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섭 지음/쌤앤파커스/1만3000원 |
한낮 점심을 마치고 봄의 거리로 나온 직장인들의 표정이 여유롭다. 그 속에서 빌딩 사이로 보이는 하늘을 쳐다보았다. 지난 몇 년간 힘들었던 창업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비즈니스 전쟁터에서 잘 버티고 있는 것에 대한 뿌듯한 마음, 다른 한편은 목적지까지 쉼 없이 하늘을 날아야 하는 비행기 신세처럼 앞길에 대한 걱정이 산더미처럼 밀려온다.
가끔 동병상련의 처지에 있는 지인들과 막걸리를 앞에 두고 정보 교환 겸 작은 위로의 자리를 갖는다. 그런 의미에서 필자와 비슷한 직장, 창업의 연륜을 가진 CEO가 들려주는 ‘을의 생존법’과의 만남은 동지를 만난 것 같아 반갑기만 하다. 저자는 기자 출신의 CEO로, 주로 갑의 세계에 머물다가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면서 절감한 ‘을(乙)의 체험’을 맛깔나게 들려준다.
이 책의 효용은 무궁하다. 직장생활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며 창조적 직장인을 꿈꾸는 샐러리맨, 인생 2막에 대한 개척 의지가 있는 모든 분, 창업의 길을 모색하는 예비 경영자, 창업 후 초심을 찾고자 하는 현직 CEO, 그리고 자신이 꿈을 펼치고 미래를 준비하는 많은 이들에게 맞춤형 깨달음을 전해준다.
‘거위의 꿈’ 노래를 듣고 있자면 가슴이 뭉클해 온다. 저자는 ‘홍어의 꿈’에서 식탁에 올라온 홍어가 본래 모습을 잃어버린 삭은 형태지만 그것이 세상이 기대하는 홍어의 가치고, 을로 살아가려면 세상의 기호에 자신을 맞출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원래 직장은 생존을 위해 구조조정 등 고강도 처방이 언제나 가능한 곳이다. 이 책은 그렇기에 갑에게 자신의 생존을 맡긴 것을 받아들이되 언제든 세상에 나갈 수 있도록 마음가짐과 태도를 다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러면서 성공, 돈, 명예 등 목표를 이루려고 일단 살아야 하는 ‘생존’의 중요성을 설파한다. 저자는 생존을 위해서는 참고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으며, 심지어 고개 숙이는 일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직원을 혼내는 참에 중요한 갑의 전화 탓에 갑자기 낯빛과 어투를 밝게 한 사례를 언급하면서 생존하려면 체면도 버릴 수 있어야 한다고 언급한다.
저자는 또한 진정한 을로 거듭나려면 반드시 ‘바닥을 경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바닥체험은 마치 예방주사와 같으며, 앞으로 닥칠 수많은 난관에 대한 내성을 키워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 직장생활의 어려움과 아픔은 소모적으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인생2막에서 중요한 자양분이 된다.
비즈니스를 인생의 수행과정이라고 생각하면서 책을 곁에 두고 힘들 때마다 펼쳐보면 깨달음과 큰 동기부여를 얻을 것이다. 본문에서는 먼저 다양한 대한민국 을의 삶을 소개하고, 비즈니스 세계의 두 바퀴인 갑, 을에 대한 관계와 궁극적 지향점을 들려준다. 그리고 을들을 진정한 비즈니스 파이터로 만드는 구체적 방법과 어떤 상황에서도 을이 성공할 전략을 제시한다. 마지막으로 CEO 4인의 비즈니스 필살기를 읽어보는 재미도 좋다.
올해는 IMF 환란을 겪은 지 10년이 되는 해다. 평생직장도 사라지고 스스로 내공을 키워 무장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되었다. 모든 사람들이 크고 작은 자신의 꿈을 당당하게 펼치고 구현되는 세상이 진정한 ‘국민성공시대’가 아닌가 싶다. 지금은 비록 을이지만 행복한 삶을 향해 노력하는 모든 이는 눈부시게 아름답다. 그것이 저자의 꿈이기도 하다.
강경태 한국CEO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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