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선 “정체성 부정하는 밀어주기” 비판 노동계의 양대 산맥인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대선 후보 지지를 놓고 엇갈린 행보를 보여 노동계가 술렁이고 있다.
민주노총은 10일 한국노총이 대선을 불과 9일 앞두고 대선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를 지지하고 향후 정책적으로 연대해 나가겠다고 선언한 데 대해 성명서를 발표하고, “사실상 지지율 1위 후보에 대한 밀어주기 투표행위로 노동자 조직의 정체성을 부정하고 전체 노동자를 우롱하는 처사”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성명에서 “이 후보가 (한국노총) 조합원 총투표에서 얻은 9만8292표는 응답자 과반에도 미치는 못하는 것으로, 대표성을 상실했다”며 “한국노총이 이 후보와 정책연대를 하겠다는 것은 조합원의 이해와 요구를 왜곡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 후보가 노동공약을 독립적으로 제시하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비정규노동자의 희생으로 기업의 성장을 추구하는 신자유주의, 신보수주의적 입장과 맞닿아 있다”면서 강한 거부감을 드러낸 뒤 “이 후보와의 정책연대를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앞서 한국노총은 이날 노총 7층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일부터 7일까지 실시된 대선 정책연대 조합원 총투표 결과 1위를 차지한 이명박 후보를 17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지지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한국노총 이용득 위원장은 보수 정당과의 연대에 대한 비난 여론을 의식한 듯 “한국노총은 조합원이 주인인 조직이므로 조합원 투표 결과에 따라야 한다”면서 “앞으로 진보와 보수가 함께 가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양대 노총의 엇갈린 행보 속에 한국노총 홈페이지는 조합원을 비롯한 네티즌의 비난이 빗발치는 등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ID ‘금융노조’는 “부끄럽다. 그리고 한국노총을 이끌어간다는 사람들, 정말 불쌍하다”고 개탄했고, ID ‘동발지기’는 “할 말을 잃었다”며 “조합원을 팔아먹은 이용득은 사퇴하라”고 비판했다.
실명 비판도 잇따라 한국노총 충남지역본부 화학노련 산하 김영길 조합원은 “이렇게까지 반노동자적 의식을 가진 노동조합이라면 갈 때까지 간 어용노조”라며 “과연 현재의 이용득 위원장의 속내는 무엇인가.”라고 의혹의 눈길을 던졌다. 이에 대해 한국노총 이용범 사무처장은 “한국노총이 조합원 총투표를 통해 대선후보와의 정책연대를 발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 연대가 내년 총선까지 이어질 경우 한국노총도 국회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노총은 1997년 이전까지는 수권여당과 상층부가 대선후보를 결정했고, 97년 대선 때 박인상 전 위원장이 김대중 후보를 지지한 바 있다. 이후 2002년에는 민주사회당을 만들었으나 대선후보를 내지 못해 조합원 개인판단에 맡겼다.
박병진·유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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