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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와 책] 구혜선 “신세대 배우? 난 아날로그가 좋다”

입력 : 2009-04-21 14:39:17 수정 : 2009-04-21 14:3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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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지금의 나를 기록하는 일"

 [세계닷컴]

몇 해전부터 스타들이 내놓는 책들이 출판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자서전에서 에세이, 소설, 학습서 그리고 종교 서적까지 그 종류도 폭넓다. 점차 다양한 장르와 전문성을 갖춘 연예인들의 책들은 완성도와 친근함을 제공해 대중들에게 큰 호응으로 얻고 있다. 

스타들이 글로 대중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 또 이들이 스스로 느끼는 가능성은 어느 정도 될까. 이에 세계닷컴은 출판을 통해 또 다른 방식의 소통을 선택한 스타들을 만나 이들이 전하는 특별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편집자주>


많은 연예인들의 출간 붐 속에서 구혜선(25)의 소식은 의외였다. 한창 인기드라마 ‘꽃보다 남자’ 촬영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는 중이었고, '인터넷 얼짱' 출신의 신세대 연기자가 화보집이나 에세이가 아닌 소설을 썼다는 점에서 많은 궁금증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구혜선의 첫 번째 소설집 ‘탱고’(도서출판 웅진지식하우스)는 여주인공과 세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 20대의 사랑과 이별, 그 과정에서 겪는 성장통을 그려낸 작품으로 출간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글 뿐 아니라 그림으로 읽고 보고 느끼는 '탱고'는 구혜선이 그동안 틈틈이 그려온 일러스트 40여 컷을 함께 수록했다. 책의 곳곳에 적절히 배치된 일러스트는 선이 하나하나 살아있는 듯한 느낌으로, 때로는 선의 날카로움을 때로는 꽃의 화려함을 전달하며 글의 감성과 함께 시각적인 효과를 전달한다.

그녀가 소속되어 있는 YG엔터테인먼트의 양현석 대표는 책의 서평을 통해 "그녀는 열정적이고 자신의 가능성을 알리려고 하는 고도의 전술가이자 노력파"라며 "그림 그리는 실력도 수준급이며 글재주가 있어 몇 편의 독립영화 시나리오를 쓰기도 하고 작사와 작곡을 하기도 하는 등 본인이 노력으로 빚어낸 과정들을 영화, 책, 음반이라는 결과물로 만들어내고야 만다"고 말했다.

늘 말없이 빙그레 웃는 모습 뒤에는 밤낮없이 자신의 꿈과 열정에 매진하는 노력에 주위 사람들은 혀를 내두를 정도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며 무언가를 끊임없이 탐구하는 그녀의 노력이야 말로 또 다른 하나의 재능인 셈이다.

발랄하고 신선한 이미지로 많은 사랑을 받으며 신세대 대표 연기자로 손꼽히고 있지만 실제로 만나본 그녀는 매우 아날로그 적인 감성을 가지고 있었다. 강남의 한 카페에서 구혜선을 만났다.
 

- 책 제목이 매우 강렬하다. ‘탱고’는 직접 정했나

어느 날 류이치 사카모토의 음악 ‘탱고’를 들었는데 번쩍 눈이 뜨였다. 한마디로 꽂힌 거다. 많은 이야기들이 머릿속으로 지나갔고, 아예 처음부터 소설 제목을 ‘탱고’라고 정해놓고 글을 썼다. 탱고라는 느낌이 굉장히 강렬하지 않나. 제목으로 되게 적합하겠다 싶었다.

- 평소에 음악을 즐겨 듣는 것 같다

주로 뉴에이지 음악 같은 서정적인 느낌을 좋아하고 올드한 음악 좋아하는 편이다. 난 아날로그 적인 느낌이 좋다.

-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꽃보다 남자’를 촬영할 시기에 쓰여 졌다. 한참 바쁠 때 글을 썼는데 어떻게 가능했는지 궁금하다

드라마 촬영에 돌입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해 4개월간 썼다. 정말 인내심을 가지고 틈틈이 썼다. 지난 2월에 교통사고가 났었는데, 가장 걱정했던 것이 노트북이었다. 몸이 다친 생각도 못하고 사고당한 차 안에서 노트북을 안고 있었다. 다행히 파일은 무사했고, 예정대로 출간을 할 수 있었다.

- 드라마 촬영 당시 부상이 유난히 많았다. 건강은 괜찮나

이제야 말하지만 사실 너무나 힘들었다. 초반에 수영장 다이빙 신을 촬영하다 머리 부상을 당해 뇌진탕 진단을 받았다. 병원에서는 몇 주간 쉬어야 한다고 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머리가 붕 뜨는 듯했고, 머리속이 팽창하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가장 힘든 것은 아픈 척을 할 수 없는 거였다. 팔에 피가 나거나 하는 식으로 아픈 게 보이면 상관없는데, 괜히 ‘머리 아파요’하면 좀 그렇지 않나. 정말 참고 또 참으며 임했다.

- 원래 글쓰기를 좋아했겠지만, 최근 연예인 책 쓰기 붐에 합류하는 느낌이라 고민도 들었을텐데

그런 느낌 없잖아 있긴 했다. 근데 뭐, 그분들도 그분들 인생 사시는 거고 나도 내 인생을 사는 건데…. 연연하진 않는다. 오히려 좋은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고 많은 분들이 책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 더 좋은 것 같다.

- 책을 내게 된 동기가 따로 있었나

나는 항상 동기가 없다. 목표도 없고 그냥 감정이 흐르는 대로다. 영화사 ‘아침’의 정승혜 대표님이라고 계신다. 그분께 시나리오하고 그림 그린 것을 보여드리고 했더니 ‘너 책 내라’, ‘이런 거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줘야 돼’ 하시더라. 그분이 출판사 관계자 소개시켜주셨고 그 기회로 책을 내게 됐다. 그분 때문에 단편영화 ‘유쾌한 도우미’를 제작하게 되기도 했고. 내 인생 매니저시다.

- 정 대표와는 각별한 사이인 것 같은데, 어떻게 처음 만나게 됐나

처음에 만난 건 우연히 어느 식사 자리에서다. 아무 생각 없이 인사를 나누고 명함을 받았는데, 내가 1년 후에 전화를 드렸다. 내가 쓴 시나리오 좀 봐달라고. 흔쾌히 ‘오케이’하셨다. 아무리 내가 연기자고 하더라도 남자 분들과 교류하기 조심스러운데, 정 대표님은 여자 분이시라서 일단 편했다. ‘시나리오 읽어보고 욕 많이 해 주세요’ 했는데 정말 욕 많이 먹었다.(웃음) 어쩌면 그분 입장에서는 당돌해 보였을 수도 있었을 거다. 근데 또 편견이 없으신 분이라 다행히 나를 기특하게 생각해주시고 많이 재미있어하시고 관심 가져주신다.

- 다양한 분야에 관심도 많고 재능도 많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심지어 메이크업도 본인이 직접 했다는데

하고 싶어서 한 것은 아니고 시간이 없어서, 여건이 안돼서 그랬다. 일단 잠잘 시간도 부족한데, 다들 샵에 가서 메이크업을 받지 않나. 우리는 더군다나 지방에서 촬영을 했던 터라 그렇게 왔다 갔다 하면 소모되는 시간이 굉장히 많다. 샵에 가면 메이크업 받는 시간이 한 두시간은 걸린다. 왔다 갔다 하면 세 네 시간은 족히 걸리는 거다. 내가 하면 10~20분이면 되는데. 그래서 직접 했었고, 그때 그때 모니터 하면서 많이 수정하기도 했다. 간단한 정도였고, 나중에 고칠 부분은 현장에 계시는 메이크업 담당자분이 손봐주시기도 하고 그랬다.

- 그렇게 눈 코 뜰새 없이 바쁜 와중에 책을 썼다. 대단하다

시간이 다 따로 있는 거다.(웃음) 밥 먹는 시간 따로 있고, 글 쓰는 시간 따로 있고. 드라마 촬영할 때는 온전히 촬영에 집중하고 그 외적인 시간이 날 때는 최대한 활용하고 절약하며 썼다.

- 시간 활용이 중요했겠다. 잠을 거의 안자고 생활했다는데

그때그때 수첩에 내가 뭘 할 것인지 쓰고, 하고자 하는 것은 끝내려고 하고, 필요 없을 때는 과감히 삭제하기도 하고 그랬다. 시간이 부족하면 물론 미루기도 하고. 잠이 원래 되게 많다. 자면 깨울 때까지 안 일어난다. 그래서 아예 잠을 안자고 생활을 했다. 이동할 때 1~2시간씩 잠깐씩 자고 하면서 몇 달을 보냈다. 나중에는 몸이 생활에 맞춰져서 익숙해지더라.

- 드라마 하랴 글 쓰랴 늘 바빠서 연애할 시간도 없겠다

정말 노력 많이 한다. 연애하려고.

- 아무래도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과 마주치는 시간이 많을텐데 연예인과 만날 생각은 해봤나

당연하다. 연예인에 대한 편견이나 선입관 전혀 없다. 그냥 내가 좋고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면 좋다. 직업이 어떤지 조건이 어떤지 전혀 상관없다. 그냥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면 된다. 노력 되게 많이 하고 있다.(웃음) 이것저것 시도도 많이 하고 있고. 근데 까닥하다가 열애설 나더라.

- 스캔들 났을 때 대처 방법은 어떤가. 적극적으로 해명할 생각은 안 해봤는지

왜 안해봤겠나. 근데 그게 참 그렇다. 아는 여자 연기자가 있는데 열애설이 난거다. 근데 그 스캔들 난 상대 배우가 언론을 통해 그 여자와 만난 적도 없고 전혀 아는 사이가 아니라고 펄쩍 뛴 거다. 물론 실제로 사귀는 사이는 아니었고, 그냥 밥 몇 번 먹고 어느 정도 친분을 유지하는 사이였는데, 남자가 너무 완강히 오버하면서 부인하니까 여자 쪽에서 은근히 기분이 나빠하더라.(웃음) 그래서 완곡한 해명은 상대 배우를 언짢게 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사실 스캔들이야 금세 지나가는 일이고, 나중이 되면 아니라는 사실이 자연스럽게 알려지는 거니까 신경 안 쓰기로 했다. 

- 이번 소설집에 그림도 직접 그렸다. 가수 거미의 4집 앨범 재킷에 꽃 그림을 직접 그린 적도 있는데, 그동안의 그림들을 보면 다소 난해한 느낌이다

맞다. 약간 추상적인 느낌의 일러스트다. 그런 느낌을 좋아한다. 추상화는 자유롭지 않나. 전형적인 풍경화나 수채화나 그런 그림도 물론 좋아하지만 가장 잘 창조할 수 있는 그런 그림이 아닌가 싶다.

- 그림을 따로 배우거나, 이번 책 작업을 위해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한 적은 있나

어렸을 때 나한테 끝도 없이 그림을 그리게 한 선생님이 계시다. 중학교 때부터 쭈욱. 방학 때는 정말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선생님 집에서 그림만 그렸다. 선생님은 라디오 틀어놓고 책보시고 가끔 세상 이야기를 나한테 해주시고 하곤 했다. 그림을 그리고 나면 한마디 딱 하셨다. ‘이것은 뭐니? 무엇을 그린 건지 얘기해볼래?’ 내가 설명을 하면 ‘이 느낌은 이런 거라 괜찮구나’ 혹은 ‘이런 건 어떨까’하면서 관심을 가져 주셨다. 주입식 교육을 받은 것보다 나의 생각을 굉장히 열리게끔 인도해 주신 거다. 어린 아이인데도 불구하고 항상 시사적인 얘기도 많이 해주셨고, 사람에 대한 심리나 현실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해주셨다. 지금 나의 개념이나 사고방식이 그때 선생님과 많이 비슷해졌다. 그렇게 뭔가 자유롭게 표현하게 도와주셨다.

- 미술 전공을 꿈꾸기도 했었다고 들었는데

처음에 정물화 같은 그림을 배웠을 때 선생님이 ‘너 그림으로 대학 갈거니? 혜선아, 너는 고리타분한 미술생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 하시더라. 보고 그리는 미술은 누구나 할 수 있다는 거다. 창조에 의한, 너만의 무언가를 만들어야 되지 않겠냐 하셨다. 미술 시험 볼 때 줄리앙 그리는 것이 주제였는데 나는 줄리앙을 살아있는 사람처럼 그렸었다. 다들 줄리앙을 보이는 그대로 석고상 느낌이 나게 그렸는데 나만 그렇게 그린 거다. 반응이 반반으로 나뉘더라. 호기심을 가지기도 하고, ‘그림을 배우긴 배웠냐’며 반감을 가지기도 하고. 나에게는 도전의 시간이었고 실패를 맛본 경험이기도 하다.

- 출간 이후 주위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나

그냥 ‘너도 생각을 하고 사는 구나’, ‘생각보다 진지함이 많구나’ 하는 것 같다.(웃음) 다시 말해 ‘너도 똑같은 고민을 하는 20대였구나’ 하는. 연예인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20대를 살고 있는 한 여자라는 생각은 나조차도 망각할 때가 있다.

- 이번 책을 보면 에스프레소 이야기가 많이 등장하는데, 여주인공은 커피를 좋아하지 않는다. 실제로 당신도 그런가?

즐겨 마시진 않는다. 커피, 담배, 술, 굉장히 아날로그 감성이다. 내 책에는 디지털의 감성 느낌이 전혀 없다. 옛날 80년대 촌스러운 분위기 같기도 하다. 요즘 시대에 좀 더 아날로그 적인 생각으로 쓰자, 했다. 시대를 앞서가는 것도 좋지만 한걸음 물러나 쓰고 싶었다. 커피는 이제 누구나 즐기는 하나의 문화이지만 여주인공은 커피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자기 안의 충동, 부딪힘이랄까.

- 커피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은 어떤가.

커피를 마시면 뭔가 내가 어른이 된 거 같지 않나. 어릴 때는 어른들이 커피를 못 마시게 하기도 하고. 언젠가부터 사람들이 ‘커피 마실래?’하는데 왠지 내가 진짜 어른이 된 느낌이 문득 들더라. 그런데 주인공은 현실에 익숙해지고 어른이 되어가는 자체를 거부하는 거다. 커피는 이미 음식을 뛰어 넘어 하나의 문화이다. 무슨 맛인지도 모른 채 먹기 시작해 그 맛에 중독이 돼서 마시게 되는데, 가끔은 이게 도통 무슨 맛이고 왜 먹는지 모르겠는 생각이 들더라.

- 소설 제목으로 쓰기도 했는데, 실제로 탱고를 춰 본적 있나?

탱고는 춰본 적이 없지만 왈츠 같은 춤을 댄스스포츠 할 때 잠깐 배운 적 있다. 가수 준비하면서 춤을 배우기도 했었고, 나중에 광고 촬영하고 드라마 하면서도 배우기도 했었다. 간단해 보여도 이게 호흡이 안 맞으면 완전히 무너진다. 상대와 찰떡궁합이어야 하고 다리도 거의 붙여서 해야 하고 되게 힘들더라. 그런 경험 하에 '아, 춤이라는 것은 상대와 완벽하게 맞아야 되는구나' 싶었다.

- 왜 아날로그를 선호하게 됐나?

사실 이메일보다 편지를 좋아한다. 우편으로는 뭔가 애절하고 그리움이 있지 않나. 사실 핸드폰보다 전화기가 좋다. 물론 나도 편리하게 이용을 하고 있지만 가끔 섭섭하다는 느낌이 든다. 편리하기는 한데 사람 소중함을 모르고 사는 것 같다. 점점 우체통과 공중전화도 없어지고 있고. 그런 점이 아쉬울 뿐이다.

- 20대의 사랑을 그려냈다고 하는데 오히려 소설은 10대의 풋풋함에 가깝다. 뭐랄까, 10대의 방황 같은 느낌이다

진정한 사랑을 믿는 한 여자가 사랑과 이별을 경험하면서 성장하는 이야기다. 내가 쓴 소설이니 아무래도 여주인공이 나와 많이 닮아있다. 서로의 발이 맞지 않으면 상처만 남기는 탱고처럼 누구에게나 풋풋한 열정으로 다가갔지만 서로 어긋나고 빗나가고 말았던 가슴 아팠던 기억은 누구나 있을 거다. 10대나 20대나 사랑에 대한 갈등과 고민은 비슷하지 않을까.

- 글 쓰는 것은 누구에겐 치유일 수도 있고, 사명감일 수도 있다. 여러 가지 의미를 둘 수 있을 텐데 본인의 글쓰기는 어떤 의미인가

그때 그때 일기처럼 생각하는 것들을 적어놓는 습관이 있다. 사실 누굴 위해서 무엇을 위해서 그런 생각은 안한다. 큰 목적 없이도 그 자체로 즐길 수 있는 거다. 내가 쓰면서 내가 배운다. 가끔 막힘없이 말이 나오면 속으로 ‘내가 이렇게 말할 줄이야’하고 감탄하는 것처럼 글을 쓰면서 내가 이런 생각들을 했었나, 그런 부분에 대해 깊이 생각했다. 스스로 돌아보는 계기가 되는 것 같다.

- 어렸을 때부터 글 쓰는 일을 좋아했나

기록을 남기는 것을 좋아했다. 그래서 쓸데없이 많이 적고 기록하며 뭐든 남겨놓았다. 내가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진도 많이 찍었고, 그게 우연히 인터넷에 ‘얼짱’ 사진으로 퍼지면서 연예인이 된 거고. 시간이라는 것은 지나가버리면 그만이잖나. 지나가 버릴 시간들을 담아두는 것은 나에게 무슨 습관과도 같다.

- 어렸을 때 썼던 글들도 아직 있겠다

5살 때 썼던 일기도 아직 집에 있다. 그리고 초등학교 5학년 때였나. 그 나이 정도 되면 누군가 내 일기를 보는 게 싫어지는 시기지 않나. 그래서 나만의 문자를 만들었다. 나만 해독할 수 있는 암호와도 같은. 그 문자들로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조금 별났던 것 같다. 그때는 그래도 누군가에게 내 감정을 들키는 게 싫었고, 근데 써야 풀리고 했던 것 같다. 그게 학창시절에는 쪽지시험 볼 때 유용하게 쓰이기도 했다. 책상에 써놓아도 나 외에는 아무도 몰랐으니까.(웃음) 법칙? 한글과 비슷하다. 초등학생 머리에서 나온 거 아닌가. 한글의 자음과 모음의 결합과는 약간 비슷하면서 기본 법칙을 다르게 했다.

- 실제 성격이 밝고 외향적인 느낌이다. 구혜선 하면, 어려움 모르고 곱게 자라난 말괄량이 이미지가 떠오르는데 실제로는 어떤가

연기자로 보여 지는 것과, 인터뷰 할 때나 평상시는 많이 다르다고 하더라. 연기를 밝은 역을 많이 해서 그렇게 보는 경우가 많다. 실제 성격은 그때 그때 다르다. 하나의 특정 지어진 성격이 뚜렷하게 없다. 크게 뭐가 어긋나지 않는 이상 문제 일으키지 않고 시끄러운 거 안 좋아한다. 사람들과 부딪히는 거 싫어하고, 긍정적이기도 하고. 그래서 복잡하기도 하다. 내면적으로 미묘하게 복잡하게 맴돌 때가 많다. 누가 한마디 하면 겉으론 웃지만 하루 종일 생각하고, 상대 표정을 보고 그 표정의 의미는 뭘까 고민하기도 한다. 전형적인 A형이다.

- 귀엽고 다소 엉뚱한 이미지로 4차원이라는 소리 많이 듣지 않나

난 4차원이라는 말을 정말 싫어한다. 그냥 모두 각자의 개성이 있는 것인데, ‘넌 4차원이야’하면 뭔가 정상적인 것과 거리가 멀게 느껴지지 않나. 모두 각자의 인격체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인데 누군가 ‘4차원’이라고 말해 버리면, 그 사람의 모든 행동이 다 엉뚱하게 보이게 되는 고정관념이 생겨버린다. 내 소설 속에 게이 친구가 등장한다. 성적소수자를 비롯해 난 정말 그 누구에게도 편견이나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지 않다.

- ‘작가의 말’을 보니, 서두에 ‘어려운 시기와 불미스러운 일’이라는 얘기로 시작된다. 어떤 시기와 어떤 일을 말하는 건가

나는 연예인이 공인이라는 생각은 안한다. 하지만 매스컴을 통해서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대중들은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친구가 응급실에서 일을 하는데 연예인 자살 소식이 보도될 때마다 병원 응급실에 자살한 환자들이 그렇게 늘어난다고 한다. 그게 매스컴 영향을 받는 거다. 자살하는 스타일도 때마다 다르단다. 매스컴에서 투신자살 소식이 많이 들리면 응급실에 오는 자살환자 모두 투신이라고 한다. 그만큼 우리가 대중에서 영향을 끼친다는 거다. 

내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는 걸까. 거기에 대한 사명감, 책임감을 가지고 살아야겠다는 들기도 하고. 연기도 마찬가지지 않나. ‘꽃보다 남자’의 잔디 역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드라마에 열광하고 여주인공인 나에게 질투를 느끼기도 한다. 어쨌든 나는 사람들에게 감정적으로 뭔가를 전달하는 사람이니까. 내 소설이 완벽히 희망적인 것은 아니지만, 이런 불미스러운 현실 안에서 그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내가 책을 썼다면 반감을 가지는 분도 계시겠지만 때로는 좋은 자극이 되기도 하니까.

- 독자들이 본인의 책을 통해 어떤 생각을 하기 바라나

누구나 힘들 때면 현실을 부정하고 세상이 나를 버렸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나는 받아들일 줄도 알아야 하고, 고통이라는 것은 누구나 겪는 거라 생각한다. 시간이 가면 다 지나가기 마련이고 내가 처해지는 상황과 현실을 받아들인다면 더 많은 것이 보일 거라 믿는다.

- 차기작은 정해졌나

아무 것도 정해진 것은 없다. 영화 제작을 통해 팬들을 만나게 될 것 같다. 또 다른 새로운 도전에 기대가 크다. 많이 지켜봐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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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정아 기자 violin80@segye.com 팀블로그 http://comm.blo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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