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부근 서해안고속도로 서울방면 서해대교에서 29중 연쇄 추돌사고가 일어나 11명이 숨지고 54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사고가 날 무렵 서해대교에는 시정 65∼86m의 짙은 안개가 낀 상태였다. 이는 눈으로 볼 수 있는 가시거리가 65∼86m라는 뜻으로, 2000년 11월 서해대교가 개통된 이후 시정거리가 100m 이하로 떨어지기는 처음이었다. 징검다리 추석연휴를 맞아 차량이 몰려 일어난 이 사고로 서해안고속도로 서울방면 차량통행이 6시간 동안 전면차단됐고, 사고 수습을 위해 하행선 1, 2차로까지 일시 통제되면서 극심한 정체를 빚었다.
◆사고 순간=사고는 이날 오전 7시50분쯤 서해대교 상행선 3차로를 달리던 이모(48)씨의 25t 트럭이 교량 남단 기점 4.8㎞ 부근에서 김모(54)씨의 1t 트럭을 들이받으면서 시작됐다. 25t 트럭은 추돌 후 2차로로 튕겨 나갔고, 마침 2차로를 달리던 봉고 승합차가 다시 25t 트럭을 들이받고 1, 2차로 사이에 멈춰서면서 1, 2, 3차 전 차로에서 차량 26대가 잇달아 앞차를 들이받았다.
이씨는 “안개가 짙어 시속 50∼60㎞로 달리는데, 사고 지점에 이르러 안개가 연기 몰아치듯 도로를 덮쳤고, 안개 때문에 보이지 않던 1t 트럭이 갑자기 속도를 줄이면서 나타나 들이받고 말았다”고 말했다. 특히 한 사고 차량의 연료탱크가 폭발하면서 불이 나면서 캐리어 화물차와 버스, 봉고 승합차, 승용차, 트레일러 등 차량 17대가 전소됐다.
이 사고로 김광민(39)씨와 송민구(13)군이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고, 불이 난 사고차량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5명이 현장에서 숨지는 등 모두 11명이 사망했다. 또 54명이 중경상을 입어 인근 평택 안중병원과 당진 백병원 등 12개 병원으로 후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부상자 중에 중상자가 많아 사망자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참혹한 현장=사고가 난 서해대교는 말 그대로 아비규환의 현장이었다. 서로 부딪친 차들은 종잇장처럼 구겨져 있었고, 40t 대형 덤프트럭마저 차체가 심하게 뒤틀리고 휘어져 있었다. 사고 발생 10여분 만에 현장에 출동한 당진소방서의 한 관계자는 “현장에 가보니 탱크 로리에서 불기둥이 치솟고 있었고 수많은 부상자가 살려 달라고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첫 추돌사고가 난 현장은 사고 차량에서 난 불로 아스팔트가 녹아 버릴 정도로 훼손됐다. 불에 타 매캐한 연기를 내뿜고 있던 부근의 차들도 까맣게 그을린 채 앙상한 뼈대만 드러내고 있었다.
한 승용차 운반차량은 이날 공장에서 막 출고된 승용차 8대와 함께 고스란히 불에 타버렸고 화염 탓에 차량 지지대가 엿가락처럼 휘어 있었다.
사고를 당한 고속버스에 타고 있었던 김용이(23)씨는 “승객 10여명과 함께 깨진 유리창문으로 탈출했다”며 “차에서 내리고 보니 연기가 났고, 주변에서 강력한 폭발소리와 함께 여기저기서 신음소리가 들렸다”고 말했다.
◆대부분 불에 희생=사고로 숨진 11명 대부분은 교통사고로 인한 물리적 충돌보다 2차 사고인 차량 화재로 변을 당했다. 희생자 7명이 안치된 경기도 평택시 안중 백병원에 확인한 결과 희생자 한두 명에게서 큰 외상이 발견됐을 뿐 나머지는 대부분 질식 또는 불에 타 숨졌다.
화재로 시신훼손이 심하다 보니 실종소식을 듣고 찾아온 가족마저 희생자의 신원을 확인할 길이 없어 애만 태웠다. 특히 시신 3구는 뼈가 드러날 정도로 심하게 훼손돼 추정 유가족과 DNA 대조작업 등을 거쳐야 신원이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 화성 봉담장례식장에 임시 안치된 남녀 시신 2구는 차마 눈을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됐다. 사고소식을 듣고 찾아온 가족들은 눈물을 쏟아내며 오열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사망자(11명) ▲김광민(39)〈인천 사랑병원〉▲송민구(13) 박남선(73) 김희순(70·여) 성기문(61) 3명 신원불상 〈이상 안중 백병원〉▲신원미상의 40대〈단국대병원〉▲김재복(47) 김선숙(36·여) 〈이상 화성 봉담장례식장〉
평택=유덕영·장원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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