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닷컴] 아일랜드시티는 이보령 (보컬), 정연수 (기타), 서아름 (베이스), 엄상민 (드럼)으로 이뤄진 혼성 4인조 밴드다. 첫 앨범 '난 유쾌한 당신의 공주를 꿈꾼다'로 데뷔한 후 MTV '이달의 아티스트'에 선정됐고 음악 마니아 프로그램 MBC '고스트네이션'에서 3주간 1위를 지킬 정도로 실력을 자랑했다. 그 후 1년 6개월만에 좀더 대중성을 겸비하고 타이틀곡 '칠리소스'와 '바보야' '그대와 날 꿈꾸네'를 내놨다.
"1집을 내고 활동을 하지않는 동안 2집 앨범 작업하면서 간간히 홍대 클럽에서 공연도 했어요. 그래도 공연보다는 앨범 작업에 주력했고 이번 싱글 앨범에 들어간 곡 뿐만 아니라 정규앨범에 들어갈 또다른 곡도 작업하고 있죠" (보령)
사실 2집은 1집 '난 유쾌한 당신의 공주를 꿈꾼다'보다는 느낌이 많이 친근해졌다. 1집의 느낌이 '홍대 클럽 밴드' 느낌이라면 2집은 '대중성을 겸비한 밴드' 노래 분위기였다.
"아무래도 1집때는 아직 인디 밴드 느낌에서 옮겨온 지 얼마 안되어서 그런 것도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2집에는 사운드 퀄리티나 믹싱같은 것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1집때는 합주하는 그대로를 녹음했다면 지금은 세세한 것까지 신경을 쓴 것이죠. 사실 노래적인 부분은 아일랜드시티의 색깔을 그대로 가지고 있어요. 대중들과 좀더 신나게 들을 수 있는 부분은 있겠지만 모태는 바뀐 것이 없는거죠"(이보령)
'모범 밴드' 아일랜드시티
멤버가 4명이고 각각의 색깔이 진하다보니 팬들도 각각 좋아하는 멤버가 따로 있을 듯 싶었다.
"아무래도 보컬이 인기가 좋죠. 그러나 아일랜드시티의 팬들의 경우 악기를 좋아하는 친구들이 많다보니 각각 좋아하는 악기에 따라 비중이 많이 나줘지죠" (연수) "보컬이 인기가 많다기보다는 아무래도 사람들이 노래를 듣게 되다보니 저를 많이 아는 것이죠. 팬들을 보면 10대 중학생들은 아름이를, 드럼을 좋아하는 이들은 상민이를, 그리고 의외로 남성 팬들이 오빠 (정연수)를 좋아해요" (보령)
초반에 아일랜드시티는 여성 4인조가 아니냐는 이야기를 들었단. 가장 관객들과 가까이서 대하는 보컬이 여성이니 그런 점도 있었지만 점차 여성화(?) 되어가는 정연수의 성격도 한 몫했다. 그렇다고 그가 커밍아웃을 했다거나 한 것은 아니다.
"과거에는 남자 멤버이기 때문에 어려운 점이 어떤 것이 있다느니 말을 많이 했었는데, 지금은 식구처럼 살아오다 보니 특별한 고충은 없어요. 도리어 저의 남성적인 냄새(?)나 느끼하다는 느낌 때문에 여자 멤버들이 고생이죠" (연수) "오빠가 여성화 되어가는 면도 있는 것 같아요. 전화통화할 때 분명 남자분과 하는데 저희보다 더 청순하게 말을 해요. 처음 멤버에 합류할 때는 군대를 제대한 직후라 그런지 카리스마가 있었는데 지금은 말투를 들어보면 점점 여성화가 되어가요" (보령)
이미 알려진대로 이보령과 서아름은 고등학교 때 같은 스쿨밴드에서 활동했었다. 이들은 당시 한 페스티벌에 여성 멤버들로만 구성된 밴드로 출전을 했다가 또다른 여성 밴드를 보게 된다. 음악은 자신들보다 못하다고(?) 생각했지만 비주얼은 화려했다. 이들의 밴드는 1차에서 떨어졌고, 상대 여성 밴드는 1차를 통과했다. 그 상대 여성 밴드에 드럼을 맡고 있는 엄상민이 있었다.
"우리는 단정한 모범생 스타일었는데 저쪽은 화려하고 화장도 하고 그래서 묘한 경쟁심리가 있었죠. 그때는 굉장히 보이시하고 파격적이었죠" (보령) "저희가 학원친구들과 만나서 밴드를 결성해 나갔는데 경험이 없어서 일단 눈에 띄자 하는 생각에 그렇게 나갔죠. 다 그런 식으로 나올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 (상민) "우리 때문에 인터넷에서 음악이 우선이다 비주얼이 우선이다라고 싸움이 붙었어요" (아름)
오랫동안 밴드 생활을 했지만 이들의 생활은 극히 모범적이었다. 10시에 출근(?)해 6시에 퇴근(?)한다. 흔히 밴드 공연이 끝나고 한판 벌어지는 술자리를 이들에게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술 먹은 날이 4년동안 손에 꼽는다. 담배는 물론 안 핀다. 연습이 없거나 하면 소풍을 가고 연습실에서의 놀이는 주로 보드게임을 즐긴다. 그리고 이런 일은 털털한 느낌의 엄상민이 주도한다. 이에 대해 특히 남성 멤버인 정연수의 불만이 있을 법도 한데 4년이란 시간은 이들을 서로 동화시켜 버렸다. 인터뷰 내내 주거니 받거니 한마디씩 툭툭 던지는 것도 척척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성 멤버가 한명이니 스캔들이 혹 나지 않느냐는 질문에 정연수가 "클럽의 신조가…"라는 교과서적인 대답을 내놓으려 하자 바로 다른 멤버들이 "서로 자기 스타일이 아닌 것은 알기 때문에 그런 일이 없고, 때문에 밴드가 오래 갈 수 있었던 것"이라며 비인터뷰성(?) 발언으로 막아버릴 정도다.
"아일랜드시티는 음악하는 밴드"
이들이 음악을 시작한 것은 대개 고등학교 때다. 정연수만 대학에 들어가 기타를 잡았다.
"취미로 고 1때 음악을 하면서 시작했죠. 그러나 확실하게 내가 '음악'이라는 것을 한 것은 고2때부터였고 대학도 음악관련 학과를 진학했고 졸업후 바로 밴드 생활을 했죠" (보령) "저도 고2때부터 음악을 시작했죠. 보령이와 같이 스쿨밴드 활동을 했었으니까요" (아름) "전 악기를 시작한 것이 고2때부터였는데 그게 음악을 시작한 것이라 보기 어렵고 제 스스로 느끼기에는 대학교 2학년때부터였던 것 같아요" (상민) "저는 대학때 기타를 잡았어요. 음악하면서 대학도 자퇴했죠. 군대도 군악대로 다녀왔습니다" (연수)
오래전부터 음악을 해온 이들 멤버들은 아일랜드시티가 '음악하는 밴드'라고 못을 박았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 당연한 것이 안통하는 가요계 상황에서 보면 이들의 말이 새삼 신기하게까지 다가왔다. 아일랜드시티가 인디 밴드라고만 선을 긋기도 애매한 점이 있다고 느껴졌다. 음악인이 아닌 연예인으로서의 인기도 생각해 보지 않았을까 싶었다.
"주목을 받고 싶고 멤버들이 각각의 이름으로 대중들에게 알려지면 음악을 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 일단은 '아일랜드시티는 음악이다'라는 것으로 인식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음악으로 인정받고 자리잡을 때 그것이 더 오래간다고 생각해요. 만일 연예인으로서 활동을 하는데 있어서 음악이 그것을 받혀주지 못하면 대중들에게 더 손가락질을 받을 것 같아요. 그리고 아직은 저희 음악스타일이 진해서 대중들에게 다가가기 힘든 부분이 있지만 조금씩 대중적인 색깔을 드러내기에 언제가는 그 음악스타일에 공감하실 것이라 생각해요"(보령)
타 분야에 대한 진출도 이들은 언제나 음악을 끼고 있었다. 뮤지컬, 라디오DJ, 난타같은 퍼포먼스 등 이들은 '음악하는 밴드' 아일랜드시티의 멤버로서 음악을 떠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들은 자신들의 모습이 언제나 대중들로 하여금 '기대'를 갖게 하는 밴드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마지막에 잔인(?)한 질문을 던졌다.
기자 : 아일랜드시티라는 팀이 언제까지 유지될 것이라고 보는가
아일랜드시티 : 음악을 할 수 있을 때까지는…
/ 유명준 기자 neocross@segye.com 사진 박효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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