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대 증원·배분을 멈춰 달라는 의대생·교수·전공의·수험생의 신청이 항고심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고법 행정7부는 어제 의대생, 교수 등이 보건복지부·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을 각하한 1심 결정에 대해 이같이 판단했다. 재판부는 의대교수·전공의·수험생에 대해선 1심과 같이 이들이 제3자에 불과하다며 신청을 각하했다. 다만 의대 재학생들의 경우 ‘법률상 보호되는 이익’이 있다며 원고 적격은 있다고 판단했지만, “집행정지를 인용할 경우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며 기각했다. 국가적 혼란을 막은 상식적인 결정이 아닐 수 없다.
2심 법원이 정부의 손을 들어주면서 27년 만의 의대 증원이 사실상 확정됐다. 의료계가 재항고를 하더라도 다음달 초로 예정된 대학별 정원 확정 때까지 대법원 결정이 나오는 것은 물리적으로 힘들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대입전형심의위원회는 예정대로 대학들의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이달까지 대학에 통보하고, 대학들은 이를 반영한 수시모집 요강을 발표하면 최대 1509명 선에서 의대 증원이 확정될 것이다. 한덕수 총리는 결정 직후 “더 이상 혼란이 없도록 대학 입시 절차를 신속하게 마무리하겠다”고 했다. 의대 증원이 불가역적인 상황이 된 현실을 의료계는 받아들여야 한다.
문제는 항소심의 결정에도 의료계의 반발이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의료계는 “대법원에 재항고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전국의대비상대책위는 의대 증원이 확정되면 일주일 휴진을 실시하고 매주 1회 휴진을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의대 증원 백지화’를 복귀 조건으로 내건 전공의들이 돌아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이런 탓에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조만간 의료시스템이 붕괴될 것”이라며 정부를 겁박하고 있다. 의료계가 언제까지 민의에 반하는 강경투쟁을 지속할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내고 근무지를 이탈한 지 석 달이 되면서 의료 현장은 빈사 상태다. 애타는 환자들의 고통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어제도 국민의 72%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의사들이 더는 “증원 원점 재검토”만 주장할 때가 아니다. 의대교수·전공의들은 하루속히 병원으로 복귀하고, 의협은 대화의 테이블로 나와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사회·국민들 사이에서 의사들의 고립만 더욱 심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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