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처럼, 계절을 잊은 싱그러운 녹음 속에서 초록에너지 충전하러 제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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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납읍리의 난대림은 한겨울에도 짙은 초록의 활엽수들이 원시림을 이루고 있다. 이 푸른 숲 속에서 산책을 하다 보면 겨우내 굳어버린 몸과 마음이 풀어지고, 금세 초록의 감흥에 젖게 된다. |
제주의 여러 난대림 중에 가장 추천하고 싶은 곳은 제주시 애월읍 납읍리의 난대림이다.
한겨울에도 초여름의 기운을 느낄 수 있는 이곳은 계절이 멈춘 초록의 공간이면서 숲의 정령이 깃들여 있을 것만 같은 신비한 분위기의 숲이다. 이곳에 발을 들여놓으면, 단숨에 겨울을 잊게 하는 상록의 숲이 펼쳐진다. 짙은 초록의 활엽수들이 숲을 이루고, 한낮에도 짙은 녹음이 깔려 숲은 어둑어둑하다. 빼곡히 들어선 나무들 사이를 힘들게 비집고 들어온 햇살을 받은 초록의 이파리는 자르르 윤기가 흐른다. 우리 땅의 겨울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풍경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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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읍 난대림의 잎들은 한겨울에도 생기가 돌고 윤기가 흐른다. |
납읍 난대림은 마을사람들에게는 신성한 당숲이었다. 그래서 지척에 촌락이 형성돼 있었어도 땔감 등으로 훼손되지 않고 오랜 시간 이같이 보전될 수 있었다.
숲 가운데에는 기와를 올린 당집이 서 있다. 숲의 신령을 모시던 곳으로, 당집 앞에는 거대한 곰솔이 우뚝 솟아 있다. 이 당집도 규모가 작지 않고, 그 앞 돌담으로 둘러싸인 마당이 너른 것으로 보아 이곳의 제사에는 꽤 많은 사람이 모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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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읍 난대림 속에 서 있는 당집. 숲의 신령을 모신 곳이다. |
이 숲 바로 앞에는 납읍초등학교가 있다. 숲은 방과후 이 학교 아이들의 놀이터다. 어둑어둑해질 때까지 예닐곱 아이들이 나무데크를 뛰어다니며 놀고 있다. 아이들은 모두 외투를 벗어 놓았다. 한겨울에 조금만 뛰어다녀도 땀이 날 정도로 이 숲은 따뜻한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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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연 폭포와 그 주변의 난대림. |
제주에는 납읍리의 것 말고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난대림이 두 곳 더 있다.
서귀포시 천지동에 있는 천지연 난대림(천연기념물 제379호)은 천지연폭포 주변 숲을 말한다. 제주 최고 비경 중 하나인 폭포가 워낙 유명해 제주를 여행한 사람 대부분은 한두 번씩 가 보았겠지만, 이곳의 숲을 목적지로 삼아 간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입구에서부터 폭포까지 오가는 산책로는 영락없는 남국의 숲길이다. 폭포는 한겨울에도 시원한 물줄기를 내뿜는다. 폭포에서 흘러내린 계곡물 소리와 초록의 잎 사이로 드는 따사로운 햇살은 겨우내 우중충했던 기분을 확 바꿔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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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연 폭포 주변의 난대림은 1월 중순에도 초록빛을 띠고 있다. |
도시 빌딩 사이로 몰아치는 칼바람에 지쳤거나, 봄이 언제 오나 기다리며 달력을 자꾸 들춰본다면 제주를 찾아 이 난대림 속을 걸어보면 어떨까 싶다.
제주=글·사진 박창억 기자 danie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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