이 18%로 2003년 이후 처음으로 중국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반도체 호조 덕에 모처럼 살아난 수출마저 발목이 잡힐 수 있다. 중동분쟁 격화로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달러 강세 여파로 환율도 요동친다. 고물가와 고금리가 장기화하면서 서민과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비명이 터져나온 지 오래다.
문제는 경기를 떠받칠 통화·재정정책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점이다. 들썩이는 물가 탓에 기준금리를 내리거나 재정을 풀기 어렵다. 지난해 삼성전자 등 주요 기업의 실적악화로 법인세수가 급감, 1분기 국세수입은 1년 전보다 2조2000억원이나 줄었다. 이 추세라면 올해도 3년 내리 대규모 세수결손이 불가피하다. 결국 구조개혁밖에는 답이 없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구조개혁을 미룬 채 재정·통화정책으로 경제를 살리려고 하는 것은 나라가 망가지는 지름길”이라고 했다. 정부는 성장잠재력을 키우는 노동·연금·교육 등 전방위 개혁에 나서고 과감한 규제 혁파로 민간부문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쪼그라드는 생산가능인구를 방치해서는 저성장 위기를 피할 길이 없는 만큼 저출산 해소에도 총력전을 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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