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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시민운동] 대중과 소통 재개·脫정치만이 살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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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8-01-16 10:41:36 수정 : 2008-01-16 10:4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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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없는 투쟁 일변도 시민운동 “이젠 그만”
국민 속에서 사회감시 대안세력으로 거듭나야
일부선 본연의 목적 ‘봉사활동’에 주력 목소리
◇‘5대거품빼기 범국민운동본부’ 회원들이 지난해 12월 28일 충남 보령 삽시도에서 제2차 방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5대거품빼기 본부 제공

우리 사회 시민운동의 현주소는 한마디로 ‘시민 없는 시민운동’으로 대변된다. 비정부기구(NGO)인 시민단체가 정치권력화되는 모습에 실망한 시민들이 외면하면서 정작 시민은 없고 ‘시민운동가’만 남은 빈껍데기 시민단체가 돼버린 것이다. 전문가들은 시민단체가 현재의 위기에서 벗어나 시민 속으로 파고들려면 하루빨리 단절된 대중과의 ‘소통’을 다시 잇고 권력지향적인 정치색을 탈피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아울러 대정부 투쟁 일변도의 활동 방식을 접고 국민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며 기업과 사회 전반을 감시하는 대안세력으로 위상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민과의 소통 절실=전문가들은 시민운동의 정치화와 그에 따른 신뢰 저하가 시민과의 소통 부족에서 비롯된 만큼 대시민 접촉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385개 진보단체로 구성됐던 ‘2007 대선시민연대’ 안진걸 조직팀장은 “국민의 요구에 화답하지 못했다는 점에 대해 시민단체는 철저한 자기반성을 해야 한다”며 “다시 국민 속으로 들어가 미래사회의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준호 한국청년연합회 대표는 “현재 시민운동은 대중과의 소통구조가 단절돼 있고 몇몇 명망가 중심의 전문가들이 시민사회의 입장을 과잉 대표하고 있다”며 “시민과의 소통구조를 재확보하기 위해서는 정책·의사 결정 구조에 시민이 적극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시민운동 방향의 획기적인 전환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정부 투쟁 일변도의 운동 방식에서 기업 등 사회 전반을 감시하는 대안세력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란아 ‘함께하는시민행동’ 기획실장은 “그동안 정부 권력에 대한 감시와 문제 제기는 상당한 성과를 거뒀지만, 이제는 패러다임의 전면 수정이 필요한 때”라며 “삼성 비자금 사건에서 보듯, 그동안 시민단체의 기업권력 감시는 미미한 수준에 머물렀던 게 사실인 만큼 앞으로 기업권력 감시 영역 등이 시민운동의 주된 할동 무대가 돼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탈정치화의 움직임=시민운동을 둘러싼 위기감이 고조되자, 일부 시민단체 사이에서는 이제 정치색을 벗고 시민운동 본연의 목적인 ‘봉사’에 주력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한국 사회 위기 극복과 국민생활 안정화를 주창하며 지난해 3월 발족한 ‘5대거품빼기 범국민운동본부’가 대표적인 사례. 이 단체의 본래 목적은 ‘소비자주권’ 확보지만 회원들의 자발적인 요구로 태안 기름 유출 현장에서 봉사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20일 태안 구름포해수욕장, 28일 보령과 삽시도에 이어 오는 26일 3차 봉사활동이 잡혀 있으며 앞으로 몇 차례 더 방문할 계획이다. 이 단체 관계자는 “지금까지 참가자 500여명 대부분은 봉사활동 경험이 전무했는데, 사고가 난 뒤 너도나도 봉사현장으로 달려가야 한다는 회원들의 열기에 깜짝 놀랐다”며 “앞으로 주요 현안이 있을 때마다 적극 봉사에 나서는 것을 주된 활동 목표로 삼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승윤 부산대 교수(법학)는 “개인적인 봉사란 한계가 있기 때문에 단체를 통해 진정한 NGO 정신이 나타날 수 있다”며 “봉사는 시민 없는 시민운동이라는 기존의 비판에서 벗어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참여연대와 경실련 등 중앙집권적 구조의 단체보다 지역 중심의 ‘풀뿌리 시민운동’이 늘고 있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행자부에 신규 등록한 중앙단체가 2006년 64개, 2007년 43개인 데 비해 같은 기간 시·도 등록단체는 426개, 470개로 10배가량 많은 점은 시민운동의 변화를 여실히 보여준다.

정파적 편향성을 거부하며 중도적인 입장을 보이려는 단체들도 나타나고 있다. 경실련 등 여러 단체는 현재 “시민사회단체의 영향력은 커졌지만 신뢰도는 현저히 떨어졌다”며 ‘NGO의 사회적 책임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시민단체의 신뢰성 저하의 원인으로 정파적 편향성이나 정치 과잉의 문제를 꼽고, 시민단체가 하루빨리 정치 편향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진권 바른사회시민회의 사무총장은 “정책 방향에 관여하는 기능은 축소하고 시민사회 운동의 고유 영역에서 목소리를 내야 시민운동이 제 기능을 찾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원주·이태영 기자

strum@segye.com


■ 기고 : 박병옥 NGO사회적책임운동 준비위원장

참여정부 등장 이후 우리 사회에 ‘보수를 표방하는 정당·언론·단체와 진보를 표방하는 정당·언론·단체’ 간 대립구도가 굳어지면서 시민단체의 비당파성 원칙은 크게 훼손되었고, 이 외에 몇 가지 이유가 덧붙여지면서 시민단체의 신뢰도와 영향력이 현저히 감소했다.

반면 시민사회의 역할 증대라는 세계적인 추세와 함께 IMF 외환위기를 계기로 우리 사회가 신자유주의적 질서로 급속히 재편되면서 양극화, 실업문제 등 시민단체가 감당해야 할 역할과 과제는 더욱 증대됐다. 우리 사회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시민단체가 감당해야 할 역할은 더욱 커진 데 반해 그 역할을 맡아야 할 주체인 시민단체의 역량과 신뢰도가 급격히 감소한 현실은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해 분명히 비극적이다.

시민단체가 과거의 중요한 몇 가지 실패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우리 사회의 건강한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반성과 혁신을 통해 시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사회적 역할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는 존재로 거듭나야 한다.

무엇보다 시민들이 원하는 의제, 활동가들이 아니라 시민들에게 중요한 의제를 시민들이 동의하고 공감할 수 있는 방식으로 풀어나가는 ‘시민 지향의 운동’으로 전환해야 한다. 자신들이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선택해 역량을 집중하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전체로서 시민운동의 효과성과 효율성을 높여야 하며, 자신들의 주장을 반복적으로 외치기보다 그 주장을 입증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판단은 시민들에게 맡기는 ‘정보 중심의 운동’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단체의 투명성과 공개성을 높이는 한편 자신들의 정체성을 시민들에게 정직하게 드러내야 한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 좌우를 막론하고 특정 정당과 후보에 대한 지지 혹은 반대 운동에 나선 단체들은 더 이상 스스로를 시민단체로 포장하고 국민을 기만해서는 안 된다.

정치단체는 그 자체로 우리 사회의 발전에 필요한 역할일 수 있지만, 시민단체로 포장된 정치단체는 시민단체와 정치단체 모두 쇠퇴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시민단체를 표방하는 단체들은 국민들이 기대하는 바대로 철저하게 비당파성의 원칙을 견지해야 한다.


■도움주신 분 = △권태근 선진화국민회의 공동 사무총장 △권혁철 2007국민연대 공동집행위원장 △김희진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사무국장 △나석훈 행정자치부 주민참여팀 사무관 △박병옥 경실련 전 사무총장 △박병진 성균관대 서베이리서치센터 연구교수 △박용진 한국시민단체네트워크 공동대표 △박재홍 한양대 제3섹터연구소 행정실장 △안진걸 2007대선시민연대 조직팀장 △유팔무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 △이갑산 공명선거실천시민운동협의회 집행위원장 △이영훈 한국시민사회단체연합 사무총장 △이학영 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 △전희경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책실장 △정란아 함께하는시민행동 기획실장 △정승윤 부산대 법학과 교수 △천준호 한국청년연합회 대표 △현진권 바른사회시민회의 사무총장 △홍진표 자유주의연대 사무총장(가나다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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