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전문에는 한국 정부가 지난해 정상회담을 위해 북한과 접촉했음을 보여주는 내용이 담겨있다.
외교전문에는 지난 2월3일 김성환 당시 외교안보수석이 커크 캠벨 미국 국무부 차관보와 나눈 대화 대용이 요약돼 있는데, 여기에 한국 정부가 지난해 가을부터 북한과 정상회담 접촉을 했다는 김 수석의 발언 내용이 있다. 전문에 따르면 김 수석은 캠벨 차관보에게 “북한이 정상회담에 앞서 경제적 지원을 요청했고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면서 “청와대는 언론에 이명박 대통령이 결코 북한에 돈을 주고 정상회담을 흥정하지 않겠다고 말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주한 미국 대사관은 2월 본국 정부에 보낸 문건에 북한 정권이 경제적 어려움과 정치적 불안으로 붕괴되는 이른바 ‘급변 사태’ 가능성을 전제로 한미 양측이 북한 정권 붕괴 이후의 대비책을 논의했음을 시사하는 내용을 담았다.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 대사는 전문에서 통일 한국에 대한 중국의 우려를 불식하는 데 한중 양국의 경제적 거래와 한국의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인센티브 제공 등이 효과적일 것이라는 한국 당국자의 언급을 전한 뒤, 한국 측의 이런 제안은 북한 정권 붕괴 시 미국의 한반도 영향력 확대를 꺼리는 중국의 우려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고했다.
또한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량살상무기(WMD) 이전 금지 조치에도 불구하고 중국을 통해 미사일 부품 등을 이란에 넘겨왔다는 정보도 이번 국무부 외교 전문 공개를 통해 드러났다. 미 국무부는 2007년 11월3일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명의의 전문을 통해 북한 미사일 부품을 탑재한 항공기가 11월4일 베이징 공항을 떠나 이란으로 향할 것이라면서 중국 정부가 이를 차단해줄 것을 촉구했다. 지난 2월24일 전문에는 이란이 북한으로부터 19기의 장거리 첨단 미사일을 도입했다는 정보 사항이 담겼다.
이로써 북한이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이후에도 이란과 시리아, 미얀마 등지에 연 1억달러 상당의 무기를 몰래 수출해온 것으로 추정한 유엔 전문가 패널의 보고서에 힘이 실리게 됐다.
당시 패널 보고서는 중국을 특정하지 못한 채 “북한은 고가의 민감한 무기들을 화물기로 수출하며 이란에는 최신 화물기를 이용, ‘인접국’ 영공을 거쳐 수출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외전문은 ‘인접국’이 중국임을 적시한 것이어서 중국은 안보리 대북 결의안을 위반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게 됐다.
워싱턴=조남규 특파원 coolm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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