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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4년전 악몽에… 정신병원 전전하는 '슬픈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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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10-22 14:20:19 수정 : 2015-10-22 14: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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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30대 여성이 14년 전 여고 1학년 때 당한 성폭행 때문에 아직도 정신병원을 전전하고 있다.

30대 후반으로 추정되는 범인(트럭기사)는 아직 검거되지 않았다.

2001년(피해 여성은 부분기억상실로 인해 사건발생 연도가 2001년인지 2002년 인지 헷갈림) 사건 발생 직후 경찰은 범인 검거에 열의를 보이지도 않았다.

부산 남구 소재 A고 1학년(당시 17세)에 재학중이던 임모(31·여)씨는 2001년 어느날 저녁 자신의 집(부산 남구 대연동)으로 놀러온 친구 김모(31·여)씨와 함께 경성대 앞 도로를 걷다가 옆으로 다가온 작은 트럭(1t으로 추정됨, 피해자는 친구 김씨가 아는 운전자인지 여부를 확실히 기억 못함)을 타고 시 외곽으로 20분 정도 이동했다.

그녀는 이 때까지만 해도 그날이 모든 것을 앗아가는 최악의 ‘악몽의 밤’이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20여분을 달린 차가 멈춘 곳은 허허벌판. 주변엔 집도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운전자가 갑자기 돌변했다. “내가 흉기를 갖고 있으니 시키는 대로 해라”고 협박했다. 그리곤 어디론가 전화를 거는 척 하더니 “내가 어떤 여자를 찌른 뒤 중국으로 보내버렸다…”라는 말을 하며 공포분위기를 조성했다.

임양이 극도의 공포심을 느낄 때 범인은 “옷을 벗어라”고 요구했다. 친구 김씨의 표정을 보니 역시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범인은 먼저 친구 김씨에게 성폭행을 시도했으나 친구가 “아프다”고 소리치자, 자신에게 달려들었다.

임양은 “나도 아팠지만 해코지를 당할까봐 참았는데 갑자기 피가 쏟아지니까 그 남자가 도망을 쳤다”며 “너무 아파 병원에 가야겠다고 생각했고, 트럭에서 내려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갔는데 어느 병원인 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당시 아빠, 남동생과 함께 살던 임양은 봉합수술만 받았을 뿐 정신과 치료는 받지 못했다.

학교는 자퇴를 했고 사람이 무서워 집안에만 틀어박혀 지내는 은둔형 외톨이(일명 히키코모리)가 됐다.

경찰에 신고했지만 남성 경찰관이 출장조사를 두어차례 나와 경성대 인근 커피숍에서 피해자 진술을 했는데, 대인기피증 때문에 제대로 된 피해자조사가 진행되지 못했다.

여성경찰관을 파견하는 등 세심하지 못한 경찰의 대응이 아쉬운 대목이다.

임씨는 “당시엔 수사관도 남자라 믿지 못하겠고, 정신적 후유증이 심해 제대로 된 진술을 못했고...경찰조사도 흐지부지 된 것 같다. 사건처리 결과 통보도 받지 못했다”고 말을 이었다.

강간치상죄는 공소시효가 10년 이어서 설사 범인이 잡힌다 한들 처벌을 하지는 못한다.

임씨는 현재 해운대구 모 정신과병원에 매주 1회 들러 통원치료를 받고 있다. 임씨는 6년쯤 전부터 부산진구 모 정신과병원에 1년간 입원하는 등 서너곳에서 본격적인 정신과 치료를 받았지만 상황이 크게 나아지지는 않고 있다.

정신장애 3급 판정을 받은 임씨는 기초생활보호대상자로 등재됐고, 매월 장애연금 3만원을 받으며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남동생(28)은 아버지(지체장애 6급)와 김해에서 따로 살고 있다.

시민 박모(50·통신업)씨는 “제가 그 집안 사정을 잘 아는데, 14년전 여고생 딸의 성폭행 후유증으로 집안이 엉망이 됐다. 당국의 도움도 받지 못한 채 한 소녀의 인생은 송두리째 방치돼 지금까지 고통 속에 살고 있다”며 “정부와 경찰은 지금이라도 성폭행 관련 공소시효를 없애거나 대폭 늘려 범인을 잡아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전상후 기자 sanghu6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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