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제목부터 연구 목적, 결론이 엇비슷하고 내용 중에 똑같거나 유사한 표현이 수두룩하며, 기초자료의 표본조사 대상마저 일치한다. 인문·사회과학 분야 논문에서 여섯 단어 이상의 연쇄 표현이 일치하고 남의 표현 등을 출처표시 없이 쓰는 경우 표절로 간주하는 게 통례다. 박 내정자가 논문의 인용 출처도 밝히지 않고 남의 연구 결과를 자신의 것처럼 내세운 것은 학자로서 기본 소양을 갖췄는지 의심을 사는 대목이다.
대학 교수는 논문 표절 여부가 가장 중요한 검증 항목이다. 새 정부에는 교수 출신의 장관 후보자와 청와대 수석 내정자가 유독 많다. 인사 검증이 졸속이고, 그 시스템이 엉성했음을 보여준다. 표절 의혹이 지적됐지만 “일만 잘하면 된다. 결격사유가 아니다”라는 이명박 당선인 측의 판단은 너무 안이해 보인다. 최소한의 도덕성과 신뢰기반이 없어도 국정을 잘 이끌 수 있다는 뜻인지 묻고 싶다.
2006년 여름 김병준 교육부 장관의 제자 논문 표절 의혹이 있었을 때 한나라당은 “교육 최일선에서 노력하는 교수분들, 나아가 국민의 양심을 훔친 것”이라고 논평했다. 국무위원뿐 아니라 국민대 교수직에서도 떠나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지 않았던가. 결국 김 장관은 13일 만에 낙마했다. 이제 여당·야당이 바뀌었다고 도덕성과 그 잣대마저 바뀌거나 후퇴해선 안 된다. 그것은 불량검증이며,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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