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8000kcal 분량의 음식을 먹는 여성이 공개돼 눈길을 끌고 있다. 이 여성은 그렇게 먹고도 체중이 전혀 늘지 않는다. 눈이 확 뜨이는 소식이겠지만, 이면에는 다소 슬픈 사연이 있다.
영국 웨일스 앵글시에 사는 니콜라 다인트리(20)의 몸무게는 약 46kg이다. 보기에도 여리한 다인트리. 그러나 그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열량의 음식을 먹어치운다. 그가 하루 4회에 걸쳐 먹는 음식 열량은 총 8000kcal다.
이는 무제한급 역도 선수나 유도 선수들이 섭취하는 하루 열량(5500~6000kcal)을 훨씬 뛰어넘는 수치다. 일반 성인여성의 하루 권장 열량은 2000kcal 수준. 여성 4명이 하루에 먹을 음식을 혼자서 먹는 셈이다.
다인트리가 대식가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그가 ‘낭성 섬유증(cystic fibrosis)’을 앓기 때문이다. 이는 유전자 결함 때문에 생기는 질환으로, 주로 호흡기와 소화기에 영향을 미친다. 심할 경우 기도와 기관지의 만성적 폐쇄를 유발하며, 세균 번식에 따른 염증 생성으로 소화효소 분비를 방해해 영양분 흡수에 장애를 일으킨다.
영양분 흡수가 어렵다 보니 온종일 다인트리는 힘이 쭉 빠져 있다. 그래서 다인트리는 남들보다 음식에 더 많이 손을 댈 수밖에 없다.
다인트리의 아침 식사는 베이컨과 소시지, 달걀 등으로 구성되며, 점심때는 샌드위치와 초콜릿 등을 먹는다. 저녁은 닭 2마리 분량의 가슴살과 초콜릿이다. 그는 야식도 챙겨 먹는데, 이때는 베이컨 샌드위치와 시리얼 한 그릇 등이 주된 식단이다. 그는 각 끼니 사이에 과자나 케익, 과일 등도 끊임없이 먹는다.
버는 돈이 대부분 식사비용에 들어가다 보니 자연스레 다인트리의 재정에도 문제가 생겼다. 그는 다행히 웨일스의 푸드뱅크의 도움으로 음식값을 절약하고 있지만, 언제까지나 푸드뱅크에만 의존할 수 없어 마음은 불안하기만 하다.
다인트리는 “내가 앓는 병은 나를 한없이 힘없게 만든다”며 “그럴 때 나는 아무 일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낭성 섬유증 외에 ‘유육종증’도 앓고 있다. 이 역시 내부 장기에 종양이 생기는 질병이다.
다인트리의 영양 상태를 걱정한 푸드뱅크 관계자는 “우리가 다인트리에게 작게나마 보탬이 될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영국 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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