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로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27일 귀국이라는 일정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박 대통령은 귀국 후 이완구 국무총리의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그전에 최소한 이 총리에 대한 직접 조사가 필요한지라도 판단해야 하는 처지다.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22일 새벽 성 전 회장의 핵심 측근인 박준호(49) 전 경남기업 상무를 첫 참고인으로 조사하면서 긴급체포했다. 곧바로 또 다른 최측근인 수행비서 이용기(43)씨를 이날 오후 소환했다. 이씨는 2000년대 초반부터 성 전 회장을 그림자처럼 수행했던 인물이다. 국회에도 수석보좌관으로 따라갔다.
박 전 상무와 이씨는 성 전 회장이 숨지기 전날 밤 대책을 논의했던 회의에 나란히 함께 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이른바 '비밀장부'가 작성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두 사람을 각각 떼어 조사하면서 성 전 회장의 금품 로비 의혹과 비밀장부 존재 등을 확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상무나 이씨는 성 전 회장의 정치권 금품제공이라는 이번 수사의 큰 줄기에서 보자면 밑그림을 구체화해줄 '협조자'에 가깝다.
그런데도 박 전 상무의 신병을 영장도 없이 확보한 배경을 두고 협조를 최대한 이른 시간에 효율적으로 끌어내려는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 전 상무는 성 전 회장의 비자금 조성 창구로 지목된 대아건설과 온양관광호텔 대표를 맡고 있다. 그는 일단 증거인멸 피의자 신분이다. 그러나 경남기업 비자금을 최종적으로 책임질 성 전 회장이 숨진 상황에서 횡령 혐의가 추가될 가능성도 있다.
금품 로비를 밝히기 위해 비자금 흐름을 다시 들여다보는 검찰이 박 전 상무와 동상이몽을 꾸는 셈이다.
박 전 상무는 검찰 조사에서 일단 성 전 회장의 정치자금 전달 의혹이나 비밀장부 존재에 대해 모른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박 전 상무를 상대로 긴급체포 시한인 48시간 동안 성 전 회장의 정치권 금품로비에 대한 진술을 최대한 들어보고 이씨를 통해 박 전 상무의 진술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가장 협조자에 가까운 박 전 상무의 진술을 우선 들어보고 진술의 신빙성을 이씨를 통해 재확인하는 과정인 셈이다.
의혹의 실체와 가까운 인물들을 압박하는 전략은 과거에도 자주 등장했다. 2008년 삼성그룹 비자금 의혹 특검 당시 첫 입건자도 증거인멸 혐의를 받은 삼성화재 임직원들이었다. 2006년 현대차그룹, 재작년 CJ그룹 비자금 의혹 수사 때도 오너의 측근 임원들이 검찰에 나왔다가 잇따라 긴급체포됐다.
검찰은 의혹의 열쇠를 쥔 박 전 상무를 외부와 격리시키려는 의도도 갖고 있다. 줄줄이 소환조사를 받을 성 전 회장의 측근들이나 '리스트 8인' 주변 인사와의 연락을 차단해 진술이 오염되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검찰은 이미 리스트에 들어있는 정치인 관계자들이 경남기업 측과 접촉을 시도한 정황을 포착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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