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두언 의원 |
정 의원은 이날 ‘박근혜 전 대표님에게’라는 제목으로 작성한 글의 전문.
“노무현 전 대통령은 ‘수도이전문제로 재미 좀 봤다’고 역시 노무현스럽게 솔직하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재미 좀 봤다는 말은 표를 얻었다는 얘기죠. 한나라당은 수도이전에는 반대하다가 수도분할에는 타협을 했습니다. 수도분할에 타협을 한 것은 수도분할이 옳아서가 아니라 그놈의 표 때문이었습니다. 오죽하면 친박의원조차도 세종시를 5살짜리 사생아라고 표현했겠습니까. 당시 다수의 의원들이 나라를 위해서, 우리의 후손을 위해서 이러면 안 된다고 적극 반발했고 심지어 박전대표님의 측근이었던 박세일 같은 분은 의원직을 버리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수도분할은 다 표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따라서 당시에 이 일을 꾸민 측이나, 이 일에 타협한 측이나, 또 이 일을 막지 못한 측이나 다 잘못한 겁니다. 나라와 우리의 후손을 위한다면 늦었지만 이제 모두 반성을 하고 이를 바로잡아야 할 일입니다. 그래서 이명박 대통령도 국민에게 사과를 하고 수도분할 대신 국가와 충청도에게 모두 이로운 세종시를 만들겠다고 한 것 아닙니까. 물론 야당은 여기에 동참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노무현판 DJP연합이었던 수도분할로 충청도에서 계속 재미를 보려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박전대표님도 여기에 동참할 수 없다고 합니다. 당론을 뒤집을 수는 없다고 하시면서 말이죠. 그래서 저는 박전대표님께 여쭙고 싶습니다.
박전대표님은 2001년 4월 이화여대 강의에서 ‘정치입문 당시의 초심을 잃지 않으려면 때로는 당론과 어긋나게 된다. 좋은 것만 따라가면 편하긴 하겠지만, 고민을 하면서도 초심을 지켜온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고 하셨습니다. 당시의 박전대표님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노력하고 있는 후배들에게 박전대표님은 또 다시 이 얘기를 하실 수 있으십니까?
박전대표님은 지난해 이미 당론으로 결정된 미디어법을 국민을 고통스럽게 하는 법이라고 하시면서 그 처리를 막고 수정안을 내 관철시킨 적이 있습니다. 당시 한나라당은 막강한 박전대표님의 주장에 묵묵히 따랐죠. 그런데 지금 박전대표님은 세종시 수정안이 나오기도 전에 이를 반대한다고 하십니다. 그것도 충청도민에게 먼저 물어보라는 스스로의 말까지 뒤집으면서 말입니다. 이것을 혹시 자기가 정한 당론은 지켜야하고 남이 정한 당론은 안 지켜도 된다는 것으로 해석하면 역린인가요?
박전대표님은 2002년 2월 내내 당시 이회창 총재 체제를 제왕적 1인 지배정당이라고 비난하면서 정당보다는 나라가 우선이라며 한나라당을 탈당했습니다. 물론 당시의 한나라당 체제는 당론으로 정해진 체제였습니다. 그런데 박전대표님은 이를 전면 부정한 것입니다. 당시 한 당직자는 ‘제왕적 총재를 없애자면서 정작 자신은 제왕적 부총재처럼 행동한다’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최근에 박전대표님 주변의 중진의원들이 세종시문제에 대해서 나름대로의 소신을 피력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마다 박전대표님은 그들의 입장에 쐐기를 박으셨습니다. 정말 조심스럽게 여쭙겠습니다. 박전대표님은 과거의 제왕적 총재보다 더하다는 세간의 얘기를 들으신 적이 있으십니까?
제가 무례했다면 죄송합니다. 하지만 이건 저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의문이라 믿기에 정말 용기를 내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외에 많은 의문들이 있습니다만 그건 차후로 미루겠습니다. 다시 한 번 무례에 용서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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