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을 앓고 있던 40대 남성 박모(40)씨가 고속도로를 역주행해 자신과 3살배기 아들, 예비신부가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정신과 전문의는 5일 “조현병은 약물치료를 받고 있을 때와 아닐 때가 극명히 차이 난다”며 “사고 당일 새벽에 아내가 경찰에 남편의 실종 사실을 신고한 것을 보면 남편이 1년간 약을 끊고 전조증상이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조현병 환자 60% 직접 운전... 조현병 환자 모두 문제 있지 않아”
김성완 전남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조현병 환자도 제대로 약물치료를 받으면 일상생활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저희 외래(병원)도 한 300∼400분 조현병 환자분들이 다니는데 60% 이상 직접 운전을 해 학교를 가거나 직장에 출근하신다”며 “그렇기 때문에 이번 사건만 보고 ‘모든 조현병 환자들의 운전면허에 문제가 있다’라고 인식을 하는 것은 다소 좀 과잉 반응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조현병은 약물 치료를 받고 있을 때와 아닐 때가 굉장히 극명하게 차이가 난다”면서 “그래서 (치료를) 받고 있지 않을 때는 여러 충동적-우발적 행동들이 발생하지만 약물 치료를 받고 있으면 충분히 회복할 수 있는 환자들이 다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제가 오랫동안 알고 있던 지인 그리고 직장에서 마주쳤던 사람들 중에 나중에 그분이 조현병 치료를 받고 있는 걸 알게 되는 경우가 가끔 있다. 제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지만 저에게 본인의 질병에 대해서 정신과 치료를 받는 것에 대해서 말을 해 주지 않으면 저도 알 수가 없다. 일반 사람들과 똑같이 잘 지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 “부인과 가족들 알아챌 수 있을만큼 전조증상 보였을 것”
다만 환자가 약물 치료를 임의로 중단하는 것에 대해선 우려를 나타냈다. 김 교수는 “부인이 아침 일찍 남편이 자리에 없는 걸 보고 바로 경찰에 신고할 때 ‘남편이 치료를 중단해서 위험할 수 있다’고 했다. (환자에게) 전조증상이 있었을 거라고 지금 보인다”며 “그랬기 때문에 바로 남편이 안 보이니까 경찰에 신고한 것 같다. (조현병이) 재발할 때 어느 날 갑자기 어떤 현상이 나타나기보다 점차로 문제들이 불거지기 시작하고 위험 신호들이 많이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가족들이 환자의 전조증상을 발견했을 때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할 뿐 아니라 보건 시스템의 확충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들 입장에서는 이런 (조현병으로 인한) 사고들이 계속 연이어 발생하면 불안할 수 있다”며 “(전조증상처럼) 위험 신호가 있을 때 적절하게 대처를 할 수 있는 국가 시스템을 만드는 것, 또 보건 시스템을 만드는 것. 이것이 현재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조현병 약 끊고 고속도로 역주행... 3명 사망
4일 오전 7시쯤 충남 공주시 우성면 당진~대전고속도로 당진 방향 65.6km 지점에서 박씨가 몰던 역주행 라보 화물차가 마주 오던 포르테 승용차와 정면으로 충돌했다. 이 사고로 라보 화물차 운전자 박씨와 그의 아들, 승용차 운전자 최모(29)씨가 숨졌다.
숨진 최씨는 이달 말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였으며 그의 차 안에선 지인에게 나눠줄 청첩장이 대량으로 발견돼 안타까움을 더했다.
경찰에 따르면 경남 양산에 거주 중인 박씨는 이날 새벽 아들을 데리고 집을 나왔다. 아들을 자신의 화물차에 태운 박 씨는 오전 3시 34분쯤 경부고속도로 경남 남양산IC로 진입해 오전 7시15분쯤 당진∼대전고속도로 충남 예산 신양IC 인근까지 정상 운행했다.
그러나 7시16분쯤 갑자기 차를 반대로 돌려 역주행하기 시작했다. 박씨의 화물차는 19km가량 달려 최씨의 승용차와 정면충돌했다.
박씨 아내는 이날 오전 7시26분쯤 남편과 아들이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 그는 경찰에 “남편이 조현병을 앓고 있으며 최근 약을 먹지 않아서 위험하다”고 말했으며 박씨는 지난해 5월 이후 약 복용을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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