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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찬의 軍] '제2연평해전 6용사' 전사자 예우 반대한 국방부

입력 : 2015-07-03 10:42:51 수정 : 2015-07-09 21:3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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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제2연평해전 13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한민구 국방부 장관.

어느 나라든 적과 싸우다 사망한 사람은 ‘전사자’로 분류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적과의 교전 도중 목숨을 잃었는데도 순직으로 대우받은 군인들이 있다. 바로 2002년 6월29일 발생한 제2연평해전에서 전사한 고(故) 윤영하 소령 등 6명이다.

2002년 제2연평해전 발발 당시 군인연금법은 지금과 달리 전사와 순직을 구분하지 않고 단순히 ‘공무상사망자 사망보상금’으로만 정하고 있어 제2연평해전 전사자들은 순직에 해당하는 보상을 받았다.

이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정부는 2004년 대통령령을 개정했으나 하위법령의 한계 때문에  소급할 수 없었다. 해당 대통령령의 규정은 2013년 법률에 직접 규정됐지만 여전히 소급규정이 없어 제2연평해전 전사자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못했다.

때문에 제2연평해전 전사자들은 개인별 보수월액의 36배인 3048만~5742만원의 사망보상금을 받았다. 2004년 법개정 이후 발발한 천안함 폭침 전사자들은 소령 10호봉 보수월액의 72배 적용을 받아 1인당 평균 2억1000만원의 사망보상금을 받았다.

최근 영화 ‘연평해전’이 인기를 끌면서 정치권에서는 이들을 전사자로 대우하고 그에 합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국방부는 형평성과 예산 문제를 이유로 난색을 보이고 있어 ‘주객전도’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 정치권 ‘전사자 예우 법안’, 국방부 반대

현재 국회에는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이 대표발의한 ‘제2연평해전 전투수행자에 대한 명예선양 및 보상에 관한 특별법안’과 새정치민주연합 안규백 의원이 대표발의한 ‘군인연금법 개정안’이 제출되어있다.

심재철 의원의 법안은 제2연평해전 사상자들을 위한 별도의 특별법을 제정하는 방식이다.  보상을 ‘전사자’ 수준으로 격상하고 ‘명예선양 및 보상심의위원회’를 설치해 위령탑 건립 등 선양 사업을 추진하는 방안도 담고 있다.

안규백 의원의 법안은 기존의 군인연금법 부칙에 ‘제2연평해전 전사자에 대해 개선된 기준의 사망보상금을 적용·지급한다’는 예외규정을 덧붙였다.

국회 국방위원회는 1일과 2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두 법안을 집중 심의했다. 하지만 법안 상정 여부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숙려기간을 갖기로 결정했다.

이같은 결과는 국방부가 “법안 취지는 공감하지만 소급입법을 할 경우 유사한 과거 전투 전사자들의 특별법 소요가 많아 예산부담 우려가 있다”며 반대의견을 제시한데 따른 것이다. 여기에 일부 여당 의원들이 공감하면서 두 법안은 계류됐다

하지만 여야 정치권은 지난달 29일 제2연평해전 13주기를 맞아 전사자 예우를 위한 관련법 통과에 적극 나서겠다고 약속한 바 있어 국회와 국방부의 줄다리기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 ‘지출 증가’만 신경 쓰는 국방부

6.25 이후 북한이 일으킨 침투·국지도발은 3000여회에 달한다. 이 과정에서 사망한 사람은 200여명이 넘는다.

이 중에서 전사자로 보상을 받은 경우는 천안함 폭침이나 연평도 포격도발 희생자 등 소수에 불과하다.

국방부는 제2연평해전에서 사망한 장병들을 전사자 수준으로 보상할 경우 1990년대 강릉 무장공비 침투 등 대간첩작전 과정에서 희생된 장병들의 보상 요구가 잇따를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2연평해전 희생자들을 전사자로 예우하고 보상할 경우 1인당 평균 2억5000만원(안규백 의원 발의안 기준) 수준의 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 대간첩작전 도중 사망한 장병의 유족이 같은 요구를 하게 되면 국방부가 지급할 보상금은 지금보다 훨씬 늘어나게 된다.

새정치민주연합 관계자는 “국방부는 ‘전사자 보상’ 요구가 이어질 경우 발생할 예산 소요가 어느 정도인지도 파악하지 못하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해상경계임무중인 해군 참수리 고속정대(자료사진)


6.25 이후 북한과의 교전 과정에서 사망한 인원이 얼마나 많은지에 대해서도 답변이 엇갈리고 있다.

안규백 의원실 관계자는 “군사정전위 편람을 인용한 심재철 의원 법안에 대한 국회 입법조사관 보고서에는 전사자가 224명으로 나와 있다. 하지만 우리가 국방부에 문의해보니 232명이라고 답하더라”고 전했다.

특히 국방부는 지난 2일 국회 국방위 법안심사소위 심의 과정에서 “기획재정부가 반대한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구체적인 공문이나 증거 대신 “구두로 들었다”고 말해 의원들의 반발을 샀다.

윤후덕 법안심사소위원장은 “정부가 증거도 확보 안 된 부처 의견을 빌미로 반대의견을 제시하고 있다”며 “공문도 없이 입법부가 어떻게 판단하라는 것인가”라고 따졌다.

백승주 국방부 차관은 “재정소요가 발생하면 부처간 조율이 필수다. 구두로 부정적 의견을 받았는데 공식 답변을 달라고 더욱 독촉하겠다”고 해명했다.

이날 국방부는 보상 문제 대신 명예선양 사업이나 2계급 특진 등 재정 소요가 크지 않은 것은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 정치권 인사는 “보상 문제는 국방부가 먼저 나서서 정치권에 요구를 해야 하는데 주객이 전도된 것 같다”며 “나라를 지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 사람들에게 합당한 보상을 하자는 데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그는 “명예만으로는 먹고 살 수 없다. 어느 정도의 경제적 기반도 갖춰줘야 진정한 명예선양이 이루어진다”고 강조했다.

최근 군 당국은 제2연평해전 13주년과 영화 ‘연평해전’ 개봉을 계기로 적극적인 홍보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정작 전사자들의 보상 문제를 놓고 국방부가 취하는 태도는 씁쓸함을 지울 수 없게 한다. 나라를 위해 몸바쳐 희생한 사람들에게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앞으로 국난이 닥쳤을 때 누가 국가의 부름에 응하겠는가.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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