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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통화완화를 결정한 국가는 23개국에 이른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인도, 싱가포르 등이 최근 기준금리 인하에 나섰다. 일본의 엔화약세 흐름도 이어졌다. 수출경쟁국의 금리 인하와 환율 약세는 우리 경제의 큰 부담으로 작용했던 게 사실이다. 하나대투증권 소재용 연구원은 “환율전쟁이라는 표현을 한은은 거부하고 있지만, 글로벌 저성장 이후 강화되고 있는 일본 및 중국과의 치열한 수출전쟁을 감안하면 원화환율 방어 역시 금리 인하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였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기준금리 인하 발표 직후인 10시2분 달러당 1136.4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한국은행이 사상 처음 기준금리를 연1%대로 낮춘 12일 외환은행 딜링룸에서 한 직원이 화면을 통해 외환 시세 등을 살펴보고 있다. 남정탁 기자 |
원·달러 환율 상승폭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이미 한국의 기준금리 인하, 미국 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감이 외환시장에 어느 정도 반영된 상태”라고 말했다. 실제로 달러화 대비 원화가치 하락 속도는 지난 일주일 새 다른 아시아 주요 국가 중 가장 빨랐다. 국제금융시장 집계 결과 지난 10일 종가 기준으로 원화는 일주일 만에 2.39% 절하됐다. 같은 기간 일본은 1.82%, 말레이시아 2.07%, 싱가포르 1.66% 등의 절하폭을 나타냈다.
원화 약세는 수출과 경기회복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최근 엔화 약세에 대한 우려도 상당 부분 희석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김중석 외환은행 수석딜러는 “금융당국이 완화 기조 신호를 시장에 보내면 환율은 반응하게 돼 있다”며 “최근 엔화 약세에 따른 수출 타격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금리 인하가 급격한 자금 유출을 촉발하는 빌미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채권수익이나 환차익 메리트가 사라질 경우 투자자금의 해외유출이 야기될 수도 있다. 모건스탠리 등 투자은행(IB)들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아시아 신흥국 비금융기업의 외환차입액이 2008년 7000억달러에서 2014년 2조1억달러로 늘어났다고 전했다. 신흥국의 부채상환 부담이 높아지면 한국 시장에서도 불똥이 튈 수 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한국은 걱정할 상황은 아니지만 신흥국이 전체적으로 안 좋아지면 우리나라도 동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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