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북한 공연 이튿날 신문들은 대개 이런 제목을 뽑았다. 북한 정부 관계자와 평양 시민들 앞에서 미국 국가가 연주된 사실을 높게 평가한 것이다. 그런데 미국 국가 이름이 정말 ‘성조기여 영원하라’일까.
미국 국가의 영어 명칭은 ‘별이 빛나는 깃발(The Star-Spangled Banner)’이다. 말 그대로 그냥 ‘성조기’인 셈이다. 실제로 이번 뉴욕필의 평양 공연 때 미국 국가가 흘러나오자 파란색 바탕에 흰색 글씨로 쓴 “별 빛나는 기발(미국 국가)”이란 자막이 나왔다.
그런데 이 노래가 우리나라엔 원래 제목과 달리 ‘성조기여 영원하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주한 미국대사관도 홈페이지에 자국 국가의 우리말 제목을 ‘성조기여 영원하라’로 표기해놓았을 정도다.
‘성조기여 영원하라(The Stars and Stripes Forever)’는 미국 해군·해병대 군악대에서 활동한 작곡가 존 수자가 애국심 고취를 위해 만든 행진곡. ‘별이 빛나는 깃발’과는 전혀 별개의 노래다. 물론 미국인들 사이에선 국가 못지않은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난해 5월 버지니아주 제임스타운을 찾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오케스트라가 이 곡을 연주하자 즉석에서 지휘봉을 잡아 화제가 됐다.
미국 국가의 우리말 제목을 굳이 ‘별이 빛나는 깃발’로 고칠 필요까진 없겠으나, ‘별이 빛나는 깃발’과 ‘성조기여 영원하라’는 확실히 구분해야 한다는 견해가 많다. 고종석 한국일보 논설위원은 칼럼에서 “미국 국가의 제목을 보통 ‘성조기여 영원하라’라고 일컫기는 하지만, 엄밀히 번역하면 ‘별이 촘촘히 박힌 깃발’ 곧 ‘성조기’일 뿐”이라며 “둘을 혼동해선 안된다”고 밝혔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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