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노 전 대통령의 사과문 발표 이후 봉화마을 사저에 물샐 틈 없이 앵글을 맞춰 온 각 언론사 사진기자들이 일단 노 전 대통령의 호소 내용에 일리가 있다고 보고 최소한의 `사적 공간'을 보호해 주기로 의견을 모았기 때문이다.
사저를 취재 중인 각 언론사 사진기자들은 22일 오전 노 전 대통령 측의 대변인 격인 김경수 비서관을 만나 "사저 내부와 뒤뜰을 내려다볼 수 있는 봉화산과 산 정상의 사자바위, 사저 현관이 보이는 야산 등에서는 앞으로 사진 취재를 하지 않겠다"고 전날 논의한 중지를 전달했다.
노 전 대통령은 전날 자신의 홈페이지 '사람 사는 세상'에 글을 올려 "안마당에서 자유롭게 걸을 수 있는 자유, 걸으면서 먼 산이라도 바라볼 수 있는 자유, 최소한의 사생활이라도 돌려달라"는 취지로 뜨거운 취재 열기에 대해 우회적으로 불만을 토로했다.
물론 사진기자들이 이런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보름이 넘도록 꺾일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취재 열기에 거친 불만을 제기하기 시작한 봉하마을 주민들의 정서도 일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자 수십명이 머물면서 사저뿐 아니라 마을 이곳저곳에 카메라를 들이대는 상황이 2주 넘게 계속되자 최근 들어서는 사진취재를 하는 기자 앞을 트랙터로 가로막는 등의 노골적인 취재 방해까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이런저런 상황을 고려해 노 전 대통령 측의 `톤 다운' 요청을 일부 수용하는 대신 기자들은 ▲사저 정문을 볼 수 있는 마을광장 골목과 사저 정문 진출입로 취재를 보장하고 ▲중요 인사의 사저 방문일정을 미리 알려달라고 요구해 관철했다.
노 전 대통령의 사과문 발표 이후 치열한 신경전을 벌여온 양측이 일종의 `신사협정'을 맺은 셈이 됐다.
노 전 대통령 측의 태도도 `신사협정' 이후 상당히 유연해졌다.
일례로 김경수 비서관은 전에 없이 "오늘(22일) 낮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사저를 방문해 노 전 대통령과 오찬을 함께 할 예정"이라고 기자들에게 통보하는 것으로 화답했다.
어쨌든 이번 `신사협정'으로 언제 검찰에 불려 나갈지는 모르지만 그전까지 노 전 대통령의 일상은 훨씬 편안해질 것 같다.
<연합>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