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성적 지상주의’와 ‘스포츠정신 실종’을 원인으로 꼽는다. 경기에서 가시적 성과를 올려야 돈과 명예가 보장되다보니 도핑을 해서라도 꼭 이겨야 한다는 ‘검은 유혹’에 빠져든다는 것.
무더기 도핑 적발로 큰 파문을 일으켰던 보디빌딩계는 이런 구조를 잘 보여준다. 선수 출신인 헬스클럽 트레이너 A씨는 “일반인과 달리 오래 운동한 선수들은 좀처럼 근육이 자라지 않는 한계에 봉착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대회에 나가 어느 정도 성적을 내야 실업팀에 남을 수 있고 연봉도 더 받기 때문에 부작용을 알면서도 약에 손을 댄다”고 털어놨다.
지난해 전국체전에서 도핑이 적발된 수영도 비슷하다. 엘리트 선수가 되려면 매일 10㎞ 이상 강훈련을 소화해야 한다. 운동경력이 길수록 기록을 0.01초 줄이는 데 엄청난 인내와 훈련이 요구된다. 이 때문에 약물의 힘을 빌리려는 선수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프로야구도 약물 효과가 큰 종목이다. 미국 터프츠대 물리학과 로저 토빈 교수에 따르면 스테로이드를 복용한 타자는 배트 스윙 속도가 5% 정도 빨라져 평소 홈런 수보다 50% 더 칠 수 있다. 거액의 자유계약(FA)을 2∼3년 앞뒀거나 팀내 주전 경쟁에 내몰린 선수라면 귀가 솔깃해지기 마련이다.
지도자나 선수 부모들도 도핑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소속 선수의 성적에 따라 자리가 보장되는 지도자, 자녀의 진학이나 고액 연봉을 원하는 열성 부모들이 도핑을 묵인하거나 직접 약물을 구해 주는 경우도 많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양윤준 인제의대 교수는 “도핑한 선수들을 만나 보면 대부분 운이 없었다거나 옛날에는 똑같은 약물로 안 걸렸는데 왜 걸렸는지 모르겠다고 한다”며 “반도핑 윤리의식 제고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특별기획취재팀=채희창(팀장)·김동진·박은주·유덕영·이종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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