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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노예''…장애인 등 400여명 섬 양식장 등에 팔아 넘겨

입력 : 2007-04-21 16:39:00 수정 : 2007-04-21 16: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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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 소개비·외상값 명목 10억 챙긴 5명 구속 “며칠 동안 멋모르고 술을 얻어마신 게 지옥에 빠지는 함정일 줄은 꿈에도 몰랐십니더(습니다). 말이 선원이지 월급 한푼 못 받는 노예생활이나 다름없었십니더.” 정신지체 2급 장애인 권모(25·부산시 서구)씨는 선원 인신매매를 전문으로 하는 조직폭력단의 꾐에 넘어가 서해 낙도로 갔다가 천신만고 끝에 탈출한 뒤 경찰에서 그간의 암흑 같았던 처절한 생활을 털어놓으며 몸서리를 쳤다.
부산해양경찰서는 20일 생활정보지에 월 200만∼400만원을 벌 수 있다며 허위광고를 낸 뒤 이를 보고 찾아온 장애인과 중증환자 등 443명을 서해안 낙도의 김양식장과 선원으로 불법취업시키고 소개비 명목으로 10억여원을 챙긴 혐의(직업안정법 위반)로 이모(42·전남 목포시 용당동)씨 등 부산·목포지역 연합폭력조직인 영호파 간부 5명을 구속했다. 또 영호파 두목 강모(42·부산시 중구 남포동)씨 등 3명을 수배했다.
해경에 따르면 영호파 조직원들은 지난 1월 생활정보지 구인광고를 보고 찾아온 권씨에게 “좋은 일자리가 있다”며 전남 목포로 데려간 뒤 부둣가 여관에 머물게 하며 술을 제공하고 윤락녀와 성관계를 갖게 하는 수법으로 500만원의 외상빚을 지게 한 뒤 선주에게서 돈을 받고 낙도지역의 선원으로 팔아 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권씨가 탄 배는 2t급 딱자망 새우잡이 어선(일명 노예선)으로, 그는 하루 10시간 이상 좁은 배 안에서 그물을 당기고 새우를 고르는 작업을 기약없이 계속했다.
권씨는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은 채 온종일 일하다 파김치가 된 몸을 이끌고 부둣가 인근 허름한 여관에서 잠을 잤는데, 여관 입구에는 항상 건장한 청년이 보초를 서고 있어 도망칠 생각은 꿈에서조차 하지 못했다. 권씨는 술값을 제하느라 일당은 한푼도 받지 못했다.
권씨는 고된 선상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3일 만에 배에서 내리자 이번에는 비슷한 수법으로 200만원의 빚을 지게 한 뒤 또 다른 외딴 섬의 김양식장에 넘기는 등 1개월 사이 총 1300만원의 외상을 지게 한 뒤 5차례나 영문도 모른 채 이곳저곳으로 끌려다니는 노예생활을 했다. 이 돈의 대부분은 영호파 조직원들이 선주와 양식업자들에게서 외상값 선급금 형태로 받아 챙겼다.
앞서 이씨 등 구속된 영호파 일당은 지난해 11월에도 중증 폐결핵 환자인 박모(34)씨를 선원으로 소개하고 소개비를 받아 챙겼다.
해경 조사 결과 영호파 일당은 2005년부터 최근까지 장애인 5명을 포함해 총 443명을 서해안 지역의 낙도 양식장과 새우잡이 배의 선원으로 소개하고 1인당 90만원의 소개비와 외상값 등의 명목으로 총 10억원을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피해자들은 멋모르고 얻어마신 술값과 윤락비를 갚기 위해 ‘노예선’을 탈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들 중 일부는 선불금을 값느라 아예 임금을 받지도 못했으며, 대다수 사람들은 광고내용과 달리 월 100만원 안팎의 낮은 임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해경 기획수사팀장 고기윤 경위는 “지난 3월 초순 김씨 가족에게서 인신매매 사연을 접수한 뒤 내사를 거쳐 지난 3일 형사 5명을 목포에 급파, 폭력조직의 선원 인신매매 전모를 파헤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부산=전상후 기자
sanghu6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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