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팀이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에서 입수한 ‘국내 선수 금지약물 양성반응 징계내역’을 보면 2003년 이후 국내 대회에서 스테로이드, 이뇨제 등 각종 금지약물을 사용한 선수들이 매년 다수 적발돼 징계당하고 있다. KADA는 KIST 도핑컨트롤센터의 시료 분석에서 양성반응을 보인 선수들을 소환해 청문회와 추가 조사를 거쳐 혐의가 뚜렷한 경우만 징계한다.
자료에 따르면 2005년에는 보디빌딩, 태권도, 펜싱, 역도, 사이클, 근대5종 등 6개 종목에서 무려 47명의 도핑 양성반응자가 적발돼 21명이 중징계당했다. 당시 파장이 커지자 문화부와 대한체육회 등이 도핑검사 인원과 예산을 확대하는 등 부산을 떨었지만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2006년에도 빙상, 역도, 사이클, 보디빌딩 등에서 양성반응자 26명이 적발돼 6명이 중징계받았고, 2007년엔 양성반응자 38명 중 6명이 처벌됐다.
특히 지난해 10월 전국체전 수영에서는 한국신기록을 세우며 우승한 여고 수영선수(국가대표)의 도핑 샘플에서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검출돼 충격을 줬다. 스테로이드 계열인 이 약을 장기 복용하면 여성도 수염이 나고 남자 목소리로 변할 뿐 아니라 간기능 훼손과 심근경색 등 심한 부작용을 낳는다. 전문가들은 어린 학생마저 이 같은 금지약물에 노출됐다는 사실에 경악했다.
보디빌딩은 국내 스포츠 중 도핑이 가장 심각하다. 근육을 키우려고 스테로이드에 손댄 선수들이 부지기수다. 2003∼06년에만 21명이 도핑에 걸려 중징계당했고, 특히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은메달리스트는 메달을 박탈당하는 국제적 망신을 샀다. 이런 탓에 체육회가 보디빌딩에서 또다시 도핑이 적발되면 전국체전 종목에서 제외하겠다고 강력히 경고하자, 보디빌딩협회는 지난해 체전을 앞두고 예상 출전선수 160여명을 검사, 금지약물을 쓴 10여명을 적발해 출전금지시켰다.
국내 프로야구의 경우 박명환(31·LG)은 2006년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대만전이 끝난 뒤 받은 도핑 테스트에서 근육강화제의 일종인 노런드로스테인이 검출돼 징계를 받았다. 진갑용(34·삼성)은 2002년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을 앞두고 실시한 도핑테스트서 테스토스테론 양성반응을 보여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한국에 약물을 본격적으로 퍼뜨린 것으로 지목되는 용병들의 행태를 보면 ‘숨겨진 실상’을 짐작할 수 있다. 지난해 5월까지 롯데에서 뛰다 멕시코 리그로 옮긴 팰릭스 호세(43)는 현지에서 도핑 테스트에 걸려 50경기 출장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또 2003∼04년 역시 롯데에서 뛴 용병 이시온(마리오 엔카르나시온)은 2005년 대만 프로야구팀 숙소에서 입에 거품을 문 시체로 발견됐는데 사인은 약물복용이었다.
세계반도핑기구(WADA) 윤리교육위원인 김용승 체육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국가대표들은 국제대회 때마다 도핑검사를 받기 때문에 조심하지만 도핑검사 기회가 거의 없는 프로·실업선수, 학생 선수들은 성적 지상주의로 인해 암암리에 약물에 손대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특별기획취재팀=채희창(팀장)·
김동진·박은주·유덕영·이종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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