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자들 “폭발 충격에 인부 튕겨나가”
건물 붕괴위험에 소방대원 한때 철수
◇7일 큰 참사가 일어난 경기도 이천시 호법면 냉동물류창고 화재 현장에서 이날 밤 시커먼 연기가 솟아오르자 소방관들이 조명을 켜 놓고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천=이제원 기자 |
7일 경기도 이천시 냉동창고 화재 현장 주변은 유독 가스와 검은 연기로 뒤덮여 한 치 앞을 볼 수 없을 정도로 아비규환이었다. 불길은 50여명의 사상자를 내고 7시간여가 지난 이날 오후 6시30분쯤에야 잡혔으나 밤늦게 까지 창고 밖으로 검은 연기가 새어나와 소방대원들이 구조 및 수색에 어려움을 겪었다.
◆화재 발생=이날 오전 10시49분쯤 이천 냉동물류센터인 ‘코리아2000’ 냉동창고 지하층 기계실에서 폭발과 함께 불길이 발생했다.
사고 직후 건물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일부 근로자가 휴대전화로 소방당국에 구조를 요청했다.
화재현장에서 구조돼 오후 1시쯤 서울 강남구 베스티안병원으로 이송된 안순식(51·서울 도봉구)씨는 “보온재 마무리작업을 하던 중 한 아줌마가 불이 났다고 소리를 질러 뒤를 돌아보려는 순간 뒤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빨려들어가는 것 같았다”며 “무조건 앞으로 내달렸고 창고를 50m 정도 빠져나왔을 때 크게 펑하는 소리가 들렸다”고 아찔했던 순간을 되뇌었다.
소방당국은 이날 발생한 화재가 지하층에서 단열을 위해 벽면에 우레탄 발포작업중 발생한 유증기가 폭발하면서 일어난 것으로 잠정 추정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우레탄은 자체로 불이 나거나 폭발하지 않지만 주입하는 과정에서 화학반응이 일어나 온도가 급격히 상승하기 때문에 겨울철에도 반드시 냉각장치를 가동하거나 실내온도를 실외로 배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의 사고원인조사에서 이 부분에 대한 집중적인 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불길이 조금 잦아진 오후 2시30분쯤 소방대원 250여명이 가까스로 창고 내부로 구조·수색하기 위해 투입됐다. 진화작업중이던 대원들은 이날 오후 5시쯤에는 불길과 검은 연기가 다시 거세지는 바람에 붕괴 위험과 폭발 우려가 있어 작업을 중단하고 철수하기도 했다.
소방당국은 진화가 더뎌지자 지하 1층 창고 안에 꽉 차 있는 연기를 빼내기 위해 창고 천장인 지상 콘크리트 바닥에 직경 5m가량의 구멍 10여개를 뚫었다. 2시간 넘게 연기를 배출했으나 구멍 밖으로 뿜어져 나오는 연기가 하늘을 집어 삼킬 듯 맹렬한 기세를 보였다. 소방대원들은 결국 이날 밤 11시20분쯤 40명을 전부 찾았지만 모두 주검으로 변한 후 였다.
◆후진국형 인재 재연=다량의 인화성 물질과 폐쇄적인 건물구조, 작업장 안전관리 미흡 등 대형 참사가 발생할 조건을 갖춘 상태에서 위험천만한 마무리 작업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이번 사고도 후진국형 인재로 드러났다. 물류창고 지하는 냉장·냉동 창고로 사용하기 위해 지난 2일까지 단열재인 우레탄폼을 도포하는 작업이 진행됐다. 우레탄폼은 2만3338㎡에 이르는 건물의 바닥과 천장은 물론 촘촘히 구획을 나눠놓은 격벽에까지 두께 10㎝ 이상씩 살포됐다. 냉장·냉동 시설을 가동하기 위한 암모니아 가스는 물론 도포작업 후 남은 3000여ℓ의 우레탄폼 등 인화성 물질이 드럼통째 아무렇지도 않게 보관중이었다. 여기에 이 건물은 스프링쿨러 설비가 갖춰져 있었으나 폭발과 함께 건물과 설비가 일시에 붕괴되면서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천=송성갑·조민중 기자
우레탄폼=폴리우레탄에 휘발성 용제를 섞어 만든 발포 제품. 연질은 이불과 매트리스 등에 이용되고 경질은 단열성과 저온성이 좋아 냉장고 단열재로 쓰인다. 특히 단열성이 좋은데다 스티로폼에 비해 밀도가 높아 벽두께를 얇게 만드는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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